한발 앞서 신구 플랫폼의 충돌을 겪은 할리우드의 사례와 대응전략
넷플릭스와 아마존 모두 자체 오리지널 영화를 만들고 각자 플랫폼에서 상영한다. 하지만 둘을 바라보는 미국 극장들의 태도는 극과 극이다. 그 이유는 영화 시장에 대한 두 회사의 상이한 접근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갈림길
아마존은 극장의 전통적인 독점 배급권을 존중한다. 완성된 작품을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에 제공하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1~2개월) 극장 독점 상영을 필수로 한다. 그 결과 아마존이 제작·배급한 영화들은 올해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도 수상하며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음을 증명했다.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세일즈맨>이 아마존 제작 영화다.
반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영화를 대부분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한다. 극장 개봉을 택했다고 해도 스트리밍 상영과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배급 과정에서부터 이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년병의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아카데미 수상 자격을 얻기 위해 극장 개봉을 추진했다. 하지만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상영’이라는 방침에 동의한 극장들과만 개봉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총 31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AMC, 리갈 등 대형 멀티플렉스가 속해있는 미국극장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Owners, NATO)는 “영화 유통 배급 체계를 흔드는 넷플릭스에 반대한다.”며 극장 개봉을 보이콧했다. <비스트 오브 네이션>은 흥행과 수상 면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돌파구
넷플릭스는 대형 극장 체인들의 룰을 따르는 대신 ‘아이픽(iPic)’과 같은 고급화된 극장 체인들과의 협력을 택했다. 뉴욕, LA 등지에 위치한 아이픽 영화관은 좌석 가격이 14달러에서 32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테이블 서비스, 한정판 팝콘, 담요와 베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아이픽에서 자체 제작 영화를 처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공개한다. 내년까지 완성될 10편의 넷플릭스 신작 영화가 뉴욕과 LA 지역의 아이픽 영화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아이픽과의 협력은 넷플릭스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매체 ‘쿼츠’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픽 고객의 98 퍼센트 이상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그 중 84 퍼센트가 넷플릭스 구독자라고 한다. 아이픽은 넷플릭스 영화를 고급화된 환경에서 보고 싶을 때 이용하는 창구로 인식된다.
넷플릭스는 자사 특유의 배급방식을 바탕으로 독립영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저예산 인디 영화들은 비용 부족으로 극장 개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홍보비와 광고비가 영화 예산을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이런 영화들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홍보와 노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넷플릭스는 마콘 블레어, 찰리 맥도웰, 제이크 존슨이라는 미국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제작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건 넷플릭스가 선보일 대작 소식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 윌 스미스, 조엘 에저튼 주연의 <브라이트>, 선댄스에서 주목받았고 아카데미 수상이 점쳐지기도 하는 디리스 감독의 <머드바운드>같은 영화를 선보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큰 규모의 영화들에도 극장, 온라인 동시 개봉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 매체 ‘벌처’는 파급력이 큰 배우들의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할 수 없다는 것이 넷플릭스의 딜레마임을 지적한다.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극장들
미국 내 넷플릭스와 미국 대형 극장 체인간의 갈등은 넷플릭스의 확고한 입장 정리로 잦아든 듯하다. 하지만 미국 극장 체인들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제외하고도 늘어나는 유료 VOD 시장 때문이다.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극장 상영 후 90일이 지나야 영화를 다른 방식의 포맷으로 볼 수 있다. 3개월에 달하는 유예기간을 단축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극장주협회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유니버설, 폭스처럼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이저 스튜디오는 유예 기간을 2주 정도로 줄여 화제성 높은 상태의 부가 판권 이익을 늘리려는 입장이다. 리서치그룹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피시먼은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유료 VOD 사업자들 때문에 극장주들이 연간 36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의 매체 ‘데드라인’은 미국극장주협회가 어떤 작품을 상영하느냐에 따라 극장들도 기대할 만한 지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많은 영화가 미국과 캐나다의 지역 극장 관객들을 타깃으로 제작중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리서치 매니저 필 콘트리노는 투자자 그룹에게 “극장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상대로 좋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극장 관객의 55 퍼센트가 18세에서 34세에 해당하는 연령대라고 한다. 미국극장주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그들(18세~34세)은 리클라이너 의자와 고급 좌석, 예약석에 대해 반응이 좋다.”며 개인 맞춤형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시사했다.
AMC의 환골탈태 전략
이에 따라 미국의 가장 큰 영화관 체인인 AMC는 관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영화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브랜딩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AMC의 CEO 아담 아론은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흐름을 인정하지만 “한 회사나 한 스튜디오의 합의만으로 한정시켜선 안 된다.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MC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극장 배급 체인인 완다 시네마 라인에 합병됐기에 이들의 입장에는 무게가 실린다. AMC는 카마이크 시네마와 오데온, UCI 같은 극장들을 소유하고 있다. AMC는 이 중 카마이크 브랜드를 ‘AMC 클래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레스토랑 ‘AMC 다인-인(AMC Dine-in)’을 함께 론칭할 계획이다.
AMC는 AMC 클래식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일 방침이다. 예를 들어 100가지 이상의 맛을 가진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기계를 극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AMC와 AMC 클래식 고객들은 AMC 멤버십에 해당하는 '스터브(Stubs) 고객 보상 프로그램' 하에서 통합 관리되며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극장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부터 내년까지 1,560개 스크린에 해당하는 122개 극장의 좌석을 실크 재질 리클라이너로 교체할 계획이다. AMC의 올해 목표는 4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