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0 (일) 국민의힘, 공천 막바지… '친윤 강세' 확인
국민의힘의 4·10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 3월 10일 현재 전체 254개 선거구 중 약 92%에 해당하는 233곳의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됐다. 결선투표를 포함해 경선이 진행 중이거나 치러질 예정인 16곳과 국민추천 지역으로 지정된 5곳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16년 만에 254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내는 것이다. 이날까지 불출마나 경선 패배, 컷오프 등으로 '물갈이' 대상이 된 현역 의원은 37명이다. 재적 의원 114명의 32% 정도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에서 최종 현역 교체율이 3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현역 교체율은 43%였다.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의 '현역 불패' 지적은 여전하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는 사실상 전원 생존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제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사례는 없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지칭되는 권성동(강원 강릉),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의원 등은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공개 반대한 이른바 '연판장 초선' 30명도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이를 주도한 울산 중구 박성민 의원 역시 전날 경선에서 승리하며 공천을 확정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해왔다.
아직 공천받지 못한 친윤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및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초선 비례대표 이용 의원뿐이다. 경기 하남갑 경선 결과는 3월 13일 발표된다. 한편 중진인 서병수(부산 북을), 김태호(경남 양산을), 조해진(김해을) 의원을 비롯해 박성중(경기 부천병)·유경준(화성정) 의원 등은 지역구를 옮겼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비주류 공천 잡음을 잠재울 목적으로 '무연고 험지 내리꽂기'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류성걸(대구 동갑), 양금희(북갑) 등 일부 의원은 지역구가 국민추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역이 공모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초 우려했던 용산·검사 출신 인사들의 무리한 공천은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리한 조정이나 인위적인 끼워넣기로 잡음이 커지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36명 중 이날까지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10명이다. 본선행 티켓을 쥔 후보들은 주로 수석·비서관급 핵심 참모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등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해당 지역구는 모두 현역이 지역구를 옮겼거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경기 용인갑에서 우선추천(전략공천) 됐다. 강남을만큼은 아니지만, 용인갑 역시 최근 세 차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내리 당선된 '양지'로 여겨진다.
조지연 전 행정관은 현역 윤두현 의원의 불출마로 '텃밭' 경북 경산에 공천받았지만, 무소속 출마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본선 대결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 분당을)·김기흥 전 부대변인(인천 연수을)은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 외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안산 상록갑), 이승환 전 행정관(서울 중랑을), 신재경 전 선임행정관(인천 남동을) 등은 험지에서 공천받아 '낙하산 논란'과는 무관하다.
아직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참모 중에는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이상 경북 구미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손자로 YS의 옛 지역구인 부산 서·동구에 출마한 김인규 전 행정관 등이 있다. 대통령실 등을 거치지 않고 '현직 검사' 신분으로 공천을 신청한 김상민(경남 창원의창) 전 대전고검 검사, 박용호(밀양·의령·함안·창녕) 전 부산고검 검사는 모두 컷오프됐다.
'제3지대' 조국에도 밀려… 총선후 '생존' 미지수
4·10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0일 민심을 잡기 위한 '제3지대'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거대 양당의 공천 갈등에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했다. 각 당의 선명성이나 존재감도 약했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새 인물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5일부터 3월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의 정당지지도는 개혁신당 3%, 새로운미래 1%, 녹색정의당 1%로 집계됐다. 조국혁신당은 첫 여론조사에서 6%의 지지율을 보였다.
◆ 한 자릿수 지지율 갇힌 제3지대… 활로는 '현역 의원' 영입
제3지대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빅텐트'를 꾸리며 총선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합당 11일 만에 빅텐트는 무너졌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저조한 지지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예상보다 적은 국민의힘 '물갈이'에 현역 의원을 한명도 영입하지 못했다. 개혁신당은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영입, 수도권 남부 지역의 '반도체 벨트' 구축, 이준석 대표의 출마 선언 등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일시적인 이목 끌기에 그칠 뿐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이준석 대표의 장점으로 꼽히는 '정책 이슈' 또한 민주당의 공천파동에 잠식되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새로운미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당에 잔류하며 비명(비이재명)계의 대거 이탈 전망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결국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활로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아울러 현역 의원을 영입할 경우 의석수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선거보조금 액수도 커진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한 달 남은 시점에 제3지대 정당이 대세를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쟁력있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낮은 지지율로 당선이 보장되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에서 노용호, 조명희 의원 등이 탈락했지만 개혁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박상병 평론가는 "개혁신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준다면 갈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집권당의 경우 다른 길이 열려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배신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미래는 개혁신당 보다 현역 의원 영입 가능성이 더 큰 편이다. 이미 친문계 좌장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과 5선 중진의 설훈 의원은 새로운미래에 입당했고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추가로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가 막판 '이삭줍기'에서 얼마나 많은 현역 의원을 영입할지 주목된다. 앞서 윤영찬 의원, 노영민 전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강병원·김한정 의원 등이 친명(친이재명)계 도전자에게 고배를 마셨다.
◆ 개혁신당은 '반도체 벨트' 새로운미래는 '호남 구애, 충청벨트'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기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개혁신당은 동탄신도시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벨트' 지역구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3월 4일 동탄호수공원에서 화성을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반도체 중심지인 경기남부에서 미래 과학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화성을 최고 수준의 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의 화성을 출마는 개혁신당 동료 의원들과 '반도체벨트'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용인갑에 출마하는 양향자 원내대표와 화성정에 출마하는 이원욱 의원과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새로운미래는 이낙연 공동대표를 필두로 호남권 민심을 얻은 후 충청권과 수도권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광주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공동대표는 오는 3월 10일 구체적인 출마 지역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미래는 또 김종민 공동대표와 박영순 의원을 선두로 '충청벨트'도 노리고 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금산·계룡을 떠나 세종갑 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미래는 화룡점정으로 설훈·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세부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원 동해안 벨트, 與 실세에 野 도전… 민심은 어디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30일 앞두고 강원 동해안과 산간 지역 9개 시·군을 아우르는 '동해안 벨트'에서도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은 어느새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총선 동해안 벨트는 단일 선거구인 거점도시 '강릉'을 비롯해 설악산을 중심으로 관광과 안보 현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속초·인제·고성·양양', 그리고 동해안 남부권과 폐광지역이 함께 묶인 '동해·태백·삼척·정선' 등 모두 3개 선거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짙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소속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중용되며, 그동안 중앙정계에서 소외돼 왔던 강원도의 서러움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윤핵관' '원조 친윤' '찐윤' 등 여당 내 계파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이름이 언급돼 그에 따른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강릉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현역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해직 공무원 출신 김중남 강원도당 탄소중립위원장이 권 의원 대항마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의 권성동 의원 단수공천에 반발해 김한근 전 강릉시장도 무소속으로 이곳 선거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그 외 군소정당 중에선 개혁신당의 이영랑 당대표 정무 특보가 '시민이 주인 되는 정치혁신 시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선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장지창 진보당 예비후보도 '정권 심판론'을 들고 지역 노동계와 진보세력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21대 총선 때 강릉에선 당내 공천을 받지 못한 권성동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40.84%의 득표율로 생환했다. 당시 권성동 의원을 밀어내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았던 홍윤식 후보는 3위(11.28%)에 그쳐 결과적으로 권성동 의원의 '장악력'을 보여준 선거였다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반면 당시 2위로 낙선한 민주당 소속 김경수 후보의 득표율도 38.76%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할 때, "유천택지 등 신시가지 거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반(反)보수' '진보' 성향 표심 표심도 일정 수준 이상 존재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속초·인제·고성·양양 선거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총선을 통해 3선에 도전한다. 이에 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낸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후보로 나서 이번 선거는 전·현 정부 간 대리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이양수 의원은 앞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었을 당시 현역 의원 중에서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친윤계'다. 김도균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끌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개혁신당의 임병성 당 대표 정책특보와 자유민주당의 주현관 실향민중앙협의회 부회장 등도 이곳에서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 동해안 남부권(동해시·삼척시)과 폐광지역(태백시·정선군·삼척시 도계읍)이 결합한 동해·태백·삼척·정선 선거구에선 '찐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총선을 통해 3선에 도전한다. 이철규 의원은 "힘 있는 3선 국회의원이 돼 동해·태백·삼척·정선의 100년 미래를 완성할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민주당에선 한호연 당 정책위 부의장이 이철규 의원에 맞선다.
한호연 부의장은 "동해안과 폐광지의 인구 소멸 위기 등 대부분 문제는 지역 권력이 너무 한쪽으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세대교체를 통해 반드시 승리해 지역에 새바람이 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 외에도 개혁신당에선 류성호 전 태백경찰서장이 이곳 선거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자유통일당에선 한전 근무 경력이 있는 홍순근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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