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접하고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용산. 서울의 노른자위를 차지했지만 미군기지에 막혀 개발과 소통이 자유롭지 못했던 땅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확정돼 뚝섬 일대와 함께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 르네상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용산은 온 동네가 개발 열기에 휩싸여 있다. 용산구가 지난해 착수한 한강로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고도지구 완화, 올해 착수하는 이태원ㆍ한남지구단위계획 변경, 재정비촉진지구 추가 지정 등의 밑그림이 드러날 때마다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지역은 크게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서쪽 한강로 쪽의 국제업무지구와 고급 주상복합촌(서용산), 그리고 한남ㆍ이태원동 일원의 동쪽 고급 주거ㆍ문화지구(동용산)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고밀도 서용산
서울시는 주변 경관을 이유로 남산 남쪽 지역(한남 뉴타운 등)에 대해 소월길 높이(93m)에 해당하는 고도까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서용산 지역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2001년 고시된 용산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서울역에서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한강로 부지 100만 평에는 강남 테헤란로와 같은 고밀도 개발이 일부 허용되기 때문이다.
국제정보업무단지로 조성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서울의 신부도심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서울시와 용산구의 계획이다.
철도공사는 철도정비시설, 물류센터 등으로 쓰고 있는 13만4000평에 국내 최고인 615m의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해 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반시설 부담 등을 우려해 남산(262m)보다 다소 높은 350m 이하만 허용한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긴 하다.
서울시는 한강철교 양쪽의 서부이촌동 부지 7만여 평을 국제업무지구와 합쳐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일대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10억원 이하 물건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빌딩 특별계획구역은 평당 최고 8000만~1억2000만원, 용산역 전면 특별계획구역은 1억2000만~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정 삼일부동산 대표는 “1년 전보다 배 이상 오른 가격이지만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용산역 전면 구역 물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수익률을 분석했다.
공시지가 평당 5000만원짜리 20평 지분을 평당 1억5000만원, 총 30억원에 매입할 경우를 보자. 내년 공시지가는 40% 오른 평당 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 사례를 감안하면 보상가(권리가액)는 공시지가 기준 땅값 14억원의 2.5배(비례율)인 35억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평당 2800만원일 경우 125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주상복합이 평당 3500원의 시세를 형성하면 세전 수익률은 45.8%(13억75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확한 보상가 예측이 어렵고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시장여건이 변화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용산2가동, 한강로2동 등은 지분 쪼개기가 활발하다. 2종 주거지역 호가가 평당 7000만원을 웃도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용산구 관계자는 “피해가 우려되므로 구 도시정비팀 등에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용산의 개발 열기는 청파ㆍ서계동 등 숙명여대 부근(중심지형 재정비촉진지구 검토), 철도공사의 초고층 개발지역 배후인 원효로 일대(주거지형 재정비촉진지구 검토)로 확산되고 있다.
용산구는 올 1월 5일자로 이 지역 45만 평에 대해 건축허가 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용산구는 삼각지 인근 미군기지인 캠프킴 부지를 구청ㆍ경찰서ㆍ세무서 청사가 들어서는 행정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중저밀도 동용산
한남뉴타운은 뉴타운 중 최고의 입지로 꼽히지만 사업 추진은 더딘 편이다. 지분 쪼개기가 활발해 이해관계자는 많은 상황에서 고층아파트를 짓기 어렵다는 것이 한남뉴타운의 딜레마다. 특별법에 의해 사업추진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있긴 하다.
한남뉴타운은 한때 평당 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겼다. 이현우 대한부동산 대표는 “평당 4000만원 안팎의 급매물에만 간혹 매수자가 나타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 주변관리방안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지역에는 오산중ㆍ고를 중심으로 한강~남산 조망축이 설정된다. 또 한남뉴타운 북측의 남산과 인접한 지역은 남산 조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저층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것이 부동산 투자자들이 남산과 가까운 곳을 피하고 한강과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용산동(일명 해방촌) 등 남산 남ㆍ서측 ‘고도 지구’에 대해서는 용산구가 국부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동 단국대 부지(4만1096평)는 7월께 용인 이전 후 건물 철거에 착수, 내년 상반기 분양이 이뤄질 전망이다. 용산구는 ‘학교용지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서울시를 거쳐야 하므로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제출된 잠정계획에 따르면 최저 3층, 최고 12층으로 평균 8층 높이의 아파트 644가구가 들어선다.
교통대책은 과제 중의 과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한강대교~서울역 도로에 몰리는 차량을 분산하기 위해 동작대교~용산공원 지하도로~후암동을 잇는 도로, 공원을 순환하는 도로 등의 신설을 제안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동작~후암동 연결도로 신설에 대비해 후암동 일대 15m 도로를 30m로 확장하는 방안을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빙고~원효로를 연결하는 지하도로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의 교통대책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용산은 어떤 땅?
용산은 일제가 건설한 근대적 신시가지다. 1905년 러일전쟁을 빌미로 조선에 들어온 일본군은 전쟁 후에도 떠나지 않았다.
용산 일대 300만 평을 약탈, 군사기지와 철도기지, 조달상인의 상가ㆍ주택을 세웠다. 용산의 최대 약점은 홍수에 약한 것이었다. 경기대 안창모 교수는 “도성 가까이에 300만 평이 넘는 넓은 땅이 빈 채로 남아있었던 것은 물난리에 취약한 저습지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은 수해예방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방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1925년 여름 두 차례의 전무후무한 대홍수로 인해 이촌동 마을들이 사라졌다. 일제는 일본인 거주지였던 용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강 제방을 확장하거나 신축했다. 해방과 함께 진주한 미군은 이 땅을 넘겨받아 이제껏 사용해왔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