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은 엄마가 나를 낳아 준 생산의 표적으로 인증하여 찍어 준 낙관 도장이다. 인육도장이다. 그것은 씨를 속일 수 없는 DNA가 와글거리는 족보 책으로 아무나 함부로 내 보일 수 없는 가문의 보물이다. 배꼽을 보면 돌돌 말아 돌아 간 모양이 있는데 족보 책을 깊이 말아 둔 탓이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고 분명 배꼽은 이생으로 나오면서 불어대는 나팔 소리요 이 세상에 나를 등록하고자 하는 인사카드다. 인체의 중심 부분에 위치하면서 태아 때부터 엄마로부터 받은 수유 줄기였다. 따지고 보면 이 배꼽은 과시용이 아니고 보관용이다. 허리 몸매를 드러내 놓고자 어쩔 수 없이 배꼽이 밖으로 나오게 되었지만 너무 흔하게 보는 것 같아 값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가문의 족보 책으로 물려받은 그 귀한 배꼽도 요즘 딸내미들은 과시용으로 내 놓고 다닌다. 귀를 뚫고 무엇인가를 매달던 때 어느 누군가가 빨리 코를 뚫어라 하고 응원 아닌 응원을 보냈지만 기어코 내 응원가를 들었는지 길들여지는 송아지처럼 코를 뚫은 사람이 나타나고야 말았다. 배꼽을 내 놓은 패선이야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나는 내심으로 총각 남자들이 혹여 배꼽을 내 놓고 다니는 자가 있는가 늘 궁금했는데 아직까지는 총각 배꼽은 보지 못하고 있다. 말라깽이 키꺽다리 남자애가 파머 머리를 하고 창백한 얼굴에 귀를 뚫어 주렁주렁 木魚를 달고 상의는 벗어 팔에 걸친 채로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하얀 y셔츠를 입고 있었다. 배꼽티는 아니었다. 다시 내가 한 번 더 주장하건대 사람의 눈길을 끌고자 한다면 젊은 남자들도 빨리 배꼽 티를 입어 볼 일이다. 왜 남자들은 그 흔한 배꼽티를 안 입는 것인지 그것이 자못 궁금한 일이다. 배꼽 시조 한 수 올리면서 배꼽 티를 입은 할망구는 없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