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가 담을 오르고 넘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도 아무리 절망적인 벽에 가로막혀 있더라도 힘을 합쳐서 노력한다면 절망의 담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보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등불을 비유로 하느님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고 계십니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된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수님의 당시 어느 집이라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집안을 밝히기 위해서 등경 위에 등불을 켜서 놓습니다.
그 등불 아래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사랑의 정을 충분히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등불을 켜는 것을 가지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설명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등불’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등불’은 꺼진 불이 아니라 항상 어둠을 밝히는 생명력이 있는 불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꺼지지 않는 등불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시기 위해서 참 빛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복음 8장 12절).”
그렇다면 ‘등경 위에 놓아둔 등불’은 어떤 등불일까요?
한 마디로 ‘하느님 말씀의 등불’을 말합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장 105절).”
그래서 말씀의 등불을 켜는 이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남에 대한 험담을 절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씀의 등불을 밝히는 이는 다른 사람들을 자기 생각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 말씀의 등불은 켜는 저희는 더욱 풍성한 하느님의 축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저는 피정 중에 특강을 할 때 유머나 예화를 많이 인용하여 하느님 말씀을 풀어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피정 때 특강을 하면서 유머나 이야기 없이 오직 성경에 나온 말씀 중에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 이야기만 2시간 동안 했었습니다.
그때 특강을 끝내고 차 한잔하면서 어느 형제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왜, 예수님 이야기만 하세요.”
그래서 저는“제가 그랬습니까? 그런데 죄송하지만 제 안에 예수님과 하느님 말씀밖에 없어서 그랬습니다.”
그러자 그 형제님이 말씀합니다.
“저도 2시간 동안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듣는 내내 예수님께서 내 몸과 마음 안에 충만하게 살아 계셨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에 관한 말씀이 재미있었고 은혜로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고운님들이 예수님이 등불임을 아는 선에 그치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말씀의 등불을 밝히게 되면, 두려움과 어둠이 물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와 영원히 하느님의 큰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고운님들은 삶의 자리에서 겸손한 등불로, 따뜻한 나눔을 하는 자비로운 등불로 영원한 기쁨을 얻어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겸손하고 자비로운 등불을 밝히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마음 안에 말씀의 등불을 밝히면서 어둠과 두려움을 몰아내고, 고운님들은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듣는 순명의 등불과 나눔을 하는 자비로운 등불을 밝히는 사람이 되어, 주님께서 주시는 큰 복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