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사랑 종자나눔

위기일발의 순간들 - 교정야사                                                  임재문 "곡예사의 첫사랑"이란 노래처럼 내 인생은 어쩌면 외줄 타기 인생인 것이 틀림없다. 내 직장의 운명이 그렇고 내 개인적인 인생살이가 그렇다.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 그 동안 숱한 위기일발의 순간들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그 위기일발의 순간들을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손,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다.약 사십여년전 산설고 물설은 낯선 땅 청송교도소에 근무할 때다. 지금은 청송교도소를 거쳐 경북 제1교도소가되었지만, 그때는 청송제1보호감호소이다. 삼청교육을 받은 감호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개청된 청송제1보호감호소 ! 중구금 시설로 사회와 격리하기 위해 지어진 보호감호소 시설이었다. 초임간부로 배명을 받아 경운주임으로 근무할 때다 지금은 영농작업장 주임이라고 해야 한다. 보호감호소 수용자 30여명을 인솔하여 진보면 소재지 광덕교 부근에서 영농작업을 하고 있었다. 계호원칙에 의해서 외곽배치로 경비교도를 배치하고 감호자들은 우리 직원이 직접 계호하고 있었고 나는 총 감독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날 오후 2시쯤 되어서이다. 갑자기 내 뒤로 경비교도대 짚차가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멎었다.황급히 내리는 사람은  경비교도대 대대장님이시다. "임주임 ! 저 밑에 하수구에서 무엇인가 들랑날랑해 ! 한번 살펴봐 ! 하고 다급하게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직원들은 보내 확인해 보니 보호감호자 한 사람이 도망가기 위해 하수구 밖으로 나가다가 짚차가 오는 바람에 도망하지 못하고 붙잡힌 것이었다. 만약 그사람이 도주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보호감호소을 짓기 위해 처음으로 위치를 물색한 곳은  외딴 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용자는 수용자니까 그렇지만,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들의 불편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물색한 곳이 청송 보호감호소이다. 시설을 중심으로 3면이 강물로 둘러싸여 도주를 예방할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는데도 도주했다면, 신창원이 도주했을 때보다도 그 파장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정년퇴임하셨지만, 그 때  그 대대장님의 은혜를 나는 진정코 잊을 수가 없다. 두번째 이야기는 그 후 3년이 지나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서대문구치소라고도 불리웠던 구 서울구치소에  근무할 때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가고, 서늘한 바람이 소맷깃을 스치는 초가을, 우리는 해마다 이맘때면 커다란 드럼통을 들여와 두개로 나누어 한 쪽은 방화사 한 쪽은 방화수통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연탄난로를 피우기 위해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침 내가 공장관구를 맡고 있어 그일을 수행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요란한 폭음과 함께 군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폭발물이 터진 것이 아니냐고 ... 그도 그럴 것이 드럼통 한쪽은 폭발 순간 날아올라 공장 지붕 위로 날아가고,나머지 한 쪽은 수십미터  밖으로 날아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옆에서 작업을 하던 수용자들이 한 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조사해 보니 페인트를 담았던 드럼통에 가스가 가득 들어 있는 것도 모르고 산소용접기로 절단하기 위해 대는 순간  가스가 팽창하여 폭발을 한 것이었다. 작업하는 사람이 다행히 손을 내어밀어 작업을 했고, 드럼통 옆에 사람이 없었기에 사상자가 없었다. 그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바로 그해 겨울 어느 날이었다. 갑부 을부 인수인계를 마치고 오전 열 시쯤 되었을 것이다. 요즈음은 4부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야 한다. 주임 관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갑자기 와당탕 ! 하고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허겁지겁 놀라 뛰어나와 살펴보니 소년수 거실 천정이 무너져 내려 앉았다. 지금도 독립기념관으로 남아 있는 그 당시 9사하 소년수 거실 천정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두깨가 5cm 이상된 시멘트 천정이었고, 소년수 4명이  수용되어 있었는데,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다. 알고 보니 그 때 마침 구매물을 나눠주고 있었기에 출입구 쪽에 몰려 있어서 불상사가 없었다. 만약 취침했을 때 무너져 내렸다면 모두가 압사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안 순간 위기일발의 순간을 넘긴 것이었다.91년도 초여름 교감으로 승진하여 춘천교도소에 근무할 때다. 그날은 공휴일이었고, 나는 당직교감으로 당직근무중이었다.오전 11시쯤 되었을 것이다.외부병원 근무자로 부터 전화 연락이 왔는데, 외부병원에 수용된 수용자가 도주했다는 것이다. 우리 교정시설에서는 도주를 가장 큰 교정사고로 꼽는다. 청천 벽력같은 소리다. 우선 전직원 비상을 걸고 버스 터미널과강촌검문소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을 급파했다.보고를 받은 소장님께서도 땀을 흘리며 들어와 내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계셨다. 본부에 보고 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자초지종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수용자가 도주한 것이 아니고, 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병원근무자가 병원 호실을 잘못찾아 허위 보고를 한 것이었다. 그 직원은 경위서를 받아 엄중 조치되었고, 도주사고는 영원히 야사로 묻혀야할 헤프닝으로 끝이 났다. 그 밖에도 위기일발의 순간들은 너무나 많다. 광주교도소 근무때는 적십자 병원에 수혈을 받기 위해 간 수용자가 도주하다가 병원 수위의 발에 걸려 넘어져 붙잡힌 사건하며, 나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난 사건하며, 정년퇴임하고 돌이켜 보니 보이지 않는 손 ! 하나님의 그 손길이 있었기에 무사히 다 마칠 수 있었다고, 다시 한번 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