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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도곡리철교
원제 : The Bridges at Toko-Ri
다른 제목 : 원한의 도곡리다리
1954년 미국영화
감독 : 마크 롭슨
원작 : 제임스 A 미치너
(남태평양, 사요나라 의 작가)
출연 : 윌리암 홀덴, 그레이스 켈리, 프레드릭 마치
미키 루니, 얼 홀리맨, 로버트 스트라우스
찰스 맥그로, 리처드 새논, 아와지 게이코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수상
<한국전쟁 소재 외국영화는 왜 별로 없고 또 별로 개봉되지 않았을까?>
한국전쟁 소재의 할리우드 영화의 숫자는 2차대전이나 베트남전 영화에 비해서 현저히 적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나마도 많지 않은 한국전 소재작품들은 우리나라에 미개봉 된 경우가 더 많지요. 왜 이런지 우선 슬쩍 체크해 보겠습니다.
혹자는 역사에 남을 큰 승리를 거둔 2차대전과는 달리 한국전은 '무승부'를 기록한 전쟁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뭐 어느 정도 일리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패전으로 끝난 베트남전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그 중 걸작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보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요. 다른 이야기로는 전쟁후 어려운 우리나라 환경 때문에 영화제작에 적극 협조(장소 제공 등) 하기가 쉽지 않아서 였다고 하죠. 역시 일리가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베트남전 영화가 실제 베트남에서 촬영한 경우는 거의 드물지요.
어떻게 보면 한국전은 2차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 끼인 전쟁이었습니다. 2차대전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거기에 이제 좀 식상해진 상황에서 다시 한국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가 계속 나오면 그리 큰 재미를 보기 어려웠겠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지난 다음 베트남전 영화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베트남전 영화는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와 전쟁반대 분위기가 펼쳐졌기 때문에 한국전보다는 관심이 일단 훨씬 높았습니다. 그리고 오래 지속된 베트남전과 달리 3년 정도의 한국전쟁은 다룰 소재가 더 적었지요.
아무튼 그럼에도 제대로 된 한국전쟁 영화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국책영화 말고 참전국인 미국 시각에서 한국전을 깊이있게 분석한 작품이 없다는 것이 전쟁영화 목록에서 참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1952년 강원도 원산만 바다에 정박중인
미국 항공모함을 이끄는 제독과 병사들
119 구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구조부애 대원들
미키 루니(왼쪽)와 얼 홀리맨
차가운 동해 앞바다에 불시착한 브루베이커
20분안에 구조하지 못하면 동태가 되어버리는 상황
바다에 불시착한 군인을 구조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보여진다.
<할리우드의 한국전쟁 소재 영화는 정말 한국전쟁 영화라고 볼 수 있을까?>
한국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무늬만 한국전이지 그냥 외지의 이름없는 국가의 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이야기를 다룬 소규모 전쟁의 일부정도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우선 로버트 라이언이 출연한 '낙동강 전투 최후의 고지전'을 보면 무늬는 한국전쟁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쓰여진 것은 1949년이었습니다. 그냥 전쟁소설을 각색하면서 소품의 전쟁영화를 만드는데 1957년 제작이다 보니 한국전으로 변경한 것이고 영화 어디에도 낙동강은 등장하지 않지요.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들도 그 장소가 한국이든 아니든 별 상관없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변방의 낯선 나라라는 설정이라면 어디라도 큰 문제없는, 즉 베트남전으로 바꾸어서 리메이크 해도 거의 달라질게 없는 내용들이죠. 즉 한국전의 상황이나 배경들을 깊이있게 분석해서 다룬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제목이나 오프닝 설명 때 알려주지 않으면 어딘지도 애매할 정도로. 아마도 록 허드슨 주연의 '전송가'는 예외적으로 한국의 상황이나 배경을 어느 정도 많이 묘사한 영화 였습니다. 다른 영화들이 대부분 개봉이 안된 이유들은 그렇지 못한 이유도 컷겠지요. 한국의 국책영화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변방의 어딘지도 잘 모를 나라에 미군들이 와서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애꿎게 죽어가는 씁쓸한 내용의 영화를 수입해서 개봉해봤자 국책방향에 큰 도움도 안되지요. '폭찹힐' 같은 경우는 대사에서부터 문제가 되고. 그리고 한국전쟁영화들 대부분 미군들만 등장하지 한국군은 나오지 않습니다.
<개봉작 중 보기 드물게 공중전을 볼만하게 다룬 '원한의 도곡리철교'>
윌리암 홀덴 주연의 '원한의 도곡리철교'는 성황리에 개봉되어 상영한 몇 편 안되는 한국전쟁 소재 영화입니다. 전투장면도 뛰어나고 제법 신경써서 만든 영화입니다. 공중전 장면이 볼만한데. 한국전 영화 중 보기 드문 항공부대 활약의 이야기지요. 아마 나중에 '빨간 마후라 '같은 영화를 만드는데 참고가 많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투기 장면이 좀 유사하기도 합니다.
북한 괴뢰군 진압을 위해서 위험한 작전, 전투기를 이용하여 다리를 여러개 폭파하는 작전을 수행하면서 숭고하게 희생한 미국인의 용기와 넋을 기리고 반공전신을 느높인다.... 뭐 이런 소재로 활용할만한 내용이긴 합니다. 그런데 좀 더 깊이있게 보면 사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윌리암 홀덴이 연기한 전직 변호사였던 항공부대 장교의 심리를 읽어본다면 말이죠.
30-40년대의 명배우 프레드릭 마치
전쟁에 아들을 잃고 가족의 비극을 겪은
비운의 제독 역할이다.
윌리암 홀덴
미국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며 변호사로 살아가던
브루베이커는 한국전쟁으로 다시 소환된 것이
영 달갑지 않다.
대통령이나 고위층, 장군 같은 역할에
너무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프레드릭 마치
<한국은 없고 일본이 대신 존재했던 영화>
1952년도를 배경으로 한국전쟁을 다룬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 한국은 없고 일본이 등장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서구인들이 기억에 남는 아시아의 인상은 아마 일본의 특징과 일본문화힐 것입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그냥 기억도 없고, 관심없는 서구인들이라면 어느 나라 전쟁인지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일본은 꽤 자세히 보여집니다. 일본에 상륙하는 미군군함 앞에서 모여든 기모노를 입고 교태를 부리는 여성들. 일본의 호텔과 미군을 상대하는 업소, 그리고 혼욕문화 등. 반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는 험난한 산지와 공산군들 몇 명 정도입니다.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원산만 인근의 '독고리' 라는 곳의 다리 몇 개를 파괴하는 작전이 벌어집니다. 이 곳에서 중요한 작전이 수행중인데 그 다리폭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은 영화에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작전이었고, 다리폭파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을 만들기 위한 부분이니까요.
미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변호사 브루베이커(윌리암 홀덴)는 이 낯선 아시아 전쟁에 호출을 받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모처럼 행복한 일반인의 삶을 살던 그에게 전혀 반갑지 않은 소환이 날아온 것이죠. 그는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다시 참전하게 됩니다.
'미드웨이'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 혹은 밀리터리 매니아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전투기는 아무나 조종할 수 없고, 고도의 훈련된 군인들의 몫이고 장교만이 조종사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항공모함에서의 전투기 출격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 등등. 브루베이커가 뽑혀온 것도 그런 이유라는 설정이지요. 아무나 할 수 없기에 다시 소환된 것. 누구나 다시 군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특히 목숨을 건 전투비행이라는 건 더욱 그렇죠. 더구나 브루베이커는 아름다운 아내 낸시(그레이스 켈리)와 어여뿐 두 딸이 있었습니다.
프레드릭 마치가 연기한 타란트 제독, 그는 전쟁으로 아들을 잃고 며느리도 미쳐버린 비운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전쟁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정말 프로 군인입니다. 그는 브루베이커의 모습에서 자기 아들과 같은 연민을 느낍니다. 정찰비행 중 바다에 불시착하는 사고를 겪은 브루베이커, 차가운 원산 바다에서 얼린 동태가 될 뻔한 걸 포니(미키 루니)와 네스터(얼 홀리맨)라는 구조병에 의해서 구조가 됩니다. 이런 사건을 겪었으니 브루베이커의 번뇌는 더욱 커지겠죠. 하필 그가 바다에 빠졌던 날 아내가 일본에 와 있다는 전갈을 받습니다.
모나코 왕비가 될 그레이스 켈리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갈채에 이어 다시 공연한
윌리암 홀덴과 그레이스 켈리
이렇게 행복한 가족을 둔 브루베이커
하지만 며칠후 위험한 전쟁터로 떠나야 할 운명이다.
아들을 잃고 가족의 비극을 경험한 제독
그는 브루베이커의 아내에게 혹시 모를 비극에
대비애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브루베이커가 아내와 보내는 잠깐의 시간, 이 내용에서 일본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실제 일본 현지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실내 장면이야 영화사 스튜디오지만 외부의 모습은 실제 일본이 보여지면서 많은 고전영화에서 그랬듯이 아시아 라는 지역을 소개하는 대표 국가로 일본의 배경이 보여지고 밤거리의 네온 등의 모습도 보여지지요. 특히 브루베이커 부부가 화들짝 놀란 혼욕 가족탕 문화, 그리고 일본 여자에 반해서 주먹다짐까지 하는 포니의 이야기에서 드러난 미군과 사귀어 보려는 일본 여성들의 모습 등 일본을 배경으로 한 내용에 어느 정도 할애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야기가 좀 길어진 이유는 그레이스 켈리의 출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레이스 켈리는 꽤 지명도가 있는 배우로 하찮은 단역을 하기엔 좀 그러니까요. 물론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 영화중 가장 비중이 적은 조연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출연 분량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은 영화에서 제법 비중을 둡니다. 그리고 이 내용의 비중이 길어진 만큼 윌리암 홀덴이 연기한 브루베이커 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의미, 행복한 가정에도 불구하고 낯선 아시아의 한국에 와서 애꿎은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상징적으로 대표되는 것이지요.
자, 사랑하는 아내와의 너무 아쉽고 짧은 날을 보낸 브루베이커는 다시 한국 원산만 근처에 있는 항공모함으로 귀환하고, 그는 살아서 다시 가족을 보기 어려울 것임을 직감합니다. 원래 이 영화의 결말을 임무를 완수하고 극적으로 생환하는 것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윌리암 홀덴이 주제의 취지에 맞게 소설과 동일한 비극적 결말을 원했다고 합니다. 윌리암 홀덴은 동생이 2차 대전에서 사망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전쟁의 비정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배우였습니다. '모정'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공교롭게도 한국전쟁과 관련된 영화에만 4편 출연한 배우였고, 아시아의 먼 나라 한국 전쟁에서 외롭게 죽어간 역할을 두 번이나 한 셈입니다.
프레드릭 마치는 굉장히 투철한 군인을 연기하는데 영화의 앞 부분에서, 다시 참전하여 목숨을 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브루베이커에게 한국전쟁의 의미와 중요함을 역설하는 장면이 한차례 등장합니다. 한반도를 빼앗기면 일본 및 아시아 전역이 공산화 된다고.
한국은 없고 일본이 보여지는 영화
비로소 남편이 얼마나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었는지
알게 된 아내, 하지만 그럼에도 남편을 보내야 하는 운명.
일본 문화중 하나인 혼욕탕의 모습
이 낯선 장면은 서구인들 뿐만 아니라
영화 개봉시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낯설었을 것이다.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
이 애틋한 장면을 뒷모습으 통해서 아련하게 담아냈다.
<2차 대전의 결과가 만들어낸 재편성된 세상에서 잉태된 동서간의 첫 전쟁의 장이 된 한반도>
우리가 단지 비극적 내전으로 기억할 수 있는 6.25 전쟁은 전쟁사나 세계 역사에서 특별히 다루어질만한 의미가 있는 전쟁입니다. 단순한 내전이 아니고 2차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에 의해서 재편된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이었으니까요. 2차 대전은 아시다시피 연합군의 큰 승리로 끝나고 그 승리의 전리품을 나누어가진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과 소련이었습니다. 이 두 승전국에 의해서 세계는 동서로 분리되었고, 자본주의(서방)와 사회주의(동구권)의 치열한 세력다툼의 장이었습니다. 서유럽과 미주지역의 자본주의와 동유럽과 중국, 소련의 사회주의, 이런 분위기에서 일종의 무주공산 같은 아시아 지역은 두 세력의 각축장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6.25 전쟁은 2차 대전의 유산이 되어 재편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대적인 대결을 펼친 첫 전투였습니다. 장소는 한반도 지역이었고 한국과 북한의 전투였지만 소련이 제공한 무기와 중국이 제공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와 미국 및 UN 16개국이 참전한 자본주의 국가간의 3년간에 걸친 대전이었지요. UN이 결성되고 전쟁에 투입하여 우방을 도와준 첫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즉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세력은 붕괴되었지만 그 이후에 등장한 거대한 두 갈래의 세력,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또 다른 전쟁이 불과 5년만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미군은 연인원 100만명이 넘게 투입되었고,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전쟁, 역사의 변화로 인하여 발생한 전쟁인데 이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들은 고작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잠깐의 이야기를 다룬, 그나마도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내용으로 슬쩍 다루고 있을 뿐이니, 깊이있게 제대로 다루어진 한국전쟁 소재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많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히려 '폭찹힐'이나 '원한의 도곡리철교' 같은 비교적 잘 만든 영화들을 보면 한국전을 바라보는 미국 일반인의 시각이나 입장이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조차 잘 모르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전쟁에 소중한 가족, 자녀, 남편, 아빠가 참전하여 희생을 치루고 죽기까지 하는 그런 전쟁, '폭찹힐'에서 우디 스트로드가 연기한 프랭클린 이라는 병사의 태도와 대사, '원한의 도곡리철교'에서 그레이스 켈리의 우려스러운 모습이나 출격을 앞두고 깊이 번뇌하는 윌리암 홀덴의 모습, 마치 미개스런 낯선 언어(그들의 시각에서)를 쓰는 괴뢰군의 모습과 그들에게 희생당하는 주요 유명 배우들(윌리암 홀덴, 미키 루니, 얼 홀리맨)
어쩌다가 한반도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충돌하는 아시아의 요충지가 되어 이런 상황을 겪게 되었고, 그 후유증은 70여년을 겪으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받은 엄청난 부채는 전쟁세대의 손자뻘되는 세대들이 여전히 계속 비싼 값으로 값아나가고 있습니다. 매년 엄청난 방위분담금을 내는 국가이니. 물론 그로 인하여 북한의 침략이 없을거라는 안심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는 있으니 단지 부채상환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요.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뿐이지. 언젠가 대령에서 예편한 재향군인회 고위직을 지낸 지인분에게 물어보니 미군이 철수하면 병력의 70% 가 감소되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전쟁이 다시 벌어지면 3일이면 끝난다고 하더군요. 그 분의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21세기에는 20세기와 같은 그런 긴 전쟁이 벌어질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지전의 양상을 띤 전투 영화는 21세기에서는 그야말로 '다른 시대의 모습'을 그려낸 역사영화가 되는 것이죠.
항공기를 항공모함에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신호병사
노련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윌리암 홀덴은 한국전 관련 영화만
총 4편에 출연했다.
왜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낯선 한국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나...
번뇌하는 브루베이커
출격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묘사하는 장면
이 영화속 주인공 브루베이커는
미국이 한국에게 던져준 장기부채 같은 존재다.
<제법 많이 신경서서 만든 제대로 된 전쟁 영화>
비중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그레이스 켈리 입장에서는 대표작에 꼽히지 않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꽤 신경을 쓴 영화입니다. 미군부대들의 대대적인 협조하에 제작된 영화이고 19대의 항공기가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항공모함이 동원되기도 했지요. '미드웨이'나 '동경상공 30초' 같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항모에서의 출격과 상륙에 대한 위험과 전문성도 보여지고요. 특히 그들 영화에서 이륙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착륙의 위험성이 보여지는게 특징인데 두 대가 연착륙을 시도할 때 앞 항공기가 제대로 착륙못해서 활주로에서 비켜지지 못할 때 다른 한 대가 연료가 소진되기 전에 다시 활주로 정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걸 대비해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틸리라는 장애물을 설치하여 비상착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것도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입니다. 꽤 전문성이 있는 내용으로 아마도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보면 꽤 흥미로울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면모도 당시 절정의 톱스타인 윌리암 홀덴과 그레이스 켈리를 위시해서 30-40년대의 명배우 프레드릭 마치가 제독역할로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아역배우 출신으로 30년대 후반~40년대까지 가장 돈을 잘 벌어다주는 스타에 오르기도 했던 미키 루니도 등장합니다. 그의 동료 군인으로 'O.K목장의 결투'나 '건 힐의 결투' '비를 오게 하는 사나이' 등에서 서글서글한 청년 또는 악동청년 역으로 등장한 얼 홀리맨이 합세합니다. 유명배우들, 군부대의 대대적인 지원 '챔피언' '여섯번째의 행복' '페이톤 플레이스' 등을 남긴 감독으로 기억되는 마크 롭슨 연출 등 꽤 신경써서 만드 영화이며 특히 다리 폭파하는 항공전 장면은 제법 스펙타클 합니다.
1954년에 공개된 영화지만 시네마스코프가 막 등장할 때 촬영된 작품이라 4 : 3 비율(1.37 : 1)로 만들어졌는데 이 비율로 공개된 할리우드 영화의 끝자락에 있는 작품이지요. 그나마도 한국전의 의미에 대한 언급과 숭고한 희생이 보여진 영화로 개봉되기 적합한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가족과의 행복한 미국에서의 삶을 팽개치고 마지못해 차출된 주인공 브루베이커의 번뇌와 쓸쓸한 죽음 때문에 다소 개운치 않은 영화지요. 특히 절대위기에 빠진 두 사람의 대화에서 미키 루니가 윌리암 홀덴에게 '어쩌다가 한국에서 이런 신세가 되었나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더욱 안스러운 대사지요.
짧은 장면이었지만 제법 스펙타클했던 다리 폭파 장면
이 공중전 장면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총 19대의 항공기가 실제로 동원된 영화
어쩌다 한국에서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애초에 잘못된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 - 60년간 거의 언급안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제목과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마무리 합니다. 우선 영화제목에 나온 '도곡리'는 대체 어디일까요?
저는 어릴때는 양평에 있는 '도곡리'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면 배우들이 '독고리'라고 발음하지 도곡리 라고 하지 않습니다. 영어 표기는 Toko-Ri 입니다. 토코리 가 되고 아무리도 도곡리 보다는 독고리의 영어식 표기가 더 가깝죠. 어찌해서 Toko-Ri 가 도곡리로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국내 개봉광고에서는 무려 한자어로 구체적으로 '도곡리(道谷里)' 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영화속에서 표현한 '독고리'가 아닌 '도곡리'로 계속 표기되고 있지요. 물론 양평의 도곡리와는 한자가 같지만 당연히 아닙니다. 영화속 배경은 원산 앞바다에서 진입하는 곳으로 강원도 북부나 함경남도 남부지역쯤 되어야 합니다. '독고리'고 검색해보니 강원도 창도군 지석리 마을이라고 되어 있네요.(현재 북한지역) 실제 그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강원도에 있는 북한땅이니 좀 더 현실성이 있지요. 우리나라에 도곡리 라는 지명은 양평, 경북, 평택 등 무려 세곳이나 되는데 모두 道谷里 라는 한자를 씁니다. 즉 1960년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개봉할 때 제목이 잘못 쓰여진 것으로 '독고리'를 '도곡리(道谷里)'로 오기한 것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잘못된 제목이 쓰여지는 것입니다.
아무튼 한국전을 다룬 '전투영화'에서는 국내 개봉되어 성황리에 제법 오래 상영한 영화가 바로 '원한의 도곡리 철교' 였습니다. 여러가지 밀리터리 고증에도 불구하고 다소 저평가된 영화이긴 합니다. 물론 드물게 영화칼럼리스트 레너드 말틴은 별 세개 반(4개 만점)을 준 영화이긴 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이 원작소설 작가인 제임시 미치너는 '남태평양' '사요나라' '하와이' 등을 쓴 작가로 모두 유명배우가 출연하여 영화화 되었지요. 이국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는 작가였던 것입니다.
ps2 : 그레이스 켈리가 짧은 배우생활 중에서 상대한 남자 배우들은 '빙 크로스비' '게리 쿠퍼' '캐리 그랜트' '알렉 기네스' '클라크 게이블' '제임스 스튜어트' '레이 밀런드' 등 거의 아버지뻘 혹은 작은 삼촌뻘 되는 늙수그레한 남자들이었는데 그래서 윌리암 홀덴이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윌리암 홀덴 과는 '갈채' 에서도 공연했지요.
ps3 : 이 영화에서도 한국측 군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출처] 원한의 도곡리철교(The Bridges at Toko-Ri, 54년) 한국전 소재 국내 흥행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