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2
우유를 먹은 거실바닥이 미끈하다
하루는 젖병처럼 쓰러져 있고 아이는 흘러나와 거실바닥을 적시고 있다
도화지에는 아이가 그리다만 엄마 얼굴이,
창 밖에는 아이가 그리지도 않았는데 눈이 내리고,
잠든 아이를 토닥토닥 형광등이 불빛으로 잘 덮어주고 있다
굳게 닫힌 현관문을 따고 눈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눈을 털어 내자 눈사람은 키다리 아저씨로 변했다 근데,
동화 속에서 왜 자꾸 술 냄새가 나는 걸까
아이가 읽다만 동화 속으로 비틀거리며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술병이 잠든 아이를 걷어찼다
아이는 걷어차이면서 다시 첫 페이지로 휙 넘겨졌다
동화 속의 첫 페이지에는,
- 엄마가 도망가고,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친척들이 아이를 키우다가 입양시킨다. -
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까지만 아이의 내용과 일치했고,
정작 아이는 입양되지 않았다
엄마는 야근 중이고 실직한 아버지는 늑대였다
사내가 형광등 불빛을 확 걷어버리면서 꿈속에서 아이를 끄집어내자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온,
동화 속 주인공 같았다
아이에겐 모든 것이 마법 같았다 그러나
스토리는 아직 전개되지도
않았다
첫댓글 가끔은 마법 같은 세상의 중심에 들어앉아 중얼거리기도 한답니다. 이 꿈 같은... 마법이 깨어나면 우리 아름다운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