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설야 (클리앙)
2024-08-04 10:22:36 수정일 : 2024-08-04 10:27:34
먼저 이 끔찍한 더위에 일상이 망가진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건 정말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다못해 숙소라도 제대로 잡았으면 하는데 그것도 안되서 건강이 걱정됩니다.
파일럿 스케일이지만 셀 생산 라인 운영 담당자로서 몇마디 써보겠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발생한 리튬 이온 셀은 아닙니다.)
1. 저는 이번 사고가 정말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에서요.
재산상 피해가 어마어마하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렇게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화재에서 몇차례 화재가 있었음에도 운이 대단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는 정말 운이 좋았지만 하인리히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사고가 이어지면 곧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정부 당국에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2. 원인은?
CATL의 배터리라서 신뢰성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리튬 이온 셀 자체의 한계라고 보는게 좀더 맞지 싶습니다.
다만, 이번 CATL 배터리가 중국에서도 비판이 많은 점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중국은 하이니켈에서 좀 부족하다는 평이거든요. 니켈이 원래 열폭주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고작 1년도 안된 배터리가 저렇게 되었다는건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합니다.
일단 4가지 원인 정도로 압축되지 싶습니다.
1) 셀 불량
2) BMS의 실수(?)
3) 배터리 팩 (또는 셀)의 물리적인 손상
4) 전장부품의 불량(?)
저는 1)번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셀 불량을 잡아내기 위해서 생산 공정이 모두 끝난 후 에이징 기간을 몇주씩 가져가서 불량인 셀들을 잡아냈는데, 국내 3사들이 어느정도 생산 공정이 안정화되면서 이 기간을 짧게 가져갔습니다. 사실 하루 아웃풋을 생각하면 그 어마무시한 공간 마련도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불량의 징후가 좀 천천히 나오는 셀들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다들 샘플링으로 싸이클을 많이 돌리면서 에이징도 오래오래 하면서 평가도 하고 거기서 나오는 결과값을 반영해서 생산 공정에서 정말 많은 측정을 하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해도 불이 나는게 리튬 셀이라... (LFP라고 덜하지 않아요)
2)번은 그 다음으로 높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 1)번과 맞물려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가 좀 비리비리한데 그래도 정상 범주내에 들어오는 셀이 하나 껴있던거죠.
여러차례 충방전을 거치면서 이 셀 하나가 전체적으로 용량이 떨어지는겁니다. 그러니까 SOH가 떨어지는거죠.
그런데 리튬이온셀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충방전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SOH 판단하기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다른 수많은 셀들을 평가하면서 얻은 결과값으로 간접적인 방법으로 계산해서 이런 저런 데이터를 보일때 이정도 SOH가 된다라고 표기해 주는겁니다.
자 그런데, 위에서 그 비리비리한데 정상인 놈이 몇달동안 사용하면서 SOH가 쭉쭉 떨어지면 충전된 용량이 다른 셀들에 비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BMS는 셀 밸런싱 차원에서 얘한테 계속 전력을 투입하고, 이게 결국에는 셀의 과충전으로 이어져서 열폭주가 발생한다는거지요.
다만, 1)번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게, 이런 상황을 셀 제조사나 팩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에 모를리가 없으니 이런 상황을 대비했을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언급한 이유는, 이 상황이 아니면 충전 중이 아닌 배터리가 과충전으로 이어질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3)번은 그래도 약간의 가능성이 남아있는게 배터리에 물리적인 손상이 가해져서 이때문에 발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4)번은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열폭주로 이어질만한 상황을 BMS가 아닌 전장부품이 일으킬 수 있을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그렇다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튬 셀과 화재는 뗄레야 뗄수가 없습니다. 시간 문제가 확률의 차이일뿐이지요. 게다가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들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가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몇가지 적어보면,
지하주차장에 충전기 설치를 안하는게 최선입니다. 이건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요즘처럼 지하주차장밖에 없는 곳은 어떡해야 하느냐면, 이건 그렇다면 화재가 발생했다고 상정하고, 그 상황에서 가능한 리스크를 제거하거나 완화해야죠.
가령, 지하주차장의 출입구와 사람의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내부 깊숙한 곳에 몰아넣는게 그나마 선택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번에 화성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높았던 이유는 화재시 탈출로 확보가 되어있지 않아서입니다.
이건 사실 아파트도 그렇지만,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갖고 있는 상가나 마트 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가능한 한군데 몰아넣고 이 주변에는 추가 화재로 이어질 배관이나 배선 등은 최소화 하는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군데 몰아넣으면 화재가 발생했을때 필요한 설비들을 관리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가령 스프링클러를 대용량으로 쓴다든지 전기차 소화용 장비 등을 비치해놓는거죠.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게 최선이겠지만, 앞으로는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상정하고 모든 건축관련 허가나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지 싶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첫댓글 댓글 중---
아틀란타
1번의 불량 징후는 어떻게 확인하는건가요?
걸러진 배터리 수가 꽤 될듯한데 폐기하는지 B급으로 사용도는지 궁금하네요
답설야
@아틀란타님
일단 여러가지를 측정합니다. 그걸 다 말씀드리기는 저도 어렵고, 그렇게해서 걸러지면 사용은 어렵죠. 폐기해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메이저3사가 있어서 폐기 후 재활용도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두콩
1. 화재가 급격히 번지는 특성상
낮에 일어나 신속하게 대피하여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천만다행입니다.
심야에 발생했다면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했으리라 생각됩니다.
2. 이런 저런 소소한 전기차 화재 소식에 점점 둔감해져가는 요즘에 전기차에 대한
대책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것 같아 이 또한 다행입니다.
카리아스
소방차가 진입해야하는데, 지하주차장 특성상 들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소방차던 소방대원이 투입되어야 빠르게 진화를 할 수 있어야할텐데요(걸어서라도), 그래서 지하주차장에 설치하게 되면 최대한 입구와 가까운 쪽에 해야한다고 하네요.
에릭핑거
이게 바로 잡으려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듭니다.
우선 전기차 충전기를 지하주차장에 주로 설치하는 이유가 비용때문입니다.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면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지원금 안에서 설치하고 싶어하고
설치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전력선이 지하에서 들어오고 엘베 부근에 집중되어 있으니 지하에 엘베와 가까운 곳에 설치하는게 일반적이거든요.
이걸 지상에 옮기려면 생각보다 공사가 커집니다.
그래도 지상에 주차장이라도 있는 아파트 같은 경우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공원형 아파트 같은 경우는 아예 답이 없게됩니다.
전기차 충전기와 전기차 주차공간을 지상에 만들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상당수의 녹지를 없애야 되는데 이걸 입주민에게 동의 받는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거든요.
우리나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여러대의 소방차가 직접 들어가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되구요.
우선 감식결과를 지켜보는게 우선일 것 같고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서 좀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제대로 잡았으면 좋겠어요.
dintury
배터리문제든 지동차 구조 문제든 저런 컨트롤 안되는 화재 위험성이 큰 상품이라면 판매금지가 맞지않나 생각합니다. 배터리회사든 자동차회사든 자기들이
자구책을 만들어놔야지, 소비자가 법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런 전기차를 팔아재끼는게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잘쓰면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자동차나 가전제품 수준이 아니잖아요.
배터리화재가 났을 때 효율적으로 화재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없다면, 전기차의 일반 판매는 중지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기술적인 장치를 만들어서 그 장치가 탑재된 차는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고, 지금처럼 아무런 안전 장비 없는 차는 지하에 못들어가게 하고. 이렇게 논의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봅니다. 배터리가 어떻고 충전이 어떻고 우리가 얘기할께 아니라 제조 판매하는 쪽에서 문제 해결을 하고, 또 법으로 그 해결을 하도록 강제해야하지 않을까요.
Leolee
저도 반도체 하드웨어 관련일 했던 입장으로 말해보자면
1, 제조란것은 100%란것은 없습니다.
기업에서도 어느정도의 불량률, 통상적으로 몇백 피피엠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하는데, 백만개 중에 몇백개지요?? 이게 말이 쉽지 쉽지않습니다, 더더구나 차량용 배터리란 개개의 불량이 엄청난 인명사고를 일으킬수 있는 분야입니다,
2. 그 불량이란것도 별의 별것이 다 있습니다,
첨엔 잘 되다가 안되는놈, 되다가 안되다 하는놈, 특정 케이스만 안되는놈, 등등등
보통 특정 케이스에서 안되는놈은 그나마 거르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합니다만,
잘되다가 안되는거, (예를 들어 며칠을 쓰다보면 안된다, 그 며칠을 수만개의 제품을 어떻게 테스트합니까?), 됐다 안됐다 하는거 등등.
불량 잡아내는게 쉽지 않습니다,
3. 배터리란거, 말이 1000kwh지 장난 아닌겁니다,
배터리 셀 중에서 에너지가 어느 상황에서 플러스 마이너스가 쇼트나니까 나는 사고 같은데, 전기 쇼트란것은 말그대로 순식간에 폭탄의 점화를 하는거와 같은 겁니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4, 앞으로 기존의 제품들이 노후화 되면서 더 큰 사고가 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