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시청자가 회사 대표 메일로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엄마인데, 애니맥스에서 방영한 ‘빨강머리앤’을 함께 보며 그 동안 막혀있던 대화의 통로를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었다.
애니메이션 채널을 운영하면서 종종 이와 같은 메일을 받게 된다.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인 ‘세대 간의 연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항상 뿌듯함을 느낀다.
애니메이션은 단지 어린이만 즐기는 ‘만화영화’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극장 또는 TV에서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있으며 어린이용, 청소년용, 성인용, 가족용 등 다양한 타깃 층을 대상으로 생산·공급되고 있다.
또 풍부한 상상력과 화려한 영상 탄탄한 스토리로 제작된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으로 그 무대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서 줄 수 있는 즐거움과 무한한 확장성을 갖고 있어 차세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주요 내용이 청소년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져 ‘만화영화=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순기능에 대해 논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최근 정부에서 ‘콘텐츠 강국’을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에도 직접적인 투자를 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제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제작뿐만 아니라 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역할은 세대 간의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빨강머리앤’을 보며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러 간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다. 밝고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지각 발달과 정서 함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등장인물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해보고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희망을 갖기도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문화진입 장벽이 낮아 한류의 뒤를 이을 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를 위해 제작 애니메이션의 대상이 폭넓게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산 애니메이션이 유아물에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과 같이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해 다양하게 제작되고 자연스럽게 같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은 곧 애니메이션 관련 부가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감독, 음향,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터, 성우, 캐릭터산업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인구를 늘릴 수 있어 고용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순기능을 잘 파악하고 올바르게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정착되어 국내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이루는 계기가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기존의 인식부터 제거해야한다는 생각. 안좋은 면만 너무 퍼져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