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학생이고 뉴욕에 있습니다. 그 덕에 온갖 인종은 다 만나볼 수가 있는데요,
한국축구가 어떤지에 대해서 알아볼 기회가 조금 있었습니다. 이건 언제까지나 그냥
렌덤한 답변일테니 그냥 믿거나 말거나 정도로 재밌게 보시면 그뿐일거에요.
우선 제 룸메이트가 폴란드 친구였습니다. 폴란드는 2002년에 한국에 첫게임을 2:0으로
완패당한터라 조금 묻기가 뭐했는데 그 친구가 워낙 괜찮은 녀석이고 해서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 말로는, 폴란드가 한국에 지던 날 바르샤바에서는 폭동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워낙 완패인데다가 폴란드는 아주 친한적인 국가이고 사람들이
지랄맞지가 않고 점잖아서 그런지 다음게임을 이기면된다는 분위기였다더군요.
아시아에서 축구를 잘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이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릅디다.) 정도가 떠오르는데. 당연히 한국이 가장 강한 나라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두번째로 약간 희한한 캐릭터인데 미국인인데 축구를 좋아하는 놈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축구 좋아하는 미국 사람을 만나는 건 한국에서 럭비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것
보다 조금 쉬운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텐데요, 어쨋든 엘에이 출신이라 한국인 친구도
꽤 있는 것 같고(참고로 흑인입니다.) 엘에이 갤럭시에서 홍명보가 뛰었던 것도 알고있습
니다.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강한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라고 대답했는데, 이 친구도 역시
그중 최고는 당연히 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2002월드컵때 심판 판정얘기를 슬쩍 꺼내봤
는데 오심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건 개최국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어드밴티지일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더군요. 가장 좋아하는 팀은
의외로 유명한 나라들이 아니라, 브라질은 포함시켰지만 그 외에는 아일랜드나 터키
한국처럼 전쟁하는 듯한 축구를 하는 나라를 좋아한다고 하고 이탈리아 전을 정말 감명
깊게 보았다고 합디다.
또 한 룸메이트가 네덜란드 친구였는데 이 친구 역시 아시아 축구는 당연히 한국이 최고
라고 하면서 한국이 우승하기에는 아직 조금은 부족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에너제릭한 축구(열심히 뛴다는 얘기겠죠)를 해서 어떤 게임이든 재미있게 하는
팀 중 하나라고 평했습니다. 2006월드컵은 네덜란드가 우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암스테르담 출신의 아약스 광팬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반에 브라질 백인여자애가 있는데 미친 축구 팬입니다.
텔레비젼에 보시면 그... 브라질 국기 그려진 브라만 입고 나와서 덜렁덜렁(...) 거리는
여자들 부류 중 한명인데 갈색머리에 키가 별로 크지 않은 타입이라 뭐 벗어도 그다지
섹시하진 않을것 같긴 하지만 어쨋든 소개할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마자 꼬레아!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2002년에 축구 보러 한국에 왔었다고 하더군요.
시청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서 응원하는게 진짜 멋있었다고 하면서, 이번 월드컵
에 당연히 우승은 브라질이겠지만 한국이랑 브라질이 결승에서 만날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나라 축구는 조금 무시(라기보단
어차피 자기네 나라가 제일 세니까 별 관심이 없다고 하는게 맞을까요?)하는 듯한 생각
을 하는 것 같은데 아시아 팀들중에 한국하고 일본 중국 말고 어느 나라가 월드컵에 나왔
었는지 모르더군요 -_-;; (물론 중국은 왜 기억하는지 아시겠죠.) 그리고 한국이랑 일본
이 싸우면 한국은 월드컵 4강에 드는 팀이니까 당연히 한국이 이기지 않나? 라고 하면서도
그냥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네 학교에 맨체스터 출신의 영국인이 컴퓨터실 관리인이어서 친구랑 얘기를
많이 했다는데, 2002년에 영국사람들도 한국 축구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그러더랍니다.
일본축구는 예쁘기만하고 재미없는데 한국축구를 보고있으면 자기팀도 아니고 잘 아는
나라도 아닌데 마치 뭔가 터질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네요. 유럽에서 터프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바로 아일랜드 사람들이고, 아일랜드 축구도 정말 끈질기고 포기할 줄
모르는 터프한 축구인데 아일랜드 축구에 비교하면서 한국 축구가 정말 멋있었다고 칭찬
하더랍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술집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브라질 전 경기를 생중계 해줍니다.
술집 겸 밥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2만원정도면 200여 가지의 고기가 계속 나오는 희한한
시스템이어서 크로아티아랑 하던 날 가봤는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문앞에다가 "이렇게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써붙였습니다. 카메라를 안가지고 가서 찍지는 못했는데,
첫경기 크로아티아는 3:0 호주는 5:0 일본은................................................................
쫌 궁금하시죠;;;
무한대 + α :0 이었습니다.
그래도 꼴에 같은 아시아 국가라고 조금 기분이 상했어요.
제가 그날 한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호나우두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도어맨 아저씨
(문 앞에서 손님들 문열어주고 안내해주는 사람)가 보자마자 "꼬레아???" 이러는 것입니다.
그래서 Yes!! 했더니 "Japan sucks! but Korea football team is really amazing!"
(일본은 엿같지만 한국 축구팀은 아주 놀라워!) 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저도 브라질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로날도를 너무 좋아한다고 했더니 오늘 크로아티아를
3:0으로 이기는 삼바축구를 즐기라면서 윙크를 탁 해주더군요. 안타깝게도 3:0으로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기니까 다들 좋아서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쨋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게 그 나라의 모든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요. 아시아에도 좋은 팀이 많지만 제가 본 사람들 중에는
한명도 빼지 않고 전부 그중 톱은 한국 축구이고,유럽 강팀들과 싸워서 이겼을때 이변이
라고 하고 싶지 않은 딱 하나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우리 그런나라에 살고있는거 너무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전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한국 국가대표 져지를 입고 나가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툭치면서 "꼬레아!"
라고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고 갑니다. 물론 저도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져지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엄지손가락을 세워줍니다. 우리나라는 그네들이랑 동급의
축구 강국이거든요. 이상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텔레비젼 앞에서 살고있는
불쌍한 유학생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
p.s 딱 하나, 한국을 욕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탈리아 사람들입니다.
이놈들은 여전히 정말로 우리가 심판 매수를 했다고 믿고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전
그냥 그사람들이 성내면 이렇게 말합니다.(실제로 괜히 말걸면서 시비거는 놈들이 가끔
있어요.) "우리가 이긴건 맞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나라이고 그 때
우리가 운이 좋아서 이긴거야. 너무 화내지마 한국사람들은 이탈리아가 강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거든. 축구라는게 강하다고 다 이기는 건 아니잖니. 이번에 니네가 우승
할테니깐 너무 화내지말구, 우린 홈에서 해서 조금 덕본 건 있지만 심판매수같은건
한 적이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진 마 니넨 강한나라잖어."
그러면 지들도 화내놓고 반응이 영 시원찮은데다가 지들 쎄다고 치켜세워주는데
화낼수도 없고 해서 그냥 니들도 열심히 해라 그러면서 갑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애들 보면서 느끼는건데 얘들하고 우리하고는 영 인연이 아닌가부죠? 그때 이후로는
상당히 멀어진 느낌이네요.
** 출처- 알럽 싸커.
잼나고 기분 좋은 글이라 펌 햇슴다.
첫댓글 하나은행 광고가 진짜였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