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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틈틈이 프랑스의 인류 사회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쓴 <슬픈 열대>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동안 한국말로 된 책은 거의 보질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책 표지의 ‘슬픈’이라는 단어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페루에는 우리나라의 한(恨)처럼 슬픈 정서가 있고 그것은 페루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하나의 단서라고 여기고 있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번에 페루의 최북단까지 여행하였던 것도 페루의 열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안데스의 서쪽지역은 열대기후라고 하기에는 좀 어정쩡하였고, 언젠가 안데스의 동쪽으로 광대하게 펼쳐지는 아마존지역을 둘러보아야겠다고 여기고 있다.
<슬픈 열대>의 역자는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하의 서문에서 레비 스트로스의 사상과 <슬픈 열대>를 해설하고 소개하고 있는데, 몇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던 <형이상학>책을 보는 것처럼 어렵다. 아무튼 레비 스트로스는 1930년대 사상계의 주류였던 실존철학이 사유에만 머무르는 것에 혐오를 느끼고, 구조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학(民族學: 민족의 역사와 그 구조들의 연계성 등을 연구하는 학문)에 천착하게 된다. 그는 브라질의 대학교수로 재직할 당시, 틈틈이 열대우림의 원주민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 현대 인류의 의미를 되짚는다.
그가 경험한 원시적 원주민 사회는 서구문명인의 눈과 경험으로 볼 때 미개해 보이지만, 그들은 신비스러운 사회구조와 조화를 가지고 자신들의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역자의 서문 일부분을 요약하면 <레비 스트로스는 원시인(미개 사회의 원주민)의 사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거나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 원시인들도 고도의 복합적인 형식으로 사고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논리란 단지 서구인들에게 익숙한 추상과학의 논리와는 다른 종류의 질서를 지녔을 뿐이다. 현대의 과학적 사고가 하나의 단일한 부호(code)를 추구하는데 반하여, 야생의 사고는 그 자체를 계속하여 집단화하고, 많은 불연속적 요소들을 단순화시키지 않은 채로 경험세계의 자료들을 재정리하는 하나의 의미론적 체계이다. 원시인이 사용하는 논리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감지적이며, 심미적인 논법인 것이다. 결국 레비 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의 특징을 무시간성(無時間性)에서 발견한다. 왜냐하면 야생의 사고의 목적은 세계를 하나의 통시적(通時的)·공시적(共時的) 전체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p91>
초등학생 시절 달달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에 ‘실질(實質)을 숭상하고’라는 말이 있었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숭상하라는 이 표현은 한국의 수치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을 기계화시켜 인간 자체의 본성적 의미를 잃어버리게 하였다고 믿는다. 이미 게오르규의 <25시>나 찰리채플린의 무성 영화에서 보았지만, 기계의 부품처럼 전락해 버린 인간은 그 효용성이 부족하거나 상실되었을 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하나의 조류처럼 한국 사회에 번지고 있는 자살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페루에 온 한국인 이민자들과 선교사들이 페루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무질서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페루의 문화는 이미 한국인들의 유전자에 인이 박혀버린 실질과 효율의 경험으로 볼 때 미개해 보이고 화가 나는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의 원시문화에 대한 통찰은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던, 즉 문명의 경험으로 포장된 비인간적 껍질을 깨고 본성적이고 자연적인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우리의 내면에는 아직 신비스러운 조화의 구조를 지녔던 원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그것을 열대 원주민 사회에서 보았고, 그래서 열대는 슬픈 것이다.
첫댓글 현대문명으로 파괴당해서 '슬픈' 열대에 진정한 기쁨의 단초가 있을 터인데...좋은 생각 나눠줘서 고마워.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레비스트로스가 말하고자 하는 <슬픈 열대>는 바로 원천적인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너무 기계적으로 변해서 슬픈 지도 모르고 사는.... 그러니까 반대로 그 기계화된 모습을 벗어버리면 본래의 인간 원형, 낙원에서 처음 창조되었을 때의 <기쁨>을 찾는 것이 되겠지. 이곳 페루는 분명히 우리보다 덜 기계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우리보다 더 인간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시방.
신부님의 글 중(11월12일)에서 <슬픈열대>라는 제목이 늘 궁금했는데 <레비 스트로스>라는 인류학자의 책에서 힌트를 얻으셨네요.^^ 페루의 자연이 상상되고 '레비 스트로스'라는 인류학자의 브라질 체험이 어떠했을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신부님께서도 페루에서 <슬픈열대>를 공감하시며 새로운 '레비 스트로스'가 되어 가시는 것 같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레비스트로스의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니라 <슬픈 열대>는 그 책의 제목 자체입니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레비스트로스는 사회인류학을 통해 현대문명을 해석하는 하나의 사상체계를 이룬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아주 사소한 부분만 이해할 뿐입니다.
디게 재미없고 어려운 책을 읽고 계신가봅니다.......
마자요. 흐흐.... 총750쪽. 가격3만원. 실존철학, 구조철학, 마르크스, 헤겔, 프로이트, 루소 그밖에 이름도 처음 들어본 철학 심리학에 관련된 인간들에 대한 선지식이 조금 있어야 술술 읽히겠다는 생각입니다. 흐흐...
저도 되게 힘드네요 저야 물논이죠(개구리운동장)ㅎㅎㅎ 그래도 (슬픈 열대)라는 책이 있다는것 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이라도 안다는것이~~~힘이~ㅋㅋ킥 ~^-^~
흐흐.... 책이름이 뭔가 심장한 느낌이 있지요? 흐흐...
신부님죄송합니다!제가 합덕대학을 나왔어도요 졸업장이없거든유~그래서 좀 무X이 흘러유
그래두 저 박사에유~ㅋ~킥~(^-^)~신부님!어쩜 이모든 펜들한테 답글을 역쉬~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신부님!항상~건강하십시요~^^
현대문명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주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을 파괴하는 쪽으로 인도하고 있는것으로 느껴집니다.
문화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행복지수는 높다고 하잖아요. 수년 전에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제일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한국은 지금 경제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있지만, 그만큼 예전에 느꼈던 행복감은 상실된 것 같아요. 뭔가 늘 허덕이며 사는 듯한.... 인간의 근원적인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잊은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여기는 실질을 너무 숭상하네요 4대강... 힘에 논리에 밀려 하느님께서 주신세상 엄청나게 파괴 하네요..
그러게요. 언젠가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그 정취에 그냥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인공적 인위적인 것은 인간의 행복을 빼앗는 것이라고 여겨요. 정치인들이 좀더 긴 안목으로 국가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책과 가까이 사는 저이지만.. '슬픈열대' 흠... 제목은 마치.. 소설책 같습니다만...
우리 신부님께서 읽으시는 책이라.. 저도 함 도전해보고 싶어지지만요~
너무 어려운책이고 또 신부님처럼 이런 감상이 못!나올까 두려버서리..
살짝 포기합니다. 왜냐면.. 괜히 잘난체하고 읽다가.. 포기하면 쪽~팔리잖아요 히히힛~^^;;
여기서이 쪽~은 페이지수를 이야기하는 말입니까? 흐흐....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사실 그 책의 역자가 서문을 뒤지게 어렵게 써놓았더군요. 실제의 본문은 일종의 기행 관찰문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재미는 별로 없거든요. 흐흐...
경부고속도로 건설할때 죽은 누구는 건설 반대한다며 현장에 들어눕고 했다죠..그런 그도 경부고속도로 건설 끝나고 그길 아마 줄기차게 다녔을 겁니다..정일구현사제단이 4대강 반대하는 이유는 4대강사업이 성공한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공포인가 봅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군 여기서보네...나 태수야... 많이 편안해보이네 미안하고 ...더운성탄 잘 맞이하시길...
문명과 야만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새롭네요.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우려와 연민이 느껴집니다. 책 내용에 맞게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