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167번째 연습일지입니다. 지난 주에 브루크너의 [테데움]연구 1번째
날을 가졌더랬는데, 오늘은 [테데움 연구] 2번째 날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에 머무르지
않고 폭 넓게 다양한 방면으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연습일지는 그 저간의
사정을 밝히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사실상 선생님은 우리의 연습 만큼이나 이 세미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했습니다
만, 단원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처음에는 정말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은 인원 밖에 모
이지 않았으니까요. 베이스도 여기저기 알아 보았지만 결국은 3명 밖에 모이지 않더군요.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테너에 3명이 오고, 여성 단원들도 상당히 많이 오고, 그외 고문 단원
도 참여하고 해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인 듯 했습니다.
보면대 없이 의자를 둥글게 모아 놓고 토의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인원이 얼마 안되었지
만, 선생님은 브루크너의 [테데움]을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음반으로 1곡만 먼저 들어보게
한 뒤, 곡을 들은 소감을 토대로 하여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어 불러야 할지 의견을 말해
보라고 하더군요. 곡을 그냥 한번 들어 보았을 따름이지, 아직 곡에 대한 전면적 파악이 확
실히 안된 상태라 모두들 무어라 화두를 끄집어내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 있었는데, 선생
님은 브루크너가 어떤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려고 했는지, 그것을 드러내는 기법으로서 바로
코적인 기법이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좀더 깊이 천착해 보시려 하는 듯 했습니다. 이것은 후
기 낭만주의자로서의 브루크너의 일반적 경향, 그러니까 풍요한 낭만적 정서의 표현과 규모
의 확대, 날카로운 감정대비라는 차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문제가 되는 것으로서 그 사
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나름 고심이 많은 듯 했습니다.
나는 일단 [테데움]의 가사를 검토 해 본 결과, 이 곡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리는 내용
으로 일관된 곡이라. 노래 부르는 사람들 자신이 정말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리는 심정으로
힘차고 당차게 그리고 C장조의 단정적인 확실함을 가지고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말
씀드렸습니다. 특히 곡 전체가 4/4박자로 되어 있고, 조성 진행이 C, fm, dm, fm, C으로
되어 있어, C조의 단순 소박한 견고성이, fm의 우울로, dm의 열중 진지함으로, 심화되다가
다시 그것이 C조의 확신으로 끝나는 그 대칭적 조성구조를 잘 드러내어야 할 듯하다는 의
견을 전했습니다.
선생님은 이 곡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화가나 작가와
같은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리 왜 유독 음악가들만이 만년이 되면 종교 곡에 몰입하게 되는
지 그 연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나는 모든 인간이 가진 인간적 한계 때
문에 신을 섬길 수 밖에 없는데, 음악이라는 예술의 특성상, 불가시적 순수의 세계를 다루
는 면이 너무 강해서, 다른 예술보다도 신에게의 귀의, 그러니까 불가시적 순수의 존재 그
영원함에의 귀의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란 추측을 전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미학과
신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노하우가 뒷받침이 되어야 완벽한 해결을 볼 수 있는 문제라 그리
용이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닐 듯 했습니다. 종국적으로 브루크너의 [테데움]을 연주하기 위
해서는 브루크너가 추구했던 종교적 열망,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은 그의 열망이 브라암스적
인 건조함이나 엄격성을 뛰어넘어 감정의 풍요함으로 드러내는 메카니즘을 섬세하게 검출해
가며 연주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을 따름입니다. 그 나머지는 지휘자
님이 알아서 정하실 문제이겠죠.
과연 그가 종교곡을 쓰게 된 것이 그냥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겠느냐의 문제에 대해
서는 차라리 브루크너 자신의 절실함이 더 강조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된 듯 합니다. 단원
개개인들에게 지금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 믿지 않는 사람, 거부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서
의견을 들었는데, 의외로 단원중에 기독교(천주교와 개신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분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기독교적인 체험을 전했는데, 지휘자 선생님이나 단원들이나, 우
리 모두 기독교 신앙이 그 본질적인 영역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일치를 보는
듯 했고, 브루크너도 그런 측면에서 기독교의 본질적 영역으로 진입하려는 간절함으로 이곡
을 쓴 것이 아니겠는가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와중에 현행 한국 기독교 사회에 대한 약
간의 반성적 비판의 기회도 가졌습니다.
브루크너의 문제, 종교의 문제를 뛰어넘어 다루어진 또 다른 문제는 뮤클 내부의 문제입
니다. 이미 10월8일날 대관 날짜는 정해졌고, 이제 연습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일만 남았고
요. 당장 다다음 주에는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에 대한 강사 초대 세미나가 있을 예정
이고, 그 다음주부터 브루크너의 [테데움]연습에 들어갈 것인데요. 강사 초대 세미나에 인
원동원이 많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당장 뮤클합창단의 정체성
확립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요컨대는 관객에게
다소 부담을 주더라도, 현재의 정통 레퍼토리로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관객의 요구에 맞추
어 다소 대중적이며 평이한 곡의 연주도 병행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논전이 벌어졌는데요.
대체적인 의견은 관객의 기호에 너무 부응하기보다는 현재의 이 정통 레퍼토리를 고수하면
서 관중들의 감수성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 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뮤클
합창단이 어느새 전문합창단을 방불하는 단체로 성장했다는 말일까요? 단원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대중적이고 평이한 레퍼토리를 하면 재미도 없고 활기도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제 조금 있으면 뮤클 10주년이 되는데, 그때를 기해서 정말 대작으로 의의있는 연주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되었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필요한 인원의
확보와(선생님은 60명 정도를 말씀하시더군요), 우리들의 기량신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인원확보 문제도 예사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들의 기량 신장도 예사문제가 아닙니다. 일주일
에 한번씩 2시간 가량 연습하는 정도로 우리의 기량이 혁신적으로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
가 곤란한 실정이라. 개개인의 기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무슨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죠. 선생님은 단원들 개개인을 보고 ‘각자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 는 것 같으냐?’고 물어
보더군요. 단원들은 하나같이 조금씩 자신의 기량이 는 듯 하다고 했고 심지어는 선생님마
저도 그것을 인정하시는 듯 했습니다만, 제 개인적 경우라면 그냥 아등바등 연습을 해서,
기본 음정과 박자, 딕션 파악의 수준에서, 선생님이 요구하는 정도에 가까스로 따라 붙이는
실정이지, 가끔가끔 선생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치하를 하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혀 느
끼지 못할 정도로 허둥댈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은 그게 솔직한 제 심정
이었으니까요. 내가 어느 점에서 그렇게 좋아졌다는 것인지 확실히 인식할 수 있을 때, 제
기량이 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른지요. 나는 지금 내 기량이 는 것인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악보를 보고 초견할 수 있는 정도가 기량의 정도라’고 하셨는데, 기본 박자나
음정을 찾아서 대략 따라가는 정도야 해 보면 되지만, 그냥 책 읽듯이 악보를 줄줄 읽어대
는 정도에는 어림도 없고, 아직도 갈 길은 한참 멉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말씀 드렸지만 일
정한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에게서가 아닌 우리 혼자만의 연습은 그 연습의 수준에 있어 한
계가 있기 마련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선생님과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가야겠
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연주를 할 것이고, 다음에 브루크너의 [테데
움]연주를 할 것이고, 또 이어 뮤클 10주년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대작을 준비하고 있습니
다. 그 성공적인 연주를 위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그 하나의 정점은 다다
음주, 5월 17일날 하는 강사 초정 세미나 자리입니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화성적 진행’아
란 제목으로 이루어질 이번 세미나는 합창단 뿐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려는 일반인들에게
참 의의있는 자리가 되리라 봅니다. 통상 이런 강연은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면 기만원씩의
회비를 내고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뮤클 합창단이 그냥 뮤클러 여러분들을 초대합니
다. 앞으로의 연주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지휘자 이하 뮤클 합창단원들의
노고에 같이 참여한다는 뜻에서, 그리고 의의있는 자리에서 풍부한 음악적 지식을 습득한다
는 취지로 보다 많은 뮤클러들이 같이 동참하기를 바라며 이 후기를 닫겠습니다. 다음 후기
는 5월 17일날 적을 세미나 후기가 되겠네요. 그런 모두들 그때 만나요......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
첫댓글 참석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ㅜㅡ 외봉님께서 수고해주신 덕분에 더욱-더 정진을 마음에 새깁니다. 화이팅 !!!
갈 곳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매진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