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장궤양
마지막 고친 날 ; 2006-11-29
십이지장궤양은 어떤 병인가
십이지장의 맨 안쪽을 덮고 있는 막인 장점막의 맨 위쪽만 헌 경우를 십이지장염이라고 하고 장점막의 맨 위는 물론이고 그 아래 부분인 점막근판까지 헌 경우를 십이지장궤양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십이지장이 약간 헌 것은 십이지장염, 심하게 헌 것은 십이지장궤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십이지장궤양은 크기가 다양한데 지름이 1 cm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지름이 6 cm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은 15세 이전에는 드물고 40대에 가장 흔히 발생하는데 남자와 여자에서 비슷한 빈도로 생깁니다.
십이지장궤양이 생기는 원인
위에서는 강력한 소화작용을 가진 위산과 펩신이 나와 음식을 소화시킵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위산, 펩신과 섞여 십이지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십이지장은 위산과 펩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점막보호기능이 있어 십이지장벽이 소화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런데 점막보호기능이 약해지면 십이지장점막이 위산과 펩신에 의해 소화되어 헐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위산과 펩신에 의해 소화되어 생긴다는 뜻에서 십이지장궤양을 소화성 궤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소화성 궤양은 십이지장궤양은 물론 위궤양, 식도궤양 등 위산과 펩신에 소화되어 생기는 궤양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십이지장궤양이 생기는 데는 위산과 펩신의 소화작용이 관여하긴 하지만 위에서 산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만이 십이지장궤양이 생기는 원인은 아닙니다. 실제로 십이지장궤양이 생긴 사람은 위산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는 경우도 있지만 위산분비가 정상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보다는 위산과 펩신으로부터 장점막을 보호하는 점막보호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인데 점막보호기능을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입니다. 위산과 펩신의 강력한 소화작용 때문에 위안에는 아무런 세균도 살 수 없을 것이라던 그 동안의 생각을 뒤엎고 위점막과 변형된 장점막에 붙어서 살고 있는 것이 최근에 확인된 이 세균은 위산과 펩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물질이 점막보호작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위산이 더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점막보호작용을 방해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침범을 쉽게 하여 십이지장궤양이 더 잘 생깁니다.
혈액형이 O형인 사람에서 십이지장궤양이 더 잘 생기고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의 가족이 십이지장궤양에 세배 정도 잘 걸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십이지장궤양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소도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성신부전, 알콜성 간경변, 신장이식, 부갑상산기능항진증,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병이 있는 사람에서도 십이지장궤양이 더 잘 생깁니다.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요소가 십이지장궤양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하지 않으나 만성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궤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의 증상
명치, 또는 오목가슴이라고 부르는 윗배나 배꼽주위가 아픈 것이 십이지장궤양이 있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십이지장 궤양이 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은 음식을 먹으면 잘 가라앉고 공복에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수가 많으며 새벽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통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어 다른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궤양이 있는 곳에서 피가 흐르는 출혈, 위벽이 뚫리는 천공, 십이지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폐색 등의 합병증이 생기면 합병증에 의한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출혈이 생기면 기운이 없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어지러우며 가슴이 심하게 뛰고 심하면 대변이 까맣게 되거나 피를 토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십이지장궤양으로 십이지장벽이 뚫리면 윗배가 심하게 아프고 딱딱해집니다. 십이지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음식을 먹으면 배가 더 아파지고 토하게 됩니다.
십이지장궤양의 진단
십이지장궤양은 증상만으로는 위염이나 위궤양, 또는 기능성 소화장애와 구분할 수 없어 증상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고 내시경검사나 상부위장관조영술을 해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 중 내시경검사는 십이지장궤양의 진단에 특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십이지장궤양의 치료
십이지장궤양은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 잘 좋아집니다. 대개는 약을 며칠 먹으면 궤양이 낫지 않아도 증상은 좋아집니다. 그러므로 증상이 없어졌다고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되고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데 치료기간은 한두달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간 동안 치료하여 좋아지지 않으면 더 오랫동안 치료하기도 합니다.
출혈, 천공, 폐색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을 해야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합병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잘 알고 그런 증상이 생기면 곧 병원에 가야 합니다. 특히 대변을 볼 때마다 대변의 색깔이 까맣지 않은지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십이지장궤양과 음식
소화성 궤양 치료에 효과적인 약이 나오기 전에는 십이지장궤양을 치료하기 위하여 흰죽과 같은 부드러운 유동식을 권했습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증상은 나아지지만 십이지장궤양을 빨리 낫게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므로 십이지장궤양이 있다고 죽이나 미음만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음식도 십이지장궤양을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음식으로 십이지장궤양을 치료하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을 치료할 때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십이지장 궤양을 치료할 때 피해야할 음식은 바로 '증상을 심하게 하는 음식'입니다. 딱딱한 음식물, 후추, 마늘, 너무 맵거나 짠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튀김, 커피 등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에는 이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해지지 않으면 먹어도 되구요.
통증이 있을 때 우유를 마시면 위산을 중화하여 통증이 없어지므로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유를 마시면 통증은 일시적으로 없어집니다. 그러나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과 단백질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여 다시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통증이 있을 때 우유를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음식물을 조금씩 자주 먹으면 위에서 산이 계속 나와서 치료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음식을 먹는 것은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새벽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심하게 하므로 밤늦게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나 녹차와 같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가 위산분비를 촉진하기는 하지만 십이지장궤양의 치유를 방해하지는 않습니다(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커피 역시 위산분비를 촉진합니다). 그러므로 마셔서 증상이 심해지지 않으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한두 잔 마셔도 됩니다.
소량의 음주는 십이지장궤양의 치유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맥주와 포도주는 위산분비를 촉진합니다. 그리고 과음하면 궤양을 심하게 하므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십이지장궤양과 약
소염진통제는 십이지장궤양의 치유를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진통제를 먹을 일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상의하여야 합니다.
십이지장궤양과 담배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치료에 잘 듣지 않고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훨씬 많아집니다. 반대로 담배를 끊으면 십이지장궤양이 잘 치료됩니다. 그러므로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십이지장궤양이 오래되면 암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암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은 치료된 후에 재발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이 있으면서 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있는 사람은 이 세균을 없애면 재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