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재판관할권과 ‘forum non conveniens’
김정훈 변호사
국제거래에서 분쟁이 소송으로 발전될 경우 당해 사안에 적용될 준거법의 결정문제와 어느 나라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의 문제가 빈번히 대두되고 있다.
피해당사자는 위반당사자를 피고로 하여 어느 국가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그 법원이 볼 때 당해 사건이 자국과 관련성이 인정되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볼 경우, 자국의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국제사법이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으므로 준거법의 결정은 재판관할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로서 법원의 판결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들로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 준거법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소위 ‘포럼 쇼핑(forum shopping)’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포럼 쇼핑에 대응하기 위해 영미 판례법인 카먼로(common law)에서는 오래 전부터 ‘불편한 법정의 법리{doctrine of forum non conveniens ; ‘forum non conveniens’는 ‘불편한 법정’(inconvenient forum)이란 의미의 라틴어인데, 이하에서는 ‘forum non conveniens 법리’라 한다}’를 확립하였다. 즉, 소송이 제기된 어느 국가의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외국의 법원도 동시에 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당해 소송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외국의 법원에 의한 분쟁해결이 보다 편리하고 명백하게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량에 의해 소송을 각하할 수 있다는 법리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국제사법 개정 당시 이 법리의 근거규정을 신설할 것인지 여부를 적극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개정 국제사법은 제2조 제1항에서 국제재판관할을 정하는 기준으로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라는 일반적 규정만을 두었을 뿐, forum non conveniens 법리의 도입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 끝에 이를 보류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현행 국제사법 해석 하에서 forum non conveniens 법리의 적용가능 여부는 판례와 학설에 맡겨지게 되었다.
우선 forum non conveniens 법리의 개념만 살펴보면, 소가 제기된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을 가짐을 전제로 하기에 소장을 접수한 법원으로서는 일단 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부터 심리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 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어 왔고, 실제 이 이슈에 대해 미 연방항소법원들 간에도 판결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07. 3. 5. 미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견해대립을 해소하는 첫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송의 당사자는 중국 국영수입회사인 상고인(피고) 시노쳄 인터네셔널 유한공사(SINOCHEM INTERNATIONAL CO. LTD., 이하 ‘SI’라 함)와 말레이시아 운송회사인 피상고인(원고) 말레이시아 인터네셔널 쉽핑 주식회사(MALAYSIA INTERNATIONAL SHIPPING CORP., 이하 ‘MIS’라 함)로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03년경 SI는 미국 회사인 소외 주식회사 트라이오리엔트 트레이딩(Triorient Trading, Inc., 이하 ‘TT’라 함)으로부터 강철코일(steel coil)을 수입하기로 하는 국제거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 약정에 의하면 2003. 4. 30.까지 중국행 선박에 코일을 선적하였음을 확인하는 선하증권에 의한 신용장대금결제방식을 규정하고 있었다.
TT는 코일 운송을 위해 MIS 소유 선박을 용선함과 아울러, 하역회사를 고용하여 코일을 필라델피아 항만에 선적하도록 하였고, 아울러 선적일자가 2003. 4. 30.이라 기재된 선하증권을 발행함에 따라 SI는 코일 수입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SI는 2003. 6. 8. 중국 광저우 해사법원(admiralty court)에 MIS에 대한 해사채권을 주장하면서 위 MIS 소유 선박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였는데, 그 신청원인으로 MIS가 선하증권 발행 시 선적일자를 허위로 소급 기재함으로써 신용장 대금이 잘못 결제되었다는 것이었다.
가압류신청에 대해 광저우 해사법원이 지체 없이 인용결정을 내리자, MIS는 2003. 6. 23. 미 펜실베니아주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SI의 가압류신청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가압류결정으로 인해 선박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 동안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SI는 답변서를 통해 미 연방지방법원은 대물관할(subject-matter jurisdiction) 및 대인관할(personal jurisdiction)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관할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forum non conveniens 법리에 따라 MIS의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해 연방지방법원은 먼저 대물관할로서 해사관할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대인관할의 문제에 대하여는 펜실베니아 관할확장법(long-arm statute)에 따라 SI에 대한 관할여부의 판단을 위해 증거개시절차인 디스커버리(discovery)를 통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이 사건은 외국 해상에서 외국 배에 대한 외국 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부당한 가압류신청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므로 미국의 이익이 관련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forum non conveniens 법리에 따라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MIS의 항소에 따라 열린 항소심에서 미 연방 제3항소법원은 “연방지방법원으로서는 사건에 대한 대물관할 및 피고에 대한 대인관할이 모두 인정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forum non conveniens 법리를 적용하여 각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후 SI의 상고에 따라 열린 상고심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대물관할, 대인관할, forum non conveniens 법리 모두 본안심리 개시를 위한 소송요건으로서 그 판단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전제한 후 “연방지방법원은 대물관할, 대인관할의 문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응소나 증거수집의 편리함, 공정성, 소송경제 등을 고려하여 forum non conveniens 법리를 바로 적용하여 소 각하판결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연방항소법원들 간에 이 이슈에 대한 판단이 배치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번 사건의 항소심이었던 연방 제3항소법원조차도 2005년 도밍게즈-코타 사건(Dominguez-Cota v. Cooper Tire & Rubber Co.)에서는 “국제재판관할 문제는 forum non conveniens 법리 적용 여부에 앞서 확정되어야한다”고 판시하였음에 반하여, 2006년 인텍 USA 유한회사 사건(Intec USA, LLC v. Engle)에서는 “forum non conveniens 법리는 관할문제보다 앞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그 통일적 해석이 절실히 요청되던 때였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미국 어느 주 연방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으로서는 소장 내용상 오히려 외국의 법원이 그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판결을 내리기에 더 적절하고 편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 없이 바로 소를 각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판결로 인해 forum non conveniens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더 늘어나게 됨으로써 좀더 신속한 각하판결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다른 국가의 법원에 제소하는 다음 절차를 취하는 과정에서 제소자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할 가능성도 적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의 입장은 명확치 아니하나, 하급심 판례 중 “forum non conveniens 법리에 따라 당사자들에 대한 정의와 편의관점에서 비추어 국내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국내 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이상 피고의 이 부분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고 판시함으로써(서울고등법원 1996. 12. 26. 선고 95나43299판결),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면 나아가 forum non conveniens 법리를 살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향후 국내 법원에 제기된 사건의 내용으로 볼 때 우리 법원에서 심리하기보다는 외국의 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피고의 응소나 증거수집의 편리함이 인정되고 또한 소송경제에도 부합할 경우 재판권 존재여부에 대한 심리에 기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forum non conveniens 법리를 바로 적용하여 소를 각하할 수 있다면 원고 입장에서도 대안으로 외국의 법원을 찾아 소송준비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시효기간을 도과하지 않게끔 하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외국법이 우리나라 민법 제170조 제1항과 같이 소가 각하되는 경우 제소에 의한 시효 중단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그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 (한국·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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