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그리고 - 상주터미널 [상주시]

[Maximum]

 상주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오래된 도시이다.

삼한 시절부터 사벌국이라는 독자 문화를 가진 국가로 있다가 신라에 합쳐지고,

후삼국시대에는 지리적 입지에 견훤의 고향이라는 점이 더해져 매번 먹히고 먹히는 기싸움의 현장이었다.

고려부터 임진왜란 전까지 600여년동안 경상도의 중심지였으며,

임진왜란 이후 경상감영이 대구로 넘어가 쇠락하기는 했지만 고유의 문화가 어느정도 남아있는 지역이다.

지역이 워낙 넓다보니 같은 상주라도 동,서,남,북 모두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고,

상주하면 떠오르는 '포도'도 거의 화령·중모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반대로 여기서 '곶감'은 그리 유명한 상품이 아니다.

 또 자전거가 워낙 발달해서 여기서만큼은 '레저'가 아닌 '생활'로 통한다.

시내 곳곳에 자전거 주차장과 길이 있고 자전거 탄 중장년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라서,

자전거에 밀려 시내버스가 제대로 발을 펴지 못하는 독특한 동네이기도 하다.

 다만 시외버스만큼은 어느 곳보다 발달해서 외부로 나가는 것은 거의 여기에 기댄다.

오죽하면 상주에서 가장 큰 건물이 상주터미널일 정도로, 낮은 건물 사이에 홀로 우뚝 선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다.

도시가 너무 작다보니 제대로 돌아가는게 '버스터미널' 하나 뿐이긴 하지만...

어쨌건 상주에서 '변화'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장소는 여기가 아닐까 싶다.

 

 상주터미널은 크다. 굉장히 크다.

시내인구 5만명에 불과한 동네지만 그의 다섯배에 달하는 동네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대형건물이다.

큰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저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지만, 여기서만큼은 다르다.

 보시다시피 상주 시내는 고층 건물을 찾기 무척 힘들다.

분명 시내를 바라보는데도 4층짜리 건물이 높게 느껴질 정도로 다들 낮은 건물 뿐이다.

이 사이에 저렇게 자리잡고 있으니 상주의 랜드마크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터미널 앞을 지나가는 3번 국도에서도 마찬가지. 산은 보이지만 고층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를 제외하면 고층 건물이란건 찾아보기 힘들어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바로 버스터미널이다.

 다만 새로 지으면서 대부분 외곽으로 옮기는 트렌드와는 다르게, 원래 쓰고 있던 자리에 그대로 건물만 바꾼 것 같다.

2007년 1월 홈에버가 입점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이전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실제로 시내와 무척 가까우면서도 3번국도 옆에 있어서 위치가 참 좋다.

딱히 여기에 있다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옮길 이유도 없을테고.

 2007년 당시만 해도 상주 최초의 대형마트와 최신 시설로 크게 주목받았다.

상주에선 볼 수 없었던 문화시설도 속속 들어와 상주 사람들이 많이 애용했었고 그만큼 시장상인 반발도 심했지만,

홈에버가 홈플러스에 인수되고 머지 않은 곳에 이마트가 들어오면서 타격이 심해졌다.

무엇보다 바로 옆 점촌에 이미 홈플러스가 영업중이었던 관계로,

곧바로 상주 홈플러스를 점촌에 통합시키고 과감히 문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지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텅텅 비어버려 흉물처럼 변해버렸다.

처음부터 상업공간 위주로 지은 탓에 가장 좋은 길목을 아직까지도 '허브아울렛' 입구로 놔두고 있어서,

여전히 상주터미널 들어가러면 서, 남, 북쪽의 개구멍으로 들어가야 한다. 찾기가 의외로 어렵다. ;;

 상주 외곽 수요를 책임지는 상주여객 구형 로얄미디.

경북 구도색이 그대로 남은 얼마 안 되는 회사다. 떡칠이 안 되어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다.

 희안하게도 시내만 도는 노선이 없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시내 대중교통은 '자전거'가 이미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분들이 자전거로 시내를 활보하고 무단횡단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유일한 동네일 정도로,

상주에서 자전거는 아미 '대중교통'으로 널리 자리잡아 있어 시내노선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시내가 다 평지여서 자전거가 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평지인 도시에서도 자전거를 '대중교통'으로 쓰는 곳은 여기뿐이니 회사 입장에선 조금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상주여객은 주로 외곽(시골)-시내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저 앞의 노선도 행선지를 붙인 번호 없는 노선. 교통카드와 환승할인도 되는 나름 최첨단(?) 노선이다.

 남쪽 개구멍을 통해 터미널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무척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과 대리석 타일의 깔끔하고 고급스런 디자인 때문에 강남에라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일단 겉보기에는 정말 좋아보인다.

 하지만 상주터미널은 지역 내에선 심심하면 두들겨맞는 샌드백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

지역 상권의 반발을 무릎쓰고 기껏 빚 지고 돈 들여 크게 세워놨더니,

할인매장이 망하고 버림받는 악순환의 연속 끝에 지금은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공간이 됐다.

의류와 화장품 매장으로 가득해야 할 1층이 휑하다. 이렇게 썰렁할 수가 없다.

 홈플러스가 통합되고 나선 터미널 외엔 아무 것도 쓰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됐다.

덕분에 공사비로 실컷 빚만 지고 다 갚기도 전에 관리비만 펑펑 나가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버렸다.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 이미 이마트가 있어 더 들어올 여지도 없고,

상주 재래시장을 통째로 여기로 옮겨놓지 않는 한, 이 상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역 여론은 '이럴 거면 왜 지었냐'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솔직히 맞는 말 같다. 이럴 거면 왜 지었을까...

 그래도 덕분에 시설 하나는 굉장히 쾌적하고 깔끔하다.

상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들 (영천, 밀양, 남원, 삼천포) 등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으로,

경북 내에서도 손에 꼽는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동선이 좋지 않아 커다란 '정문'을 놔두고 개구멍으로 왔다갔다 해야하는데,

'개구멍'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입구가 워낙 작아서 찾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다 그렇게 큰 건물에 터미널 간판 하나 없고, 이미 망한 '허브아울렛' 간판만 잔뜩 붙어있다.

진짜 초면이라면 바로 앞의 큰 건물을 두고 이리저리 헤매다 '터미널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본 뒤,

찾고 나서 속칭 '멘붕'이 오면서 허탈해하다가 그러면서 또 입구는 못 찾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의 상업 시설들이 으레 그렇듯 본 목적은 안중에 없이 지나친 돈벌이 위주의 동선.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또다른 특징은 대합실이 화려하다는 것.

누가 명주로 유명했던 상주 아니랄까봐 대합실에서조차 화려한 원색의 옷들을 잔뜩 팔고 있다.

시끌벅적한 대형 시장에서나 볼 법한 모습들이 이런 곳에 있으니 신기하고도 또 신기하다.

 신나게 말했었던 '개구멍'의 현장이다.

그나마 택시를 탈 수 있는 3번국도 쪽 문이 가장 넓은 편이다.

여기서 보면 넓어보일지 몰라도 대합실과 비교해도 길이 좁고, 실제 건물은 훨씬 크니 밖에서 보면 더 찾기 힘들다.

원래 같으면 저 길목 사이로 가게들이 넘실대야 할 텐데 죄다 문이 닫혀있다. 뭔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승차장으로 가는 길만큼은 잘 해놨다.

대합실 양 옆으로 시내버스, 시외버스 타는 곳이 나란히 있어서 눈에 잘 띈다.

물론 이렇게 구분해 놓은 터미널들 대부분이 그렇듯 승차장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 어디로 들어가던 상관없다.

 철도가 경북선 하나 있는 관계로 상주는 사실상 시외버스 독점 상태다.

고속버스라고는 강남행 하나지만 그것마저도 동서울행에 다소 밀리는 정도.

따라서 대합실의 크기를 상당히 키워놨는데 몇몇 홈은 '예비' 간판만 붙여놓고 사실상 쓰지 않고 있다.

시외버스 뿐만 아니라 일부 시내버스도 여기서 이용할 수 있는데, 카드까지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버스망이 발달해서일까.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차량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고속버스만 해도 무려 세 회사 (금호 한일 천일) 공동배차에다가,

동서울행은 KD, 청주행은 서울고속, 북대구행은 진안고속 등등 행선지(지역)별로 운행 회사도 다르고,

FX212부터 뉴 그랜버드까지 현대 대우 기아차량 모두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가히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한창 밝은 미래를 꿈꾸며 설레였을 어제,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당황해하고 있는 오늘을 생각하며

그리고 다시 내일을 꿈꾸어가야 할 상주터미널의 숙명과도 같은 운명은,

언제나처럼 쳇바퀴처럼 뱅뱅 돌아가는 것만 같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왔던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몇 년 뒤 다시 찾아왔을 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고 싶은 상주터미널이다.

[왕십리]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럴 거면 왜 저렇게 지었나 싶은 생각이 볼때마다 들더군요. 상주라는 도시의 규모와 비교한다면 주변 상권과 어울리지도 않은데다 기존 마트 공간을 빼고도 너무 비는 공간이 많아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건물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건설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터미널을 수익성 위주로 신축해놓고 그 거품이 꺼진 결과가 상주터미널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이 이마트가 터미널에 홈에버가 입점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립되었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Maximum]

상주터미널이 지이졌던 당시가 부동산 거품이 가장 많이 끼어있을 때여서 쓸데없이 크게 지어놨죠. 말씀하신 것처럼 할인마트가 제대로 운영되도 빈 공간이 많이 남는데, 그마저도 없으니 너무 황량하더군요. 차라리 이마트가 저기로 들어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방]

강남노선 승객이 증가 하고 있습니다. 작년 17만명 수송인원. 2012년도 15만명...2011년도 14만명..아마도 동서울 노선 승객을 잠식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왕십리]

강남 노선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덕에 승객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이 서울 중심부와의 접근성도 좋은데다, 대부분의 시간대에서 점촌을 경유하는 동서울행과 달리 직통이라는 점도 메리트를 갖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청원-상주 고속도로 개통 이후 강남 노선이 남상주IC에서 청원-상주 고속도로를 경유하게 된 것도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Maximum]

강남이 동서울보다 서울 내에서 접근성이 훨씬 좋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앙차로 이용하면 동서울하고 소요시간도 큰 차이가 없고요. 청원-상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중부내륙-영동고속도로보다 더 빠르긴하죠 (강남쪽만 봤을땐)

[안동]

동서울터미널에서 2호선으로 바로 서울 도심 갈 수 있더라도요?

[왕십리]

강변역에서 서울 도심에 해당하는 을지로입구역까지 지하철로 빨리 가도 30분은 족히 걸립니다. 삼성역 등 강남 지역도 지하철 기준으로 25분은 걸리지요. 반면 강남터미널에서는 서울 도심까지 반포대교만 건너면 바로 진입이 가능합니다. 지방에서 오는 승객이 많으니 택시 한번이면 많지 않은 요금으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이고요. 동서울은 동서울대로, 강남은 강남대로 상주발 승객들은 본인들 목적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터라 두 노선이 공존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찬슬]

건물은 강남 건물인데..아깝군요..관리비보전은 세금으로 때우고 있겠네요..
제작년에 상주터미널을 거쳐간적이 있는데..괜히 시간에 쫒겨서 찬찬히 보지는 않았는데 덕분에 구경잘했읍니다^^

[Maximum]

건물만큼은 어디에도 꿇리지 않더군요. ^^

[중원고속]

개장 당시에 매우 화려했었는데 홈플러스가 없어졌군요.

[Maximum]

없어진 지는 꽤 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키큰사람]

예전에 점촌 영주 다닐때 상주터미널을 경유 하면서 자주 들렸는데 90년대중반 그당시만 해도 승객들로 꽤 붐비고 했던곳인데 --맨밑 사진을 보니 예전 그자리에 새로 들어 선것 같은데 많이 낳설은 모습입니다

[Maximum]

터미널 이용객은 줄고 있는데 건물만 훌쩍 커졌으니 낯설겠죠..

[Maximum]

매점은 안 가봤는데 다음엔 한 번 가봐야겠군요 ㅎㅎ 확실히 다른 동네에 비하면 다채롭긴 합니다

[HK재윤]

비운의 상주터미널, 그래도 경상북도의 상은 상주죠~ㅎ

[Maximum]

그렇죠. 모르는 사람한테 얘기하면 많이들 놀라더군요~

[안동]

중부내륙고속도로 혜택을 많이 받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