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쭈니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 하나 만들었다가 출국금지, 압수수색, 검찰소환, 62일간의 구속에 해를 넘겨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혹, 여러분 중에 카페를 만들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면 반드시 미리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4일에 '[재판공부①] 1심 판결문, 무엇을 왜 불법이라고 하는가?' 글을 올린 이후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약속드린 대로 이번에는 공모공동정범이라는 희한한 법리에 대하여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제가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재판 당사자로서 여기저기 찾고 공부하고 한 내용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니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법리에 대하여 감을 잡는 정도로 만족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올린 글에서
'광고불매운동 24인 재판'에서 '합법적인 왜곡언론 광고불매운동의 일부 위법한 행위'와 재판부가 '위력'이라고 인정한
'집단적(?) 전화걸기'를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은 피고인들'에게 그 책임을 묻기 위하여 검찰은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법리를
들고 나왔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여 판결을 하였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1.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이란 무엇인가?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주관적 요건), 그 가운데의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객관적 요건) 그 실행을 분담하지
아니한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고 하는 판례상의 이론으로, 판례에서 이를 인정하는 이유는 특히 집단범죄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실행행위를 분담한 사람은 물론 그 배후에 숨은 사람도 엄히 처벌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판례는 예로부터 이와 같은 형태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여왔지만,
학설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 통설이며, 관여자가 공동정범으로서 처벌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적어도 실행행위의 일부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하는 많은 학설에 의해서 계속 비판받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공모공동정범의 법리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범죄행위)를 반드시 요하지도 않고,
고의가 있을 것을 요하지도 않고, 공모행위나 인식이 있을 것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즉, 걸면 걸릴 수 밖에 없는 오로지 처벌을 위해 끼워맞추는 식으로 발전(?)해온 암울한 시대의 판례상의 법리인 것입니다.
2. 공모공동정범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
현행 대한민국 형법 조문을 샅샅이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공모공동정범'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공모공동정범이란 것은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는 당연한 결과이며,
이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는 형법의 기본원칙이자 대원칙입니다.
이는 국가형벌권의 확장과 자의적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형법의 최고원리입니다.
그렇기에
헌법 제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형법은 제1조 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첫번째로 규정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이 깨지면 법은 강자의 논리에 의해 해석되고 적용되어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형평성과 신뢰 또한 무너지게 됩니다.
이러한 기본원칙이 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깨어지다 보니,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법해석과 법적용이 이루어지고, 사법살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자기책임의 원리, 개인책임의 원리에도 반한다
판례는 '공모공동정범은 공동범행의 인식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것으로 공동의사주체로서의 집단전체의 하나의 범죄행위의
실행이 있음으로써 성립하고 공모자 모두가 그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이를 실행할 필요가 없고....'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동정범을 공동의사주체의 활동으로 보면서 책임은 공동의사주체를 구성하는 개인에게 묻는 것으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며, 단체책임의 원리에 입각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지 않은 공모자에게 다른 사람의 실행행위가 있음을 이유로 공동정범으로
서의 책임을 묻는 것은 개인책임의 원리에도 반한다.
일제강점기하에 일제에 의하여 자행되어 이어져오던 구시대의 악습인 '단체기합', '단체체벌'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상으로 공모공동정범이론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 주요 문제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법률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에 적은 내용들은 제가 임의로 쓴 것이 아니라 형법서적, 관련논문, 판례를 인용한 것입니다.
학계의 통설은 이를 부정하고 있으나, 어쨌든 판례에 의하여 확립되어 있는 법리이고,
조직폭력배와 같은 집단범죄의 두목이나 간부 등 배후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사회실정상 공모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인정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모공동정범이론은 군사독재하에서 '민주화세력탄압', '노동운동탄압'에 악용되기 시작하였고,
문민정부이후 사라졌다가 이 정권에서 또다시 그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집단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도입된 판례상의 법리를,
애초 범죄가 아닌 '소비자운동'을 처벌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며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1심 판결에서도 '광고불매운동 자체는 합법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정당한 소비자운동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공모공동정범 적용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현명하게 판단하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4. 법은 처벌만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의 탄생배경을 보면 '법은 다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의 침해행위를 예방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힘 있는 자나 힘없는 자 모두 다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형법은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 외에는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괜찮다라는 것으로 형벌로부터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한한 행동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이를 형법의 보장적 기능이라고 하며, 형법의 대원리인 죄형법정주의가 지켜질 때에 비로소 그 가치가 지켜질 수 있습니다.
첫댓글 고생 많으세요! 힘내세요!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법이 아닌 선량한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이 되도록 자신의 조건과 상황에 맞게 열심히 합시다.
정말 전문가가 다 되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형식과 내용이 불일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이 판결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계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사법부의 독립성을 찾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권력에 의해서 재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결국 판단의 기초는 누구의 힘이 더 센가 라는 매우 물리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로 부터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그 힘의 균형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때로는 결코 적은 비용만을 강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취지에 맞는 결론을 내리기도 힘들구요. 모쪼록 애쓰시는데 해줄게 별로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공동공모정범이 형법 조문에 없는 범죄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공부는 쭈~욱 계속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