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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원문보기 글쓴이: 정중규
매해 여름이 되면 유럽은 클래식 축제로 분주해진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축제에 대해 알아본다.
가장 논쟁적인 오케스트라의 격전지, ‘그라페네크 음악 페스티벌’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그라페네크 음악 페스티벌(Grafenegg Music Festival)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야외 오케스트라 페스티벌로 그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빈 인근에 위치한 그라페네크 성을 중심으로 2007년에 지은 개방형 노천극장인 볼켄투름 무대(1730석)와 2008년에 신설한 콘서트홀 오디토리엄 무대(1372석)에서 열린다. 음악감독은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트 브렌델과 더불어 생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해석가로 손꼽히는 루돌프 부흐빈더가 맡았다. 많은 오케스트라와 음악가가 초청받아 연주를 펼치는 가운데 상주 오케스트라는 사도 유타카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오스트리아의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이 페스티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라페네크 성은 17세기에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희귀하고 이국적인 나무가 우거진 공원 안에 위치한 이 성은 특히 19세기에 레드리난트 백작이 영국 왕궁을 참고해 신고딕 양식으로 확장하면서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 비더마이어 양식을 두루 갖추게 되어 오스트리아 건축양식의 역사를 대변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베를린의 발트뷔네에 버금가는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장소에 위치해 휴양지로서 매력 또한 갖추었다. 야외 무대인 볼켄투름 무대는 공원에 위치한 자연 친화적인 홀로 건축가 마리-테레제 하르농쿠어트와 에른스트 J. 푹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무대의 높이는 15m 이상으로 객석 전면과 함께 아름다운 성과 숲까지 모두 바라볼 수 있고, 그리스의 원형 경기장 스타일로 조성한 객석과 테라스 주위의 넓은 잔디밭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다. 한편 오디토리엄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승마학교 근처에 위치한 콘서트홀로 유리와 철골로 지은 현대적 건축물이다. 2008년에 완공한 이 홀은 음향적 측면이나 건축적 측면 모두 탁월한 완성도를 갖춰 메인 콘서트홀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 소담스러우면서 전원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으며 더 나아가 세계의 다양한 오케스트라가 한달 동안 계속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라페네크 음악 페스티벌은 세계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경합을 벌여 그 역량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가장 논쟁적인 격전지이자 최고의 휴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해 그라페네크 음악 페스티벌은 8월 18일부터 9월 10일까지 열리는데 르네 플레밍, 아드리안 에뢰드, 도로테아 뢰슈만, 알베르트 도흐멘, 다니엘라 팔리 등의 톱클래스 가수와 사도가 지휘하는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버의 ‘자유의 사수’ 콘체르탄테로 오프닝을,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반주로 부흐빈더가 협연하는 콘서트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외에 피오트르 베차우와와 헬무트 도이치의 ‘시인의 사랑’ 가곡 리사이틀을 만날 수 있고 니콜라이 루간스키와 막심 벤게로프, 트룰스 뫼르크, 르노 카퓌송, 디아나 담라우, 마티아스 괴르네, 다닐 트리포노프 등의 음악가와 뮌헨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피츠버그 심포니, 상하이 심포니, 체코 필하모닉 등이 참여한다.
대영제국의 문화적 자존심, ‘프롬스’
영국을 대표하는 도시형 페스티벌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롬스(The Proms)를 꼽을 수 있다. BBC 프롬스 혹은 헨리 우드 프롬나드 콘서트라고도 불린다. ‘산책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프롬나드(promenade)와 콘서트(concert)의 줄임말인 프롬스(Proms)는 1895년 로열 앨버트 홀에서 처음 시작한 뒤 매년 70회에 가까운 콘서트를 지금까지 꾸준히 펼쳐왔다. 클래식 애호가의 관심을 넘어 모든 런던 시민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게 된 프롬스는 2009년부터 처음으로 100회가 넘는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그 영향력과 저변이 확대되었다.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쿠르트 마주어가 뉴욕의 음악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프롬스를 런던에서 빼앗아오면 된다”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프롬스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은 강력하다. 체코 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민주적인 음악 페스티벌이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프롬스의 예술적·사회적 중요성과 상징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BBC 방송국이 주관하는 페스티벌은 원래 18세기 중반 런던의 플레저 가든에서 열리는 야외 프롬나드 콘서트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여러 장소에서 공연이 열리면 청중이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즐기는 형식인 만큼,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청중은 프롬나더(Promenaders) 혹은 프로머(Promers)라 부르고 저렴한 티켓값과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홀 안에 서서 감상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프롬스는 20세기 초반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설해 상주 오케스트라로 내세운 BBC 방송국이 라디오라는 매스미디어를 활용해 페스티벌을 적극 홍보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연주회장을 옮겨다니며 페스티벌을 개최해 영국 국민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후에는 더 이상 BBC 심포니만 연주를 맡지 않고 여러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청중에게 보다 다양한 음악과 연주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현재 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를 라디오와 TV, 인터넷, 각종 영상 미디어로 중계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오케스트라 페스티벌로 인식되고 있다. 프롬스의 마지막 날에는 로열 앨버트 홀에서 ‘The Last Night of the Proms’ 콘서트를 펼쳐 축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는 7월 14일부터 9월 9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열려 세계의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음악가가 모일 예정인데, 프롬스의 간판스타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대니얼 하딩과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등이 가장 눈에 띈다. 한편 대형 무대로는 BBC 심포니가 세묜 비치코프와 함께 무소륵스키의 ‘호반시나’를, 후안호 메나와 함께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런던 심포니는 사이먼 래틀과 함께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다. 그 외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발레리 게르기예프, 존 엘리엇 가드너, 파보 예르비, 존 윌슨, 마크 엘더 등 세계적 마에스트로가 지휘를 맡을 예정이다.
백야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즐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 페스티벌’
여름만 되면 2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잠깐 해가 졌다가 금세 다시 뜨는, 사실상 하루 종일 해가 떠 있는 백야 현상이 펼쳐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18세기에 표트르 대제가 만든 전형적인 계획도시로 로마노프 왕가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그 자체로 인류의 문화유산인 역사적 장소다. 서유럽을 연상시키는 웅장하고 화려한 석조 건물은 물론, 발트해로 향하는 운하와 드넓은 자작나무 평원, 지중해와 달리 높은 위도 특유의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조금 교외로 나가 핀란드 만 해안가로 가면 분수의 예술로 일컬어지는 여름 궁전이 그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그야말로 도시의 그 어떤 것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예술품 그 자체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구의 로마와 같은 자태를 뽐낸다.
이 아름다운 물과 돌의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백야 페스티벌이다. 백야 축제는 마린스키 극장이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름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로,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두달에 걸쳐 매일 음악 공연을 펼친다. 역사적 황실 극장인 마린스키 히스토릭 스테이지와 21세기에 새롭게 지어 세계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최첨단 복합 홀 마린스키 II, 약식 오페라와 콘서트를 병행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어쿠스틱을 자랑하는 마린스키 콘서트홀 등 3개의 전용 무대를 중심으로 오전 11시나 오후 2시, 오후 6시나 7시, 오후 10시까지 최대 하루에 세 번 공연이 열리며 주말엔 하루에 5개의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마린스키의 예술감독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하루에 오페라와 콘서트 공연 2개를 지휘하는 기염을 토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공연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펼친다는 점, 오페라와 발레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 공연과 실내악, 리사이틀까지 모든 장르의 예술을 아우른다는 점이 독보적이다. 올해도 5월 26일부터 7월 23일까지 백야 페스티벌이 열린다. 오페라는 <토스카>, <엘렉트라>, <운명의 힘>, <일 트로바토레>, <세비야의 이발사>, <이올란타>, <살로메>, <차르를 위한 삶>, <보리스 고두노프>, <호반시나>, <아틸라>, <나비부인>, <투란도트>, <이고르 공> 등 두 달 동안 매일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고, 발레 또한 <바야데르>, <호두까기 인형>, <지젤> 같은 고전발레를 비롯해 다양한 현대 러시아 발레가 준비되어 있다. 더불어 게르기예프의 콘서트와 실내악, 솔로 공연 등의 무대를 사이사이에 배치해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백야 페스티벌 기간에는 축제를 주관하는 마린스키 외에 미하일롭스키 극장과 유서 깊은 필하모니 홀에서도 많은 음악회가 열린다. 도시의 어디를 가도 음악이 넘실거리는, 정말 꿈같은 장소다.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대명사,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독일이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 보덴제 호수에서 펼치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최대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가는 루트가 오히려 가까운 산골짜기 동네에서 열리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상(湖上) 무대는 다른 페스티벌처럼 무대를 매일 바꾸거나 이동하는 조립식이 아니라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부술 일이 없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견고한 고정 무대다. 호상 무대에서는 매년 한 편의 오페라만 공연한다. 그리고 그 작품은 보통 2년의 수명을 이어간다. 즉 두 시즌 동안 같은 작품을 공연하고 2년 후에 다른 작품으로 바꾸는 것. 시즌이 아닐 때도 호숫가에 서 있는 거대한 세트는 멀리서 보면 장관이다. 이 무대는 특히 석양빛을 받으면 두드러지는, 보덴제 호수의 랜드마크다.
1980년에 건립해 2006년 리모델링을 거친 호상 무대는 총 6950석 규모의 계단식 객석이다. 야외 무대인 만큼 성악가들이 핀 마이크를 뺨에 붙인 채 노래를 부르고 객석의 3면을 수백 개의 스피커가 감싸고 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주최 측은 2007년 오스트리아 빈의 대학 음향 연구소와 공동으로 ‘브레겐츠 야외 음향’이라는 독자적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는 세계 야외 음향의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엘리자베트 조보트카 브레겐츠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스피커 없이 수상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브레겐츠의 호상무대는 자연스러운 음향을 가장 잘 살린 곳”이라고 언급했는데, 2000년 전 건립한 베로나의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특별한 음향 장치 없이 공연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무대 제작 기간은 1년, 제작 비용은 약 100억 원. 이 페스티벌의 장점은 무대가 호상 무대와 호수 그리고 공중으로 입체적으로 확장되어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는 스케일 크고 화려한 야외 무대 특유의 독보적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상주 오케스트라는 빈 심포니커가 맡으며 오페라와 콘서트를 병행한다. 영화 <007>에도 등장한 호상 무대에서는 2013~2014년 프로덕션으로 전위적이고 현대적인 연출가로 명성이 높은 데이비드 파운트니가 제작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통해 색의 마술과 캐릭터의 향연, 음향과 상상력의 조화를 보여주었고, 2015~2016년에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렸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비제의 <카르멘>을 새롭게 제작해 선보인다. 한편 호상 무대만큼이나 높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자랑하는 실내 공연장 페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haus)에서는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독일 오페라 문화의 집대성,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바이에른 슈타츠오퍼가 상주하는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의 국립극장과 프린츠레겐텐 극장, 퀴빌리에 극장 등 도시 곳곳에 위치한 모든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은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을 위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기획하기보다는 한 시즌 동안 무대에 올린 오페라와 발레 프로덕션을 차례로 재공연하는 시스템인데,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예술감독 키릴 페트렌코를 비롯한 거장 지휘자, 그리고 세계 오페라 1번지답게 톱클래스 성악가가 모두 모이는 만큼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주의적인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특유의 연출 전통을 일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2017년 뉴 프로덕션으로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와 평단에서 극찬을 받은 페트렌코 지휘의 <탄호이저>와 R.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다. 그 외에 <안드레아 셰니에>, <루살카>, <라 파보리타>, <세미라미데> 등 굵직한 대작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토머스 햄프슨, 안야 하르테로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 디아나 담라우의 리사이틀도 펼친다. 한편 프린츠레겐텐 극장에서 열리는 페트렌코의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콘서트도 기대해볼 만하다. 차기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그는 올해 9월 바이에른 슈타츠오케스터를 이끌고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스위스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음악 산책, ‘루체른 여름 페스티벌’
루체른 여름 페스티벌은 1938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바그너가 살던 트립셴의 집 정원에서 갈라 콘서트를 연 것이 시발점으로 그는 유럽의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솔리스트를 모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나치를 피해 망명한 수많은 음악가를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도 그 명맥을 유지했는데, 창단 60주년을 맞이한 1998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새로운 공연장 루체른 문화센터(KKL)가 문을 열면서 페스티벌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이후 페스티벌의 상임 오케스트라로서 축제 전반을 관장해온 스위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해산한 지 10년째 되는 해인 지난 2003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당대의 유명 음악가를 불러모아 클래식 음악의 이상적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며 세계적 여름 페스티벌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봄에 열리는 루체른 부활절 페스티벌, 여름에 약 2개월 동안 열리는 루체른 여름 페스티벌, 가을에 열리는 루체른 피아노 페스티벌을 총괄하는 것이 특징. 아바도 사후 안드리스 넬손스가 페스티벌을 이끌었고 2016년부터 리카르도 샤이가 음악감독으로 페스티벌을 이끌기 시작했다. 샤이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오는 10월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올해는 8월 11일 샤이가 지휘하는 R. 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과 변용’,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으로 시작해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하딩과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등의 오케스트라 공연, 마우리치오 폴리니와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등의 리사이틀이 10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세계 음악의 중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일것이다. 매년 7월부터 8월 사이에 만날 수 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여름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로 오케스트라, 오페라, 실내악, 독주회, 연극 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 축제다. 1920년에 시작된 페스티벌은 100여 년을 이어온 만큼 그 역사와 규모가 방대하고 예술적 퀄리티 또한 월등하게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잘츠부르크 시내 전역에서 200여 회의 공연이 열려 페스티벌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음악 팬으로 이 작은 도시가 가득 찬다. 무엇보다 페스티벌의 상주 악단은 빈 필하모니커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사운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와 콘서트는 항상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으며 영상물로도 많이 발매되고 있다.
대축제 극장(Groβes Festspielhaus), 모차르트 하우스(Haus für Mozart),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를 메인 공연장으로 삼고 그 외에 여러 장소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중 1960년 페스티벌의 메인 홀로 건립한 대축제 극장은 20세기 오스트리아의 건축 거장 클레멘스 홀츠마이스터가 설계, 너비 100m에 2179석을 갖춘 대규모 극장이다. 그리고 1300여 석의 모차르트 하우스는 1925년에 클레멘스 홀츠마이스터가 완성한 소축제 극장(Kleines Festspielhaus)을 2006년에 리모델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여름 승마학교로 쓰이던 장소의 암벽을 깎아 만든 1500석 규모의 개방형 극장 펠젠라이트슐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합창 경연장으로 등장한 곳으로 이제는 지붕을 덮을 수 있게 기계장치를 갖추었다. 이 역사적인 공연장을 오가며 음악의 향연에 빠질 수 있는 잘츠부르크는 천혜의 음악 도시가 분명하다.
올해는 7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지휘하고 피터 셀라스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티토 왕의 자비>,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고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연출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고 시린 네샤트가 연출한 베르디의 <아이다>, 블라디미르 유롭스키가 지휘하고 윌리엄 켄트리지가 연출한 베르크의 <보체크>, 프란츠 뵐저-뫼스트가 지휘하고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라이만의 <리어>, 작곡가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는 존 엘리엇 가드너 지휘의 몬테베르디 오페라 3부작,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연을 맡은 베르디의 <포스카리가의 두 사람> 등 총 11편의 오페라를 공연한다. 한편 빈 필하모니커는 하이팅크, 넬손스, 무티, 블롬슈테트, 바렌보임의 지휘 아래 5회의 콘서트를, 초청악단으로는 켄트 나가노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쿠렌치스가 이끄는 무지카 아에테르나, 코르넬리우스 마이스터가 지휘하는 ORF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잉고 메츠마허가 지휘하는 구스타프 말러 유겐트오케스터,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너 호네크와 피츠버그 심포니 등이 등장한다. 이외에 실내악과 기악 리사이틀, 가곡 리사이틀,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의 자랑인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와 교육 프로그램, 교회 콘서트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며 전 세계 지휘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네슬레 & 잘츠부르크 영 콘덕터스 어워드 시상식을 개최한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