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중인 ‘기능인 지원법’ 제정안에 포함돼 논란
건설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미경 민주통합당)에는 정부가 건설공사의 직종별 적정임금과 적정임대료를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안에 명시된 적정임금과 적정임대료는 발주자의 공사금액과 사업주가 건설기능인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과 임대료의 최저기준을 뜻한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근로자 최저임금과는 별도의 건설기능인의 최저임금 임금을 마련해 보장하는 것으로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 적정임금)’와 비슷한 제도다.
건설근로자들은 현재의 불투명한 노임지급 절차를 고려해 하루빨리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사업주 측은 정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 기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금의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방식으로 건설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건설기능인력의 수급 안정화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건설근로자들은 건설공사가 여러차례 하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근로자 임금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적정임금을 보장할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업주들은 정부의 각종 건설근로자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건설근로자만를 대상으로 한 적정임금제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주장이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법안은 선언적인 의미인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추가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도 “현재의 건설기능인력 수급 제도와 관련해서 현재 시스템을 계속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 건설근로자, 하루 빨리 도입해야
건설근로자들은 건설업 적정임금제가 국내의 건설근로자 임금 지급 시스템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근로자들은 하도급과 재하도급이 이어지는 국내 건설산업 구조에서 건설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적정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근로자 임금 추이를 소비자 물자지수를 고려해 비교한 자료를 보면 1996년부터 2008년 사이에 건설업 임금 상승은 12.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조업 임금은 46.2%가 상승했다.
이미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건설근로자에 대한 적정임금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선진 제도라는 점도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미국의 프리베일링 웨이지는 적정임금을 공사원가에 반영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토록 하고 있는 제도다. 최저임금 실적공사비가 기준이 되며, 사업주가 이를 어기면 공공공사 입찰이 일정기간 제한된다.
독일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독일의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은 노조와의 단체 협약으로 마련된다. 독일은 노조와의 단협을 통해 건설근로자에 따라 6단계의 적정임금을 설정하며 가장 낮은 2단계는 정부가 최저 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는 건설근로자의 임금지급 방식의 투명성을 확보해 적정한 임금을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 건설사업주, 시기 상조
반면 건설사업주는 다른 산업의 최저임금 기준과의 형평성과 공사비 증가 등의 이유로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프리베일링 웨이지 도입 이후 10~40% 정도의 공사비가 증가해 9개주에서 제도를 철폐했다”면서 “건설업만 별도의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다른 산업과의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적정임금제가 미국의 프리베일링 웨이지와 달라 사업자의 추가부담이 우려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적정임금을 공사원가에 반영해 최저임금 이상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경 의원의 법안은 공사원가에 반영된 임금 이외의 추가 임금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부담해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원가산정에 적정임금으로 반영된 임금을 그대로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건설사업주가 공사원가에 반영된 임금 수준을 넘어서는 숙련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추가되는 비용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금은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임금이나 임대료 지급기준을 법률로 강제하는 일은 계약자유 원칙 등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정부가 노무비 구분관리나 지급 확인제 등 이미 임금체불 문제 해소방안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인 만큼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은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건설업 분야에만 별도의 최저임금을 두자는 안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면서 “실행 가능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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