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큐어>
1. 1997년 개봉된 일본 영화 <큐어>는 박찬욱 감독이 극찬한 영화라 한다. 박찬욱 감독의 칸느 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기념으로 명필림에서 진행된 <박찬욱 감독전>의 일환으로 상영되었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그 속에 담겨진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독특한 방식으로 포착한 <큐어>는 박찬욱 감독이 보여주었던 ‘어둠’과 ‘폭력’의 분위기와 닮아있다.
2. 일본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특이한 점은 살인자가 명백한 살인 동기를 갖지 않고 실행했다는 점이며, 피해자의 몸에 강한 표식을 남겼다는 것이었다. 살인자들은 살인을 인정하면서도 명백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살인을 수사하던 경찰은 어떤 심리적인 교사가 작용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3. 결국 살인자들이 어떤 인물을 만나고 나서 ‘살인’을 저질렀으며, 그에게 살인에 대한 조정을 받았음을 파악하게 된다. 살인을 교사한 인물은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한 대학생으로 그는 19세기 메스너의 ‘최면요법’을 이용하여 인간 내면의 분노를 증폭시켰고 ‘치유’의 형태로 ‘살인’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강력한 최면요법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과 정신의학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결국 영화는 사건의 관계된 대부분 사람들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4. 영화 <큐어>는 ‘치유’를 위해 사용된 ‘최면요법’이 ‘치유’란 이름으로 살인에 이르게 되는 대단히 어둡고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던 분노와 증오 그리고 파괴의 감정을 부추겨, 내면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타인을 제거하는 행위가 일종의 ‘치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손쉽게 조작되고 조정될 수 있는가를 치명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사건의 실체와 ‘최면요법’의 심각성을 알고 있던 형사와 정신의학자도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5. 영화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내용과 치밀한 전개로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냉정하게 포착한다. 살인교사자는 특이한 방식으로 살인자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내면 속에 숨겨진 ‘어둠’을 주목하게 하고,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정신의학적 치료의 핵심 중의 하나는 정신병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해야만 병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본다. 영화 <큐어>는 그러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가장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교사자가 접근한 모든 사람이 결국 그의 농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와 만난 누구도 ‘살인’(타인이 아니라면 자살)에 저항한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인간’에 대한 불신이자 인간에 대한 허망한 진단이다. 영화의 재미나 메시지 그리고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최면요법’에 의해 인간들의 이성과 의지가 타락되어 가는 모습은 보기 불편하다. 박찬욱의 소위 ‘복수’ 시리즈의 불편함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6. 박찬욱은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찬욱의 감독상 수상 그 자체보다 어둡고 끔찍한 인간의 내면의 묘사 속에서 벗어나 인간의 회복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이 반갑다.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사건을 극단적인 비극으로 몰고가는 대신에, 타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그리고 스스로 책임진다. 파괴적인 인간 묘사에서 인간성을 회복한 인간 묘사로 전환한 것이다. 박찬욱도 나이가 드는 것일까? 하지만 그 모습은 반갑고 지지하고 싶은 모습이다.
첫댓글 인간의 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