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그맨이 모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매주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남을 웃기는 사람들이 남을 웃기기 위해 자신은 고통을 당한다는 말이 매우 아이러니 합니다. 이처럼 남을 웃기기 위해 개그맨을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그는 매우 불행한 개그맨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코메디 전망대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김경태씨는 [당신도 남을 웃길 수 있다.] 책에서 직업으로만 개그맨이 된다면 장기간 인기를 누릴 수 없다고 말하면서 어느 장소 어느 곳이든 스스로 자신이 웃을 수 있어야 대중들을 웃길 수 있다며 유머를 즐기는 개그맨이 진정한 개그맨이라고 말했습니다.
개그맨들의 유머는 때에 따라 침체된 기분을 새롭게 전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따금 [개콘]에 자주 나오는 개그맨들의 익살과 재담을 보노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 웃음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느끼게 합니다. 개그맨들의 유머는 긴장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있고 삶의 애착이 강한 자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이런 유머는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시키게 됩니다. 웃음은 백약의 으뜸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괴롭고 짜증이 날 때 뭔가에 의해 웃고 나면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이처럼 사람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유머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힘 가운데 가장 여유 있고 강력한 것 중에 하나입니다. 유머가 왜 웃음을 주는 걸까요? 그것은 고착화한 삶의 규격에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규격에 벗어난 것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고 유머가 있으므로 유희라는 것이 가능합니다. 처칠은 아주 유머가 풍부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슬기롭게 뛰어넘는 총리로서 영국을 제 2차 대전에서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유머는 긴장되고 어색한 자리를 밝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 있고 편안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유머 있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슬기롭게 그 위기를 넘깁니다. 고도의 유머는 지성에서 우러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로 세련된 유머가 적절한 순간과 적절한 상황에 걸 맞는 유머는 지적으로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유머를 받아 넘기는 사람도 지성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개그맨 중에 박준영 씨가 있습니다. 그는 하루에도 여러 일간지 신문을 일일이 읽고 많은 책을 섭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걸어 다니는 시사 정보맨이라 한다 합니다.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들의 유머는 지식과 사고의 산고를 거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개그맨들의 유머를 보면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함께 공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유머를 통해 잠시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절박한 상태에 처해 있을 때 유머를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 있으면서도 일순간 한 걸음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그 현장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면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지금 좀처럼 틈새가 없어 보이는 삶이라도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생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 들면 들수록 웃음 또한 사라진다는데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웃습시다. 웃음은 건강의 보약 중에 보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