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집사
친구라 이렇게 부르겠네.
자네와 우린 91년도에 처음 만났으니 벌써 15년 지길세 그려.
당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온 자넬 경인교회 본당에서 처음 봤을 때
미소년 같이 천진한 얼굴에 해맑은 웃음을 짓던 모습이 지금의 자네와
전혀 다르지 않았지. 변치 않은 모습을 보니 세월만 무심히 흘러간 모양일세.
처음 몇년간을 합창단에서 함께 하다 개인적인 일로 합창단을 떠났다가
다시 온 게 지난 2003년이었지 아마. 그런 건 중요하지가 않아.
다만 지금 이순간 또다시 자넬 떠나보내는 내 마음이 몹시 무겁구먼.
그동안 매주 월요일이면 예의 그 발랄한 자네 모습이 기다려지곤 했지.
"인생을 왜 그렇게 살어, 복잡하게 살지마!" 하면서 악의 없는 충고(?)로
날 즐겁게 해주던 멘트를 이젠 자주 들을 수 없게 되는 건 아닌지.
합창단에 복귀하자마자 연습실 내장 공사에 동원되어 참 수고 많이 했지.
자네가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 더 힘들었을 거야.
하나님께서 자넬 특별히 보내 주신 게 틀림 없어.
이제 우리 나이 지천명을 바라보면서 앞날에 대한 고민도 많이 나누었지.
지금까지 우리 인생이 우리 뜻대로 된 게 뭐 얼마나 된다고, 고민하지 마세나.
주님께서도 오늘 일용할 양식만 구하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말일세.
그야말로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인생의 중후반을 살아가세나.
이젠 사진 한 장 올려 놓고 자주 꺼내 봐야겠네.
이렇게 사진처럼 늘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면 뭘 더 바라겠나.
자네가 몹시 그리울거야.
자주 연락함세.
건강하게 친구.
2006년 6월 26일 월요일
주안에서 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