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지난해 8월 시작된 이후 여섯 남자의 캐릭터들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단순히 ‘허당’ ‘은초딩’ ‘일꾼’ ‘야생 원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정도로 6명의 위치와 역할이 미세해지고 다양해졌다. 갈수록 자심감을 얻는 멤버들로 인해 ‘1박2일’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강호동은 최근 윷놀이 게임으로 정하는 경기도 릴레이 여행편에서 후배들에게 “참 너희들 예능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 칭찬은 강호동이 잘난 체 하는 말이 아니라 멤버들의 성장을 대견해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의미다.
강호동이 수시로 “승기야” “몽아” 하는 말은 호칭이 아니라 일종의 연기다. 동생들과의 관계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내려는 시도다.
‘허당’ 이승기는 영리한 막내다. 순발력이 좋고 분위기를 감지하는 센스가 탁월하다. 다른 멤버들이 포인트가 될 때는 뒤에 물러나 있고 전반적으로 방송 분량이 없을 때에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 자신이 나서야 할때와 물러서야 할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 언제든지 형들이 시키면 실행에 옮기는 막내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챙겨받는 막내보다는 챙겨주고 배려하는 막내로 자리잡고 있다.
여섯 멤버중 가장 달라진 캐릭터는 ‘은초딩’ 은지원이다. 전에는 잠자는 모습만 보여주고 깨어있을 때는 엉뚱하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 ‘은초딩’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귀차니즘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례와 제주도, 거창편을 거치면서 뭔가 눈빛이 달라지고 활기차게 변했다. 의욕이 넘쳐나고 표정연기와 몸개그, 가끔 팬서비스로 막춤공세까지 선보이는 등 밝아진 그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반긴다.
은지원은 건강해진 모습에다 여전히 거창에서 딸기를 똑 하고 따는 장면, 승기 얼굴을 스다듬으며 자는 장면, 경기도편의 ‘은둘리’의 행동 등 돌발적인 모습과 천진하고 자연스런 모습 등을 통해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를 진화시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1박2일’ 촬영중 은지원의 자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외소한 체격에 안경과 모자까지 쓰고 있어 둘 중 하나라도 벗어주길 바라던 팬들을 위해 요즘은 활발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거창 전국노래자랑편과 충주대 게릴라콘서트에서 보여준 은지원의 흥분과 열정은 열광은 그 변화를 대변한다. 이는 한때 아이돌이었던 은지원이 서른 살이 되며 자연스럽게 나이듦을 보여주며, 즐기는 표정에서는 아이돌의 수동적인(?) 삶을 극복한 건강함과 여유가 엿보인다.
MC몽은 초반 과감한 이미지와 돌출 행동으로 멤버들에게 대들 것 같은 과잉파워가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워크를 생각할 줄 아는 세심한 캐릭터로 변화해나갔다. 그의 내면은 섬세하고 소심하고 여린 감성들이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분교 어린이들과 노는 모습은 배경음악으로 ‘서커스’와 ‘죽도록 사랑해’가 깔리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MC몽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4집 앨범 활동을 하느라 요즘은 초창기 은지원의 잠자는 이미지를 물려받았다. ‘큰형’ 강호동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틀속에서 과감하고 훈훈한 이미지 안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별로 웃기지 않아 ‘일꾼’이라는 캐릭터가 부여됐던 이수근은 ‘1박2일’ 속 또 다른 진행자로 자리잡았다. 리크리에이션 강사 출신답게 진행에서 순발력을 발휘한다. 김C를 달인으로 소개하며 ‘1박2일’ 속 콩트를 만들어내고, 게릴라 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역할을 늘려갔다.
버라이어티에서 웃음 포인트를 번번히 놓쳐 자신감이 떨어졌던 초기와 달리 요즘은 자심감이 붙어 매사 적극적이다. 이제는 ‘일꾼’의 한 부분으로서 운전을 하는 게 아니다. 운전석에서 조수석에 앉은 메인MC 강호동과 함께 진행을 하며, 여행의 맥락을 의논하고 ‘1박2일’의 방향까지 끌고가는데 일익을 담당한다. 구례편에서 막힘없이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경기도 여행의 2개편을 통해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결혼이라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얻은 자신감과 더해져 착실하게 2인자로 성장하고 있다.
김C는 스스로 팀에 대한 기여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승기와 은지원이 번지점프를 못하고 있을때 단번에 해내고 나서 하는 말이 “나는 웃기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거라도 해줘야지~”였다. 이날을 계기로 김C는 확실하게 ‘1박2일’의 ‘엄마’라는 소중한 캐릭터로 인정받았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결정적인 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 든든한 버팀목이 돼가고 있다.
기타 하나로 음악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김C의 역할도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음악으로 서로 화음을 맞추고 마음을 맞출 수 있는 안정감을 준다는 점만으로도 영양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강호동은 각종 추임새로 따뜻한 유대관계와 가족같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멤버들은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라고 말한다. 강호동의 “잘한다, 잘한다, 내새끼” 등의 추임새는 촌스럽고 투박한 이미지라 하더라고 실제 사회의 삭막한 대인관계에 견주어 볼때 부드럽고 따뜻하고 넉넉한 기운과 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캐릭터의 미세하게 바뀌어가는 모습들이 ‘1박2일’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며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