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벳인에게 메마른 고원은 어머니의 품 같은 생활의 터전이다.
오랜 유목생활로 야크나 말, 양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존요소다.
유목민 들은 “황량한 평원에서는 사람이 야크나 양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 동물이 우리를 키우고 가르친다”고 말한다.
야크와 말, 양은 티벳인들에게 생산도구, 부를 과시하는 재산목록이 아니다.
서로 의지하고 친구하며 한 식구같이 살아가는 동반자 같은 관계다.
한마디로 티벳민족은 티벳고원이라는 단절되고 척박한 공간에서 자연과 사람과 동물이
잘 맞아 돌아가는 세 개의 톱니바퀴 같은 유기체로 살아왔다.
그들만의 종교와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독특한 가치관을 유지한 채.....
티벳인 들은 멋을 안다.
전통복장이나 머리 꾸밈새, 각종장식 등 한껏 치장한 모습을 보면
화려하면서도 중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배어 나온다.
여성의 경우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원색 실이나 모자, 장신구로 머리를 꾸미는 것부터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을
서너개 씩 몸에 주렁주렁 걸거나 끼고 다닌다.
손에는 항상 마니차나 염주가 들려있고.
옷에도 큼직한 금속 허리 띠를 비롯 금은, 옥석, 녹송석으로 만든 단도, 큰 동전 등
갖은 모양의 장식을 치렁치렁 달아 멋을 낸다.
남녀 모두 머리를 길러 길게 따 말아 올리거나 댕기머리처럼 하고 다닌다.
챙이 넓고 얇은 가죽 모자를 즐겨 쓴다.
남미 인디오 들 모자와 비슷한 중절모는 남녀 공용 정장차림용 이다.
셔츠, 남방, 두루마기 등 웃옷은 대개 소매가 길고 품이 널널하다.
겉옷인 긴 두루마기는 거친 모직물이나 양가죽으로 해 입는데 보통 키와 비슷한 길이로 무릎까지
내려오게 하고 오른 쪽 팔소매는 안으로 넣어 허리띠 같이 묶는다.
긴 양쪽 팔소매를 허리부분에 묶고 다니기도 한다.
윗부분은 품이 넓어 음식도구나 여러 물건을 넣고 다닌다.
잠잘 때는 띠를 풀고 이불대용으로 사용한다.
여자들은 평소 야크 털로 짠 모포로 만든 긴 두루마기를 즐겨 입고 겉에 행주치마 비슷한
색동무늬의 앞치마를 두른다.
신발은 남녀 모두 바닥이 가죽인 야크나 양털로 짠 모직의 긴 장화를 신는다.
화려한 원색에 각종 무늬로 장식해 모양이 예쁘다.
특히 여성들은 모자나 붉은 색 끈, 실 뭉치, 두건 등으로 머리를 꾸미는 것을 좋아 한다.
몇해 전 우연히 동티벳 단빠의 미인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미인들이 많아 미인곡이라 불리우는 단빠의 조그만 시가지는 각종 장신구와 화려한
전통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미인들로 넘쳐나며 여느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다.
티벳인의 식사는 척박한 자연환경 탓인지 박찬소식이다.
채소나 과일이 귀해서 그런지 수유차(버터차)를 물처럼 수시로 마신다.
어딜 가나 수유 차는 항상 옆에 차고 다닌다.
하루에 30~40잔을 마신다.
티벳인들에게 차는 피요, 살이요, 생명이다.
차를 흑금자(黑金子) 즉 검은 황금이라 부를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그 옛날 험한 여정의 차마고도 길이 뚫린 것도 차 때문이다.
“서로 친하고 사랑하기를 차 같이 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모자라는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하고 육식의 소화를 돕는데
수유 차만한 것이 없다.
칼로리가 높아 추위를 막아주고 건조한 피부보호에도 좋다.
약간 고소하면서 밍밍하고 누릿한 맛이 난다.
티벳 속담에 “수유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맛있는 수유차는 아무나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독특하다.
수유 차는 만드는 방법이 특이하다.
찻잎을 뜨거운 물에 넣어 찻물을 만든 후 나무통인 동모에 버터, 식염과 함께
부어 막대기 펌프로 아래위로 계속 움직여 잘 섞어 마신다.
수유차를 만드는 동모는 가정의 생활필수품이다.
티벳인 들은 주식으로 참파와 육포를 먹는다.
참파는 찰 보리를 볶은 가루를 수유 차나 따뜻한 물에
손가락으로 개어 먹기 좋은 크기로 해서 먹는다.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비슷하다.
육포는 서늘한 곳에 걸어서 말린 야크나 양고기로 칼이나 손으로 찢어 먹는다.
티벳인 들의 주요 단백질, 지방 등 영양공급원이다.
날씨가 건조해 곰팡이가 슬거나 변질되지 않아 보관 이동이 편리하다.
국물 있는 밀가루 음식으로는 뚝바와 뗌뚝이 있다.
뚝바는 야채와 고기를 넣은 국물에 국수를 말은 음식으로 우리의 칼국수나
잔치국수와 비슷하다.
뗌뚝은 우리의 수제비로 보면 된다.
둘 다 향이 강하지 않고 우리 입맛에 맞아 밥 맛 없을 때 자주 찾는다.
이밖에 만두인 모모와 야크버터나 치즈, 요쿠르트 등 유제품을 많이 먹는다.
개고기나 물고기, 돼지고기는 기피식품으로 잘 먹지 않는다.
티벳인들은 창이라는 술을 즐겨 마신다.
창은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하다.
알콜 도수가 15도 안팎으로 약한데다 누르끼리한 빛깔에 걸쭉하다.
차게 해 부담 없이 서너 잔 마시면 알딸딸 해진다.
그러나 빠른 개방화로 티벳의 식생활에도 도회지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티벳 전통음식점 보다 중국음식점이나 패스트 푸드점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수유 차 대신 코카콜라나 커피, 청량음료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번거롭고 귀찮은 전통 옷보다는 청바지에 티셔츠. 야구모자가 평상의
패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편한데다 멋도 다양하게 낼 수 있어 전통복장을 장롱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직도 도시를 벗어나면 대부분 고유의 식생활 패턴에 전통복장 차림으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시골오지도 교통통신이 발달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이다.
마차나 달구지가 점차 사라지고 오토바이나 소형트럭, 핸드폰은 천막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의
필수 품목이 되고 있다.
어느 나라고 특유의 민족성이나 전통문화, 민속, 생활습관 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이 빠른 산업화와 개방화 바람에 휩쓸리면서
고유의 옛것들이 빠르게 변질되거나 사라지는 혼란을 겪고 있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 역법을 갖고 있는 티벳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직면해있는 티벳은 그 정도가 더 한 것 같다.
지형적 폐쇄성으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특한 순수성이 유지돼오던 티벳정신과 전통이
거세게 몰려오는 바깥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면역력이나 내성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갑자기 불어 닥친 충격에 이를 방어하거나
지킬 힘을 비축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달라이 라마가 없는 티벳은 중국의 교묘하고도 집요한 문화말살 정책과 대규모 한족이주,
경제, 군사적인 예속화 등 빠른 중국화로 티벳의 정신과 전통은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서남공정이라는 ‘티벳의 중국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한지 오래 됐다.
티벳의 주권, 자치권 등 정치, 행정, 군사는 물론 언어, 역사나 지리, 민족정신, 고유전통 등을
중국입맛에 맞게 변조하면서 강제화하는 국가사업이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아래 고구려 등 우리의 역사를 왜곡 날조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중국식 교육으로 티벳어 사용세대는 갈수록 줄고 있다.
티벳 불교와 전통문화는 관광 상품으로 전락, 중국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변질 된지 오래다.
불교는 티벳의 혼이며 정체성의 중심으로 티벳을 티벳답게 하는 존재이유요 가치다.
그러한 불교가 박제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망명 젊은이들은 14대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주의에 반기를 들고 있다.
티벳안의 젊은 세대는 빠르게 중국화 되어 가면서 부지불식 간에
티벳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티벳은 칭짱열차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티벳 전체인구의 3분의 2이상을 새집으로 강제이주 시키거나
집을 개조하도록 했다.
생활지원이라는 미명아래 티벳의 전통문화나 습속, 생활양식을 파괴하기 위한 음모가
거기에 숨겨져 있다.
2010년 현재 중국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내 티벳인구는 총6백20만명이며
그중 서장자치주에만 2백7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굴러온 돌인 한족이 상권을 장악하며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 티벳 족은 국내외로 뿔뿔히 흩어져
이산가족이 되거나 도시 변두리 산동네로 내몰리고 있다.
옛날 캄, 암도지역 이었던 동 티벳은 칭하이, 쓰촨, 윈난 등 중국의 성에 편입돼 지도상에서
지명이 사라진지 오래다.
칭하이성은 거의 전부가, 깐수성은 4분의 1, 쓰촨성은 3분의 1, 윈난성과 신강 위구르자치구는
5분의 1이 옛 티벳 땅이다.
동티벳 지역은 풍광이 아름답고 불교유적 등 문화유산이 많아 중국에
편입된 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 된 곳이 많다.
중띠엔과 야딩이 샹그릴라로 포장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리장, 따리, 야칭스, 호도협 등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티벳의 4대 신산 중 메리설산 등 3개가 이곳에 있다.
티벳의 앞날은 안개 속이다.
우군이 없는 사면초가다.
수백년 내려오던 티벳의 신정정치도 달라이 라마의 정치은퇴선언과 새 정치지도자의
선출로 막을 내렸다.
2011년 다람살라 망명정부는 선거를 통해 하버드대 로스쿨 박사 출신인 40대의 롭상 상갸이(43)를
총리로 선출, 정치분야를 이끌어 가도록 했다.
370여년 만에 제도 상으로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이다.
티벳의 독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국제사회는 티벳의 독립문제에 대해 초강대국인 중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심정적으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티벳독립을 지원찬성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애써 외면하며 모른 척 한다.
독립의 돌파구가 안 보이니 티벳인들의 분신자살이 갈수록 빈번해 지고 있다.
티벳에서는 분신자살을 소신공양(燒身供養, 자기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행위)이라 일컫는다.
2009년부터 2014년 2월 현재까지 1백26명의 티벳인이 중국의 탄압에 항거해 분신을 했다.
이중 108명이 사망했다.
승려, 비구니, 작가, 주부, 유목민, 학생, 요리사 등 계층 구분 없이 소신공양에 나서고 있다.
소리 없는 메아리이지만 티벳의 독립과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구심점 역할을 해온 14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그 이후 티벳의 앞날은
앞이 안보이는 깜깜절벽이다.
활불인 달라이 라마의 전승이 계속 이어 질 것인지, 아니면 14대에서
끝날 것인지도 가늠이 어렵다.
달라이 라마가 없는 티벳 불교는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의 옥죄임에 쇠심줄 같은 티벳 정신과 불심이 언제까지 버티며
존속 할 수 있을지 답답한 상황이다.
존망의 기로에 선 티벳,
티벳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달라이 라마와 티벳인 들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변방의 잊혀진 지명으로 서장자치주라는 이름만 남고 청조의 만주족처럼
중국에 동화되면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2천년을 버텨온 유대민족처럼 끝까지 티벳다움을 잃지 않고 지킬 것인가?
첫댓글 좋은글 좋은사진 감사 합니다...
티베탄들이 유대인들처럼... 정신적지주가
없는 상황에서는???? 귀속될것같은....
티벳!언젠가한번꼭가보고싶은곳이지요!
네이멍구지치구나신장우에이월지치구는
예전에가본적이있습니다.우리가생각하는
중국과다른모습에무척놀라기도했지요!
암튼좋은정보와사진잘봤습니다!감사드립니다.
티벳탄들의 고단한 삶이 사진속에 느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 맑은 웃음속에 마음만은 항상 풍요로운 것 같습니다.
인상깊은 모습들....순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좋은 사진 감사합니다...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