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견장의 책임
녹색 견장을 양 어깨에 달고 다닌 지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전역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분대장이라는
책임을 조금은 덜어내고 싶기도 하고
편안한 몸과 마음을 영위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군생활을 조금씩 마무리하던 시점에서
3월17일 2박 3일 일정으로 분대장 양성교육을 받았다.
교육 이수 후 한 달 정도 분대장 활용기간이 남음을 염두에 두었을 때
이번 교육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했기에 교육입소 명령을 받은 후
그다지 경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내 생각이 너무나 안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것을 배워 분대장 임무에 복귀했다기보다
‘뭔가 확실한 것 하나를 얻어 왔다’는 뿌듯함이
교육 입소 전 성급히 판단한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내용에서 얻은 교범에 의한 배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왜 지금 이 자리에서 교육을 받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반복해서 익히고 숙지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든 것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2박 3일의 교육기간 중 빠듯한 일정에 맞춰 모든 과제를 섭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배운 사실을 100% 현실에 적용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런 교범적인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한 분대를 이끌고 책임지는
분대장으로서 이렇게 교육을 받는 사실이 결코 나 혼자만 규정과
방침에 맞춰 생활하고 분대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며
나와 함께하는 분대원들의 보다 나은 군생활을 위해 선봉에 서서 보호해 주고
이끌어 주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희생하지 않고서는 우리 분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커다란 교훈을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껏 무작정 달려온 시간보다 이제부터의 한 달이 더욱 알찬
임무수행 기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더욱더 노력할 것이다.
항상 나를 믿고 따르는 분대원들을 위해 오늘도,
아니 앞으로 열심히 나의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해 본다.
수료식 때 학교장님이 하신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분대장은 집안의 영광이다. 분대장은 아무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 또한 분대장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책이라고 여겼다면
아무 생각 없이 했을 것이다.
분대원들이 나를 진정으로 믿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분대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현재 내가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녹색 견장의 희망이자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