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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미래산업 선점할 기회" 〈조선일보 2010년 8월 24일 B2면〉
"영국처럼 녹색 성장 관련 법을 만들어 매년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높일지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이정표에 맞춰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며, 규제 기준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장무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지난 20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조선비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녹색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 의지 강조 수준을 넘어 녹색 성장의 목표를 법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경제 발전 비전으로 제시한 이후 녹색 성장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도 녹색 성장을 통해 경기 회복을 앞당기겠다고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녹색 성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녹색 성장이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생소하기 때문에 그 개념과 의의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오늘은 녹색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필요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녹색 성장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올해 4월 시행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녹색 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 변화와 환경 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녹색 성장이란 경제 성장과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성장전략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생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생산활동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라마다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종류에 많은 차이가 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하는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석유 및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환경을 해치는 온실가스를 많이 방출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태양력,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등의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녹색 성장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녹색산업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상품을 환경 친화적인 상품으로 대체하는 산업 분야 역시 중요한 녹색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상품에 비해 화석연료를 훨씬 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유기농식품, LED 조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녹색 성장이란 이와 같이 환경 친화적인 녹색기술이나 녹색산업을 육성하여 환경 개선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견인해 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전략을 의미합니다.
녹색 성장은 왜 필요한가요
녹색 성장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지구온난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기온은 약 0.74도 상승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 이변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비롯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업생산 및 생활에 있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녹색 성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및 자원 고갈이 심화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화석연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녹색 성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화학공업, 전자산업 등 특정 주력 산업의 성장을 통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흥 개도국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업구조를 조속히 환경 친화적 구조로 전환하여 이들 분야에서 신흥개도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국제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참고로 유럽·일본 등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선진국들은 2008~2012년 중 의무감축국에 대해서만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의 비(非)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리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 성장에서 금융 부문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요
녹색산업을 향후 우리 경제의 중요한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녹색기술 개발 및 녹색산업 육성에 대해 충분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녹색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규모가 작다는 점입니다. 금융회사들이 녹색 관련 산업에 대출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사업성과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자금을 공급하기 어렵습니다.
녹색산업은 대부분 역사도 짧고 또 새로운 산업이다 보니 자금을 조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업성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도 녹색기술 및 녹색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높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오랜 기간 거래하여 상대적으로 이해하기도 쉽고 평가도 수월한 제조업과 같은 기존 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려는 경향이 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경우 태양광, 풍력 등 특정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이에 대한 대출 및 투자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면서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태양광, LED산업 등 특정 녹색 성장산업에 대해 대출시 금리 우대 혜택을 부여하거나 녹색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판매하는 등 이미 녹색금융상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로 녹색금융상품의 종류와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녹색산업에 대한 보증 지원과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녹색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녹색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활성화되면 녹색산업의 육성과 경제 성장이 빨라지는 것은 물론 금융회사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녹색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활성화되면 금융회사의 수익 증대는 물론 녹색산업 전문가 육성과 채용 등을 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성장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교토의정서
UN(국제연합)의 기후변화협약은 매년 협약 가입 국가들이 모인 당사국 총회를 개최합니다. 1997년 제3차 당사국 총회가 일본 교토에서 개최되었는데, 당시 여기에서 합의된 내용이 교토의정서입니다. 교토의정서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6가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하여 유럽 국가,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국가별로 차별화된 감축 목표를 부과했습니다. 제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 중에 1990년 대비 국가별로 평균 5.2%를 감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토의정서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가능하도록 하여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여된 국가가 감축 목표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반대로 감축 목표 이하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경우에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