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왕중 ‘건축 디자인 진로 체험’ 현장 스케치 - 이론 수업과 탐방 병행하니 진로 보여

[유담]

서울 대왕중 ‘건축 디자인 진로 체험’ 현장 스케치

이론 수업과 탐방 병행하니 진로 보여

2016년 자유 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는 물론, 지역 공공기관에서도 진로 체험 프로그램 개발이 한창이다. 서울 개포도서관과 대왕중학교가 함께 진행한 ‘강남 건축에서 춤추는 강남 스타일’도 그중 하나. ‘수박 겉 핥기’에 그치는 단발성 체험에서 벗어나 ‘건축과 디자인’을 주제로 총 7회에 걸쳐 이론 수업과 탐방을 실시해 화제다. 꿈을 디자인하는 현장 탐방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편집부가 독자에게 ...

진로 체험 풍성하면 자유 학기 즐거워!

보기 드문 진로 체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개포도서관과 대왕중학교가 함께한 ‘강남 건축에서 춤추는 강남 스타일’은 자유 학기를 맞은 중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입니다. 건축은 물론 역사와 문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강연과 강북 강남 일대 건축물 탐방까지 알찬 일정이 돋보이죠. 대다수 진로 체험이 단발성이라 맛보기에 그쳐서 아쉽다는 평이 많은데, 이번 활동은 7회에 걸쳐 알토란같이 진행돼 진로 찾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자유 학기가 1년이어도 좋다” 는 학생이 있을 정도예요. 자유 학기가 즐거워지는 진로 체험 현장, 지면에서 만나보시죠. 

_이은아 리포터

지난 10월 2일 오전 9시, 서울 대왕중 1학년 학생 26명이 학교에 모였다. 진로 체험 프로그램 ‘강남 건축에서 춤추는 강남 스타일’ 6회 차 활동인 현장탐방을 떠나기 위해서다. ‘아쿠아아트 육교’에서 출발해 ‘국립국악원’ 과 ‘예술의전당’ 곳곳을 다니며 건축물과 디자인에 담긴 의미와 표현법 등을 보고 듣고 배우는 일정이다.

서울 대왕중 백대현 진로상담부장 교사는 “이론 수업과 현장 탐방을 3회씩 실시하고 전체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한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깊이 있게 진로 체험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건축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아이들이 참여했는데, 출석률이 굉장히 높다. 실질적인 진로 체험을 원하는 학부모의 요구와 학생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한다.

Course 1 삭막한 도심에 활력 주는 아쿠아아트 육교

첫 탐방 코스는 우면산과 도심을 잇는 ‘아쿠아아트 육교’. Grid-A 건축사사무소 박정연 건축가는 “아쿠아 아트 육교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데이비드 피에르 잘리콩은 곡선을 포함해 독특한 건축물을 선보인다. 물이 쏟아지는 이벤트적 요소를 더해 삭막한 도로에 활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육교를 오가면서 건축물 감상에 여념이 없는 모습. 건축에 관심이 많은 구성진 학생은 “건축물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듣고 현장에 오니까 아쿠아아트 육교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곡선이 아름다운 건축 작품으로 보인다. 건축물에 숨은 건축가의 의도를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고 소감을 밝힌다.

Course 2 기하학적이고 절제된 곡선미 국립국악원

다음 코스는 국악 관련 공연과 전시를 펼치는 국립국악원. 정사각형 광장을 중심으로 정사각 평면 건물이 둘러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 건축가는 “건축가 김원은 기하학적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립국악원 역시 창문이나 건물의 형태를 2:3이나 1:2 비율로 설계했다. 지붕 형태도 현대적 감각으로 단순화해 수수하지만 멋스러운 전통미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전체적인 외관을 둘러본 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체영상실에서 <삼국유사>의 만파식적을 소재로 한 3D 입체 애니메이션을 보고, 국악의 1천 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도 관람했다. 건축물의 형태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기능과 역할을 생각하는 시간. 서울 개포도서관 정보자료과 강태윤 팀장은 “역사와 문화 체험을 함께 구성한 것은 외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물의 기능을 살펴보려는 노력”이라고 전한다.

Course 3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예술의전당

이번 현장 탐방의 핵심 공간은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한 예술의전당이다. 한가람미술관과 한가람디자미술관, 음악당, 오페라하우스, 서예박물관을 한자리에 모은 복합 아트 센터. 박 건축가는 “예술의전당은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은 갓과 부채 형태로 한국의 전통미를 표현했다. 이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직유법처럼 강한 표현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우스 매니저의 전문 해설을 듣는 ‘SAC TOUR’ 에 참가한 것도 유용한 활동. 무대와 분장실, 그린 룸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을 둘러보면서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무대 스태프 업무와 공연 에티켓 등을 배웠다.

박성민 학생은 “강남에 있는 건축물을 둘러보기 전에 강북 서촌 일대를 탐방했는데, 두 지역의 건축물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등·하굣길에 스쳐 지나던 건축물을 자세히 볼 계획” 이라는 얘기. 자유 학기를 알차게 보내려면 이론 수업과 현장 탐방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MINI INTERVIEW

강태윤 팀장(서울 개포도서관 정보자료과) 

“한 분야 깊이 알아야 진로 개척 가능”

예산이 부족해서 진로 체험 진행을 망설이는 곳이 많은데, 어떻게 추진했나?

지역에 인문학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공모했다. 자유 학기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다행히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받았다.

7회에 걸쳐 활동을 전개한 건 새로운 시도다.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학교별로 학생을 몇 명씩 모아 진행하려고 했는데, “취지는 참신하고 바람직하지만 7회 참가는 무리다. 2회 정도가 알맞지 않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2회로 진로 체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대왕중 백대현 선생님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 참가신청을 받아 진행이 가능했다.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일정이 빡빡한데다 많이 걸어야 하는 활동이어서 걱정했는데, 불평하는 학생 없이 전체 일정을 즐겁게 소화했다.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 많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접하고 배우는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늘릴 계획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