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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행기>
40일간의 남아메리카 여행 18
- 우수아이아,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
(2015.4.16)
피포 강 폭포 Cascada Rio Pipo /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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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얇은 옷차림으로 비글해협 투어에 나섰던 일행들의 비명소리를 아침 식사시간에서야 들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할인해주겠다는 제의에 따라 나선 선상투어는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으니 아무리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한들 투어가 제대로 되었겠는가? 슬리퍼에 반바지, 집안에서나 입는 얇은 겉옷만 걸친 채 투어에 나선 일행들은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았고,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투어사는 여행자들을 위해 충분히 그런 상황을 미리 알려주었어야 했는데, 일단 관광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경쟁심이 나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그 상황을 충분히 즐긴 청춘들도 있었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은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서쪽 12km지점에 있는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을 트레킹하기로 한 날, 일행은 오늘도 역시 시니어 셋.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서면서 택시를 타는데 필요한 "100 Peso ida"라고 적힌 메모지 한 장을 받아들었다. 국립공원까지 "편도 100페소"라는 뜻이었다. 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고 손짓 발짓으로 국립공원 가자며 100페소를 주겠다고 쪽지를 내밀었더니, 금세라도 오케이 할 줄 알았던 기대가 어김없이 무너졌다. 기사는 차를 세우고 자기 회사에 전화를 하더니 계산기에 480페소를 찍어서 보여준다. 응? 바가지인가?라고 생각하며 100페소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더니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다른 차를 잡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480페소, 이번에는 아예 조견표를 보여준다. 의사소통에 차질이 있는가 싶어 숙소로 다시 돌아가 스페인어가 가능한 동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택시들은 480페소를 요구했다.
한참을 도로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처음부터 우리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현지인이 우리를 부르더니 길에서 잡는 택시는 비싸므로 한 블럭 위에 있는 택시 중계센타에 가면 원하는 비용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136페소에 택시를 잡았다. 같은 목적지를 가는데 택시비가 이렇게 차이가 날 수가 있을까? 하지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 이런 차이는 바가지 요금이 아니라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에 있었다. 우리는 공원입구까지만 가기를 원했고, 480페소를 제시한 택시는 공원을 전부 돌며 투어를 시켜주는 전체 비용을 말했던 것인데 우리는 서로 자기가 원하고 기대했던 것만 내세운 것이었다.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국립공원으로 가는 방법은 택시로 가는 방법과 셔틀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셔틀버스로 가면 1인당 100페소가 넘기 때문에 3~4명이 팀을 이루면 택시를 타는 것이 유리하다.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방법도 우리처럼 공원입구 매표소 (공원입장료 1인당 140페소 별도)에 내려서 트레킹을 하는 방법이 있고, 공원입구 못 미쳐에 있는 "땅끝 기차 Tren del Fin del Mundo" 역에서 기차를 타고(공원입장료 140페소, 기차비 400?페소 별도) 공원 안에 있는 기차 종점에 내린 다음 다시 트레킹을 하는 방법,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공원 깊은 곳까지 가서 즐기는 방법 등 다양하므로 각자 형편에 맞추면 된다.
우리는 택시로 3번 국도를 타고 국립공원 입구까지 가서 그곳에서부터 가벼운 트레킹을 하고 일찍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시내에서 공원입구까지는 12km, 택시로 20분 남짓 소요되었다. 아침 10시가 갓 지난 시각, 공원 입구 매표소에 들어가 티켓을 요구하자 예쁜 직원이 활짝 웃으며 다가오더니 아직 오늘 판매할 티켓이 도착하지 않아서 지금은 팔 수가 없으니 나중에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면서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다니,,,국립공원 안내도를 요청해 펼쳐들고 제일 가벼운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피포 강 Pipo River을 따라 계곡 안에 있는 폭포까지 갔다오는 것이 가장 가벼운 코스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입장료도 안 받고, 설명도 잘 해주고,,,,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펼쳐지기 시작하는 국립공원의 멋진 풍경은 트레킹을 나서는 시니어들의 기분을 한껏 즐겁게 했다.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난 흙길 양 옆의 단풍 숲들이 밤새 내린 흰서리를 머리에 이고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멋진 모습에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안내소 겸 매표소
1960년 지정된 이 띠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은 칠레와의 국경지역인 Lapataia 만에서부터 비글해협 연안 북쪽에 조성된 63,000ha의 규모로 공원 안 곳곳에 다양한 규모의 트레킹 코스와 전망대가 있으며, 지정된 장소에서는 자유롭게 캠핑도 할 수 있고, 편지를 부칠 수 있는 낭만적인 Pier에서 부터 휴게소와 작은 박물관 등 볼거리가 있다.
국립공원 안의 주요 트레킹 코스는 1. Pampa Alta Trail(4.9km로 난이도는 보통), 2. Costera Trail(8km로 난이도 보통), 3. HitoⅩⅩⅣ Trail(4.3km, 난이도 보통) 그리고 마지막으로 Cerro Guanaco Trail(4km,난이도는 힘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시작하는 왕복 두서너 시간 거리의 Pampa Alta Trail 4.9km를 트레킹 하기로 했다. 이 코스에는 Pipo 강이 흐르는 멋진 계곡이 있고 산 깊이 들어가면 작은 폭포가 있는 곳으로 평이한 코스다.
밤새 내린 서리가 수북히 내려 앉은 숲길 너머로 흰눈 덮힌 봉우리가 그림같다. 저 산 아래로 땅끝 기차가 흰 연기를 뿜으며 지나다닌다.
공원 안을 오가는 땅끝 기차길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정부 당국은 우수아이아를 개발하기 위해 이곳에 감옥을 설치하고,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1898년부터 1932년 사이 철도를 개설하고 원목과 땔감을 수송하였는데, 그 철도가 현재는 관광용 기차로 개조되어 또 다른 관광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 기차를 직접 타 보지는 않았지만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는데 왕복 이용료가 대략 4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 채 지지도 않은 철로변 들꽃들 위로 하얗게 내려 앉은 서리가 아침 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 숲 사이로 잘 손질된 흙길을 한참 걷고 있는데 뒤에서 셔틀버스가 다가오더니 우리 곁에 멈춰선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태워다 주겠으니 타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트레킹 하고 돌아갈 것이라 했더니 엄지를 치켜세우며 가던 길을 계속간다. 그러더니 잠시 후 택시 한 대가 다가오더니 또 멈춰선다. 일행인 신혼부부가 우리를 뒤따라 나왔다며 반가워한다. 택시비 480페소에 입장료 각 140페소씩의 거금을 택시 기사에게 지불했다는데 우리를 보자 반갑다며 그 자리에서 하차하고 택시를 돌려보냈다. 택시 기사는 횡재를 했고 우리는 싱그러운 젊음이 가세하니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
국립공원 남쪽 기차역의 "땅끝 기차 Tren del Fin del Mundo "
국립공원 밖에 있는 기차 역에서 출발한 "땅끝 기차 Tren del Fin del Mundo " 가 이곳까지 와서 여행객들을 내려주면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셔틀버스가 이들을 태우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우리는 기차를 타지 않았지만 칙칙폭폭 흰 연기를 내뿜으며 역으로 들어오는 작은 기차를 보자 와르르 달려갔다. 어른이나 아이나 살아온 세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차 옆에 서서 사진도 찍고, 기차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기차를 타 보고 싶은 아쉬운 마음에 이곳에서 표를 사서 돌아가는 길에 기차를 탈 수 없는가 물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 플랫폼 한편에 매표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운영을 안 한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피포 강 계곡의 폭포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작은 기차가 레일을 바꿔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여행자들을 내려주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땅끝 기차.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단풍과 서리의 조화
왼쪽으로 Pampa Alta 팜파 알타 가는 길이 있다. 앞의 길을 따라가면 캠핑장을 지나 피포 폭포에 이른다.
기차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는 피포 폭포 가는 길
캠핑장. 피포 강변의 초지에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이렇게 말들의 방목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록 야생마는 아니지만 야생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는 이만한 소재도 없는 듯하다.
피포 강과 초지. 피포 강은 강이라고 기록하지만 개천이라고 생각하면 어울리는 규모다.
피포 폭포 가는 길.
지금까지 평탄하게 이어져오던 길이 이곳에서 끊어졌다. 편도 10분만 가면 피포 폭포에 이르지만 걷기에 조금 불편하다는 안내였다. 그러자 이곳까지 함께 걷던 일행들이 힘들다며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만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미련을 안고 일행들과 함께 되돌아 나오다 도무지 아쉬워서 안되겠다. 일행들에게는 먼저 가라고 이르고 아내와 둘이 다시 돌아서 폭포를 향했다. 그사이 다른 나라 여행자들도 차를 타고 들어와 폭포를 향해 들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 폭포가 있음을 알았기에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며 걸었다. 강이라 불리지만 강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규모가 적은 피포 강변은 설산의 흰 눈이 녹아 내린 깨끗한 계곡물과 아름다운 단풍,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들이 어울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강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방목된 말들과 단풍진 숲들이 목가적이다.
피포 폭포를 알리는 푯말
Cascada Rio PiPo 피포 폭포.
폭포라고 해서 이과수 같은 거대한 폭포를 기대하지는 말자. 단지, 높은 산으로부터 흰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이 풍성한 계곡일 따름이지만 폭포라 이름 지었다 해서 아니될 일도 아니다. 더구나 폭포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이 싱그럽고 포근한 자연 상태 그대로였다.
역광 속의 피포 강
피포 폭포에서 외국인 여행자들과 어울려 한참을 즐기다 왔던 길로 돌아섰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밝은 햇살이 높은 산봉우리를 넘어서자 피포 강에 강한 역광이 들어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키 작은 관목들이 자라고 있는 슾지에도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국립공원의 붉은 여우.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나오는 길에 숲에서 어슬렁 거리며 나오는 이 섬의 토종 붉은 여우를 만났다. 그런데 이 여우는 사람을 봐도 그리 놀라지를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길들여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인적없는 숲에서 갑자기 마주쳤을 때는 순간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남쪽 기차 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3번 국도를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칠레와의 국경 인근에 있는 방문자 센터와 3번 국도의 끝인 '라파타이아 만 Bahia Lapataia'에 닿는다.
공원 안의 남쪽 기차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이곳에 셔틀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가 기차에서 내린 여행자들을 태우고 국립공원 안에 있는 칠레와의 국경 인근까지 태우고 간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시간에는 셔틀버스는 고사하고 빈 트럭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도리 없이 인근 벤치에 앉아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지만 얼마를 기다려도 인적 없는 공원 숲에는 고요만이 흘렀다. 아침부터 많이 걸어서 피로가 쌓였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아내와 둘이서 공원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깨를 떨구고 터벅터벅 얼마간을 걷고 있는데 뒤쪽에서 그야말로 반가운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셔틀버스였다. 반갑게 뒤를 돌아보는 우리에게 시내로 들어갈 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우리 앞에 차를 세우고 묻는다. "시내? 타세요!" 두 말 할 것도 없이 올라타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침에 투어를 시작할 때 차를 세우고 태워다 주겠다던 그 친구였다. 잠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침에는 3명이 걷더니 한 사람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그랬다. 이 셔틀버스는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국립공원을 오가는 셔틀버스인데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에 내려준 다음 다시 시내로 나가다 우리를 보고 차를 세운 것이다. 자기는 국립공원 직원이고 시내까지의 요금은 1인당 100페소씩이라 했다. 버스비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의없이 지불하기로 했다.
셔틀버스가 공원매표소 앞에 이르자 셔틀버스 기사가 공원 입장 티켓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들어올 때 티켓을 팔지 않아 사지 못 했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매표소 직원과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곧바로 우수아이아 시내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우리는 차비 200페소를 냈다.
우수아이아의 유일한 국도인 3번 도로.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셔틀버스가 다가와 섰다. 차에 타자 피로가 한꺼번에 가셨다.
국립공원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셔틀버스에서 본 우수아이아의 반영
인포메이션 센터와 Malvinas Memorial 광장의 셔틀버스 정차장
오후 2시, 네 시간의 국립공원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우리 보다 먼저 간 일행 세 명은 아직 숙소에 돌아와 있지 않았다. 어찌된 일이지? 잠시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하고 있으니 뒤늦게 일행이 돌아왔다. Pipo 폭포 앞에서 돌아나와 기차 역에서 숙소로 오는 버스나 택시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더란다. 때마침 기차가 들어왔는데 뒤늦게 출발한 우리 젊은 일행들이 그 기차를 타고 들어오기에 반가워서 그들이 가는 길을 따라 나섰는데, 거기서도 돌아오는 차편이 없어 애를 먹었노라며 하소연했다.
늦게 돌아온 일행들의 얘기를 듣는 과정에서 오늘 아내와 내가 240페소를 벌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를 태운 셔틀버스 기사는 우리가 아침에 입장권을 사지 못했다고 하자 먀표소 직원과 몇마디 나누고 별다른 얘기 없이 매표소를 지나쳐 왔는데, 뒤에 온 일행들이 탄 셔틀버스는 매표소 직원이 일일이 티켓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입장료 140페소씩을 지불했다는 것이었다. 입장료를 내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지만, 분명히 셔틀버스 기사에게 티켓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왜 매표소에서 그냥 지나쳤지? 셔틀버스를 세워줬을 때 살갑게 대했더니 우리가 마음에 들었었나? 일부러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예상외의 세이브가 생겼다.
우수아이아 시내 풍경
다시 우수아이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두 시간 가까이 낮잠이 들고 말았다. 여행지에서 달콤한 낮잠까지 자다니, 배낭 여행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가볍게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잊어버리기 전에 지구의 끝을 인증하는 "스탬프"도 받아 두고,,,,,,
우수아이아 만의 늦은 오후, 한적함이 깃들어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 해안가
우수아이아 주정부 청사. 아래 잔디공원은 에바 페론을 추모하는 에비타 공원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인포메이션 센터.
스탬프를 받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를 방문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부지런히 서둘러 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벼운 미소와 눈짓만으로도 스탬프를 받으러 온줄 알고 여러 종류의 스탬프를 내어주므로 굳이 이것저것 고를 필요없이 찍고 싶은대로 여권에 찍으면 된다. 하나를 찍어도 되고, 다섯 개를 찍어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다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산 마르틴 거리의 저녁
인포에서 스탬프를 찍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내를 잠시 거닐었다. 카지노나 레스토랑, Bar에 가지 않는다면 여행지에서 시내를 걷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있을까? 시내라고 해봐야 걸어서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가장 남쪽에 있는 땅, 우수아이아를 걷는다는 일이 어디 예사로운 일이던가. 여행자가 느끼는 마음의 거리는 충분히 넓고 화려했다.
시내에는 주정부청사를 비롯하여 우체국, 경찰서, 해군본부 등의 관공서와 대학교, 은행, 레스토랑, 기념품점, 쇼핑센터 등등이 즐비하다.
우수아이아 시내의 랜드마크 Iglesia N.S.de la Merced de Ushuaia의 내부
교회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아담하고 소박했다. 성스러운 곳이니 비록 신앙인은 아니지만 사진 한 장을 찍는데도 조심스러웠다.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교회에 들른 이들의 고요한 기도 소리가 마음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시내를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아홉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아 잠시 고민하다 라면을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 마땅치 않거나 돈이 궁하면 이렇게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 일쯤이야 호스텔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니 가볍게 물을 끓이고 있는데, 젊은 그룹 한팀이 음식 만들 준비를 갖추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가만히 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숙소에서 스쳐간 젊은 여행자들이었다. 라면을 먹으려는 우리 부부에게 잠시 기다리라며 그네들이 준비한 맛있는 요리를 나누어준다. 라면이 한 순간 성찬으로 바뀌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를 정리하는데 투투둑, 창밖의 양철 지붕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더니 이내 제법 리드미컬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돋군다.
여행에서 비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까지 함께 여행한 사람들 중에는 비를 좋아하는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체로 비를 싫어하거나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어했다. 여행에서 비가 내리면 그 여행의 7~80%가 흐트러진다고 했다. 나나 아내 역시 여행 중에 비가 내리면 불편해한다. 옷이 젖기도 하고, 볼거리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사진 찍는 일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평소에도 비가 내리는 날을 매우 좋아하는 내게는 여행지에서의 비는 오히려 여행의 특별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것이야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일, 모든 상황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비옷과 우산을 준비해 다니면 되었다.
여행지의 창밖에 쏟아지는 비는 향수였다.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꿈엔들 잊힐 리 없는 정지용의 그 향수까지는 아닐지라도 이역만리 머나먼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는 포근한 엄마의 품이기도 했다.
첫댓글 단풍든 모습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네요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는 느낌이 새롭고 이것저것 생각도 많아지죠
우수아이아의 스템프는 죽을때까지 동반하고 다닌다합니다
천국가시는 비자로 간직하고 계세요 ㅎㅎ
항상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얘기가 있었군요~ㅎ
천국 가는 비자라, 빌어주신 행운 으로 즐거운 여행생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많은도움과 즐거움을 주네요. 영어가 짧아 흥정하거나 투어 신청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늘 멋진 여행 즐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