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청소년들이 당하는 두발단속과 강제교복 입히기는 박정희가 벌인 장발단속과 미니스커트 단속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왜 이다지도 사람들의 몸과 옷을 얽어매려 할까요? 생각의 날개를 자라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죠. 옷과 헤어스타일이 자유로운 사람이 생각도 자유로운 건 아니더라도 생각이 꽉 막힌 사람은 결코 옷과 헤어스타일을 자유로이 할 수 없습니다. 겉모습을 옥죄면 생각이 쪼그라듭니다.
사람들은 ‘노예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스스로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고 어떤 힘 센 무엇이 자신을 몰아치고 달달 볶으면서도 옆에서 챙겨주길 바라죠. 어딘가에 기대고 하란 대로 하는 데 너무 익숙해졌죠. 자유로움을 두려워하고, 스스로 단속하면서 눈치 보는 걸 생활화한 사람들이 세상엔 쌔고 쌨습니다. 이러한 종들이 많아질수록 민주사회는 멀어집니다. 민주사회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주인으로서 사는 사회니까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고 머리를 잘라버리는 까닭도 공부를 더 시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말 잘 듣는 일꾼을 길러내기 위함입니다. 머리만 자르면 공부를 하게 되는 꼭두각시로 학생들을 여긴다는 거죠. 실제로 성적과 머리길이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지만 그럼에도 머리를 자르게 하는 건 하란 대로 고분고분 고개 조아리는 머슴들을 길러내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엔 통제와 교칙이 넘쳐나고 학생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옭아매는 겁니다.
물론, 갑작스레 두발자유화가 되고 복장자율화가 되면 어지러움이 생기겠죠. 지금도 학생들이 통제가 안 되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는 교사들도 있겠고, 학생들의 자유로움이 눈꼴 시리다는 꼰대들의 볼멘소리도 울려 퍼지겠죠. 얼마나 학생들을 손아귀에 넣고 주물럭대는 대상으로 여겼는지 잘 드러날 겁니다.
또한 학생들도 불현듯이 찾아온 자유에 한참 헤매겠죠. 자유가 싫다며 다시 구속해달라는 일도 생기겠죠. 전두환 정권이 벌인 교복자율화 시기 때, 학생들은 그다지 자유로운 옷차림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복을 안 입으면 공순이, 공돌이들과 구별이 안 되기 때문이었죠. 그만큼 자유보다는 차별하기와 허영의식이 이 사회에 깊게 배어 있습니다.
더구나 중고생들도 ‘명품’이랍시고 사치품을 입으려고 달려드는 요즘, 아예 교복을 단체로 다 입혀버리는 게 속 편하고 상업주의를 막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전체주의가 물씬 풍기며, 청소년들은 멍청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권위주의가 짙게 서려있죠. 똑같은 논리로 짝퉁이라도 사치품을 걸치고 들고 다니려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옷만 입히고 가방만 들고 다니게 하자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요?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보다 어리석기에 통제를 더 받아야 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게다가 교복을 입히고 머리를 단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구분짓기가 일어납니다. 청소년들은 바지통을 줄이고 치마단을 접고 ‘명품교복’을 입습니다. 교문 단속을 피해 새벽에 학교를 갈지언정 어떻게든 구레나룻을 기르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학교 밖으로 나서는 순간, 화장을 하고 젤을 바르죠. 단속한다고 풀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멀리 보면서 두발단속과 교복을 없애야 합니다. 어수선함이 생기겠지만 지금도 교실분위기가 엉망진창이긴 매한가지죠. 새로운 변화 속에서 자유를 맛보며 스스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생겨날 테고, 자신들이 지키는 규칙들이 만들어지고 일정한 줏대들이 생겨날 겁니다. 이러한 흐름이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입니다.
지난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 때, 몇 만 명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외친 구호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사람대접 해달라는 것도, 근로기준법을 지키란 것도, 노조를 인정하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두발자유화였습니다. 둘째론 복장자율화였습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뛰쳐나온 사건에서 두발자유화가 첫째 구호였던 것은 그만큼 일상이 옥죄어져 있다는 뜻이고 자유가 필요했다는 말이죠.
한국교육은 시민의식과 자유인으로서 살겠다는 정체성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 결정권을 자신이 갖지 못하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입김에 따라 자기 머리카락을 자르고 입으란 대로 옷을 입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한국공교육은 시민학 또는 시민교육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시민이 없는 시민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두발단속과 교복은 한국사회 민주의식의 가냘픔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교육여행 까르르....
첫댓글 두발과 교복 자율화는 아직은 어떤게 옳은지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담양 한빛고등학교에 갔을때 그들의 자유스런 두발과 복장이 좀 걱정스러웠는데, 만나는 학생마다 공손하게 인사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면서 참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런 한편으로 요즘 중학생들 교복 특히 여학생들 보면 그게 교복인지 미니스커튼지 꽉 조이고 짧고..으휴 자율화 했을때 얼마나 희안하게 입고 다닐지 생각하면 또 걱정되기도 한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우리는 창의력 시대에 뒤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제복을 싫어하는 사람이지요. 학교 다닐 때도 교복이 어찌 그리 답답하던지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적 교육감이 많이 당선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어젯밤 기홍샘님의 들뜬 목소리..기쁨인지 울음인지 모를 ..사실 선거전 여론조사로는 불리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기홍샘님 축하드립니다
해방 후 처음으로 교육권력이 바뀐 날이니 얼마나 감격스럽겠습니까?
교육계의 판갈이 입니다....
두고 보시면 이 선택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지 곧 보일 것 입니다...
고맙습니다...
굥샘님~애 많이 쓰셨습니다.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