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5장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의 길라잡이
Vīthimutta-saṅgaha-vibhāga
'과정을 벗어난 마음의 길라잡이'는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종류 중 2번째 분류에 대한 설명이다.
첫 번째 분류는 앞서 4장에서 살펴보았던 대상을 알고자 하는 7가지 마음들(오문전향, 전오식, 받아들임, 조사, 결정, 속행, 여운)로 설명되는 '인식과정의 길라잡이'이다.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들은 존재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마음들이다.
종류로는 3가지 마음들(재생연결식, 존재지속심, 죽음의 마음)이다.
전생의 마지막 자와나에서 취한 대상을 대상으로 삼는 마음들이기 때문에, 금생에 새로운 대상을 취할 수 없는 마음들이다.
각묵스님의 표현으로는 5장은 한 마디로 '윤회 과정의 길라잡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앞 장에서 저자는 삶의 과정(pavatti)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흐름인 인식과정(vīthi-citta)에 대해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다. 이 장에서는 인식과정을 벗어난(vīthi-mutta) 마음의 전개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서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은 '과정(vīthi)을 벗어남(mutta)'으로 직역할 수 있는 vīthi-mutta를 의역한 것이다. 이 용어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마음이 여섯 감각의 문을 통해서 대상을 인지하는 인식과정을 제외한 마음의 모든 기능을 뜻한다. 그래서 여기에는 재생연결식과 바왕가와 죽음의 마음이 포함된다. 이렇게 하여 본 장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는 윤회의 원리와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회(saṃsāra, vaṭṭa)는 초기불전 도처에서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다. 불교에서는 금생의 흐름(santati)이 내생으로 연결되어 다시 태어나는 것, 즉 '재생(rebirth)'을 윤회라 부른다. '다시 태어남(재생)'은 punabbhava(puna = 다시, bhava = 존재함)라는 단어로 초기불전의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남의 원인을 갈애(taṇhā)로 들고 있으며 그래서 초기불전에서는 갈애를 '재생을 하게 하는 것(ponobhavik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아라한은 다시 태어남, 즉 윤회가 없다.
여기서 '흐름(santati)'은 '오온의 찰나생 찰나멸의 흐름'을 뜻한다.
오온의 흐름은 금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어도 끝나지 않고 내생으로 이어진다. 지은 업이 있고 받아야 하는 과보가 있기 때문이다.
'윤회'라는 뜻인 saṃsāra는 파자하면 saṃ(together)+√sṛ(to flow) 이다.
'함께 흘러간다'는 뜻이다. 즉 오온이 함께 흘러간다. 오온의 찰나생 찰나멸의 흐름을 뜻한다.
주석서들은 "5온·12처·18계가 연속하고(paṭipāṭi) 끊임없이 전개되는 것을 윤회라 한다."(DA.ii.496; SA.ii.97)라는 등으로 윤회를 정의한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매 찰나 전개되는 오온의 흐름 자체가 윤회이다.
생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 생에서의 마지막 마음(죽음의 마음, cuti-citta)이 일어났다 멸하고, 다음 생의 재생연결식이 또 다른 조건을 얻어 일어나는 것이 윤회이다. 이렇게 생겨난 재생연결식은 그 생에서의 존재지속심(바왕가)으로 생멸을 거듭하며 흘러가고 그 생에서의 죽음의 마음이 되어 끝나며 다시 다음 생으로 생멸하며 흘러간다. 이러한 흐름을 불교에서는 윤회라 한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재생연결의 과정, 즉 윤회의 과정을 윤회하는 세상과 재생연결식과 죽음과 그 원동력이 되는 업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윤회의 원리와 과정을 심도 있게 설명하기 위해 먼저 유정들이 태어나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세상을 31가지로 분류하고(§§3~17) 이런 세상에 태어나는 동력인으로서 업(kamma)에 대해 상세하게 열거한 뒤(§§18~33) 죽음과 재생연결의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34~42)
2.
§1. 서시
이와 같이 인식과정을 통해 삶의 과정에서 마음이 일어나는 길라잡이를 설했다.
이제 재생연결에서 마음이 일어나는 길라잡이를 설하리라.
'재생연결에서 마음이 일어나는 길라잡이'를 '윤회의 길라잡이'라고 치환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재생연결³⁶⁷⁾에서 마음이 일어나는: 이렇게 '재생연결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대해서'라고 표현했지만 저자는 여기서 재생연결(paṭisandhi)뿐만 아니라 존재지속심(bhavaṇga)과 죽음의 마음(cuti-citta)도 다루고 있다.(pdṬ.193) 먼저 아누룻다 스님은 존재들이 거주하는 세상(bhūmi)부터 열거한 뒤 그런 세상에 재생하는 마음 등을 설명한다.
³⁶⁷⁾ 여기서 '재생연결'로 옮긴 단어는 sandhi(연결)이다. 여기서 sandhi는 문맥으로도 재생연결(paṭisandhi)을 뜻하고 복주서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서 재생연결로 옮겼다.
3.
§2. 범주의 열거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의 길라잡이에서,
(1) 네 가지 세상
(2) 네 가지 재생연결
(3) 네 가지 업
(4) 네 가지 죽음이라는
네 개 조로 이루어진 네 개의 범주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하 §17까지 존재들이 거주하는 세상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세상을 다시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아누룻다 스님은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처럼 불교의 우주관을 제시하고 있다.
간단하게 이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아비담마적인 용어를 가미하여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어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특별한 형태의 재생연결의 알음알이가 그 열쇠가 된다. 이 재생연결식은 그 세상에서 다시 존재지속심이 되어 그 세상에서 죽을 때까지 일어나고 사라지고를 거듭하며 계속 흘러가게 된다. 그러므로 욕계에서 과보를 맺게 될 업에 의지하여 욕계의 재생연결식이 일어나고 욕계의 존재가 나타나게 되며, 색계에서 과보를 맺게 될 업에 의지하여 색계의 재생연결식이 일어나고 색계의 존재가 나타나게 되며, 무색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앙굿따라 니까야』 제1권 「존재 경」 (A3:76)에서 "이처럼 업은 들판이고 알음알이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저열한 [욕]계에... 중간의 [색]계에... 수승한 [무색]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하게 된다."(A3:76)라고 설파하셨다. 과거의 업에 의해 결정되어 알음알이의 씨앗은 그에 적절한 세상에 떨어져서 뿌리를 내리고 업이 비축한 영양분을 공급받아 그것의 잠재력에 따라 움이 트는 것이다.
여기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알음알이는 재생연결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재생연결식을 결정하는 것은 업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업이 재생연결식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한 생의 마지막 자와나 과정에서 5개의 자와나가 느리게 일어난다.
이 자와나 과정은 일반적인 속행처럼 새로운 업을 짓는 것이 아닌, 생에서 지었던 수많은 업 중에서 재생연결식을 결정하는 업을 여기서 결정하게 된다.
한 생의 마지막 자와나 과정이 업을 짓는 것이 아닌, 재생연결을 결정하는 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업은 업, 업의 표상, 태어날 곳의 표상 3가지 형태 중 하나로 나타난다.
이 3가지가 실제 어떤 방식과 느낌으로 나타나는가는 앞서 레디 사야도가 쓰신 '빳타나 해설서'의 한 대목을 공유한 바 있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