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시마의 마지막날은 데시마 아트뮤지엄과 쇼도시마 돌아보기..
데시마 아트 뮤지엄(Teshima Art Museum, 豊島美術館)은 데시마 항에서는 차로 10분 정도, 도보로는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몇 군데의 굽이와 약간 숨이 차는 정도의 도로를 넘어서면 바다를 향한 둥그런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곱게 다듬어진 계단식 논과 바다와 어우러진 건축물은 단출하지만 멋스럽게 놓여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 Nishijawa Ryue)와 아티스트 나이토 레이(内藤礼, Naito Lei)에 의해 건립됐다.
뮤지엄 본관 앞으로는 뮤지엄 자체를 축소해 놓은 듯한 기념품 매장이 있다. 그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돌아서면 뮤지엄으로 입장할 수 있다. 안내원의 주의 사항을 듣고 나서 신발을 벗고 입장..
이곳도 사진 촬영 금지~~
뮤지엄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소박하다. 천정에 뚫린 두 군데의 큰 구멍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얀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팔베개하고 누운 채 천장을 응시하는 사람도 있고, 뭔가를 밟지 않도록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걷는 사람도 있다. 굴러가는 물방울을 따라가는 눈동자의 조용한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작품은 그림도 아니고 조각도 아니고 단지 바닥에서 슬며시 올라오는 무수한 물방울의 움직임이다.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바닥에 뚫린 바늘구멍 같은 미세한 구멍들을 통해 맑은 물방울이 올라온다. 몇 초 또는 몇 분의 시간을 소비하며 어느 정도 무게감을 충족한 물방울은 천장 아래쪽 경사진 곳을 찾아 이동한다. 처음부터 미리 놓인 물길은 없다.
섬을 지나던 바람이 잠시 들어와서 사람들 사이로 흘러 물방울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다. 관람객이 실수로 내디딘 발에 따라 물길이 바뀔 수도 있다. 물방울은 다른 물방울과 합쳐져서 더 큰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들이 더 큰 물줄기로 변하고, 자신들이 모두 똑같은 물이 아니라는 듯 제멋대로 바닥을 훑는다.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 가서야 재회를 한다.
이런 풍경을 빛과 함께 즐기면서 명상인듯 휴식인듯한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
사진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즐기다보면 충분히 공감되는 장소~~
별것 아닌 공간이지만 묘한 유인력을 가진 장소..
이떤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이떤이는 개구부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과 바닥을 번갈아 본다.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릴까 바닥 쪽으로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묵상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의 물방울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듯한 사람도 있다.
지극히 단순한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변주는 자연과 어우러져 그렇게 관람객의 마음을 흔들며 어떤 동행은 끊임없이 말로 감동을 표현하기도~~ㅎ
알려지지 않은 장소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 장소만 돌아보고 쇼도시마로 향합니다..
쇼도시마는 짧은 시간에 올리브공원 일원과 오헨로에 포함된 사찰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감..
어떤분에게는 전혀 감동없는 여행일지 모르지만 이틀간의 예술을 찾아 떠난 섬 여행~~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또 다른 멋진 일상의 책갈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