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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간이 맞아야 한다’는 것은 산악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식품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염도와 당도는 염도 0.8%, 당도 10Brix(포도주스 100g에 들어 있는 1g의 당) 내외다. 그럼에도 우리 입맛이 자극적으로 변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에 길들여져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중에 맛있다는 음식의 염도와 당도를 측정해 보면 앞의 기준보다 2배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산악음식도 기후와 대상지에 따라 염도와 당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산악전문가에 의하면 고산등반은 혹독한 추위와 극한의 체력소모를 대하는데, 염도가 높은 음식은 역한 냄새와 구토를 유발한다고 한다. 반면 땀을 많이 흘리는 산행에서는 짭짤한 음식이 식욕을 자극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하여 매운 맛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를 낮춘다.
‘Cook and Pack’에서는 저염식을 권장하는 취지에서 고산등반음식은 염도 0.6%, 당도 8Brix 이하를 제안한다. 일반산행은 하절기 염도 1%, 당도 12Brix 내외가 적당하다. 매운 맛은 한국 고추의 매운 정도인 1,000~1만 스코빌(Scoville Heat Unit : 캡사이신 농도 측정 지수)이 적절하다. 다만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량의 섭취를 전제로 30만 스코빌 이상의 아주 매운 고추를 활용하기도 한다.
필자는 4주간 제주 올레길을 돌면서 산악음식에 대한 체험을 하였다. 이번에는 제주산 식재료를 이용한 산악음식을 일부 소개한다. 또 이야기가 있는 음식으로 고 박영석 대장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영석국수’를 구성했다. ‘영석국수’는 고인이 동료 산악인들에게 종종 해주었다는 짬뽕과 김치말이국수에서 착안했다.
[아침] 크림수프 건조 마늘 바게트 치즈
수프는 한 달 동안 제주 올레 트레킹을 할 때 많이 활용한 아침음식으로 식사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는 간편식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분말수프는 맛도 괜찮고 포장이 잘되어 있어 그대로 사용했다.
주로 화이트 루를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쌀가루를 첨가한 크림수프, 양송이수프, 쇠고기수프 등이 적당하다. 또 수프의 색감을 살리고 풍미를 살리기 위해 전문 쉐프들은 파슬리 가루를 뿌려 주기도 한다. ‘Cook and Pack’에서는 향이 강한 마조람 가루를 사용했다.
곁들인 빵은 건조 마늘 바게트로 하였다. 이 빵은 기존 바게트에 마늘즙과 버터를 바른 후 완전건조시킨 것이다. 보관이 용이하고 무게를 70% 정도 줄일 수 있다. 포만감을 높이고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치즈를 같이 먹는 것도 유용하다. 주로 경성치즈로 에멘탈 치즈나 파마산 치즈를 추천한다.
시중 판매되는 분말수프는 1인 20g 기준에 물 200cc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염도를 낮추고 건조 바게트를 프레이크로 먹기 쉽게 하도록 250cc 정도. 1인분 기준의 건조 바게트는 30g, 치즈 15g 정도 섭취하면 250kcal 정도이다. 색감 때문에 베이컨도 첨가했다. 식품의 보존기간은 어떤 조건 하에서도 6월 이내는 무방하다.
[점심] 약식 달걀말이 쑥편
시중 판매되는 약식을 40~50g 단위로 잘라 일부 견과류를 추가해 진공포장했다.
달걀말이는 필자가 산악음식에 관심을 갖게 한 메뉴이기도 하다. 일단 8개 정도의 달걀과 소금 10g, 설탕 20g, 청주 또는 우유 30g을 섞어 숙성시킨 후, 달걀팬에 굽는다(4인분). 식혀서 산소흡수제를 첨가해 진공포장하면 상온에서 10일까지는 약식과 함께 섭취하는 데 지장이 없다.
쑥편은 참기름 코팅을 하여 진공포장하면 떡이 잘 굳지 않고 약식, 달걀말이와 잘 어울린다. 1일 기준 약식 80g, 달걀말이 70g, 숙편 90g 정도 섭취하면 540kcal. 체력소모를 보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간식으로는 제주 감귤곶감과 보리크런치를 소개한다. 먹기 편하고 맛도 좋아 간식이나 디저트에 적당하다.
[저녁] 전채요리 주요리 영석국수
저녁메뉴는 하루 산행을 정리하고 휴식과 충전을 위한 정찬요리다.
전채요리는 요즘 제주에서 많이 출하되는 브로콜리, 적양배추, 마늘종을 이용한 초절임을 했다. 1인당 각 50g 내외.
주요리는 제주산 흑돼지오겹살 수육, 장태 및 붉은메기(나막스) 버터구이, 닭다리조림으로 하여 파간장소스를 곁들였다. 각 60~80g 정도가 1인분으로 적당하다. 파간장소스는 따로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다른 산악음식에 동양식 소스로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 파간장소스는 대파 100g를 두께 1mm 이내로 채 썰고, 진간장 90g, 으깬 참깨 5g, 청양고춧가루 5g을 혼합해 숙성시킨 양념장이다. 간장에 비해 염도가 반이고(9%), 파향이 있어 모든 음식과 잘 맞는다. ‘영석국수’는 정찬의 마무리음식이다.
[영석국수]
1단계 건조 배추, 버섯(표고, 느타리, 새송이, 청경채), 파, 양파, 마늘, 채 썬 김치와 소고기, 반건조 한치를 고추기름에 볶아 기본 베이스를 만든다(각 재료의 비율은 채소 6 : 육류 2 : 해산물 2).
2단계 위 베이스 200g당 치킨스톡 5g, 천연해산물 파우더 5g을 첨가하고 염도 2.5%에 맞추어 섞어 준다.
3단계 2단계 재료는 100g씩 밀봉 포장하며, 이를 300% 희석해 끓여 국수를 말면 된다. 몇몇 시음자들은 덮밥의 소스로도 권장할 만하다 하여 밥을 이용한 ‘영석탕반’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저녁 정찬은 1,500g 정도로 2,500 kcal 내외다.
산악음식과 관련된 독자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dkmypark@naver.com
필자 동국대학교 교수(법학)로 재직하고 있으며, 코오롱등산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라이브 부문 동상(2014-154)과 International Food 그랑프리 창작요리 5코스 부문 금상(2014-KCF2327)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