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아파트를 늦게 구입한 B씨의 집은 층과 향이 좋은 이른바 `로열층`이었다. A씨는 "로열층이 다 나갔다며 초기 분양때 저층을 팔더니, 로열층을 할인해서 팔다니, 일찍 분양받은 내가 죄인이냐"며 가슴을 쳤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몇몇 계약자들이 시공사에 항의를 하자, 건설사는 `할인 분양을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아파트 할인분양으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자금 회수를 서두르기 위한 건설사들의 미분양 바겐세일이 이어지자 초기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분양 초기에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은 제 값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미분양 물량을 구입한 계약자들은 무료 발코니 확장이나 중도금 무이자, 분양가 할인 등 갖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하루라도 빨리 판매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때문에 값을 낮춰서라도 잔여세대를 팔아야 하지만 이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에겐 이 같은 혜택을 적용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했다간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어서다.
대형사가 짓는 브랜드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에서 지난 2010년 4월에 분양을 시작한 부천 소사역 푸르지오. 이 아파트 계약자 18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천시청 등지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일찍 분양받은 내가 바보였다"
계약자들은 "대우건설이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선입주자들 몰래 할인분양을 감행하는 등 기계약자들에 금전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미분양분을 사는 계약자에게 109㎡형(이하 공급면적)의 경우 1200만원 상당의 발코니 확장비를 지원하고, 중도금 무이자(1500만~2000만원) 등 3000만원 상당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분양가 6억1000만원인 148㎡형은 5000만~6000만원을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고 비대위측은 전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이미 분양받은 사람에게도 같은 혜택을 적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분양가가 비쌌다. 3.3㎡당 1300만원 가량이었다. 당시에도 주변 시세(3.3㎡당 1000만~1100만원)보다 비쌌지만, 뉴타운이 들어오고 개발이 된다고 해서 실거주를 하면서도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계약자들에 양해를 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할인 분양을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이라니….괘씸하기 짝이 없다.
계약자들이 할인분양을 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수차례 문의를 했었다. 상담 직원들은 `10층 이상 로열층도 남아 있고, 지금 계약하면 발코니 확장 무료 혜택 등으로 기존 계약자보다 3000만원 이상 싸게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따라서 기계약자들에게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분양가 할인 등을 소급적용 해줘야 한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은 "할인분양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입주를 마친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시흥5차 푸르지오 아파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83~195㎡형 400여가구로 구성된 시흥5차 푸르지오의 40~50평형대 중대형 주택의 일부는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미분양 주택의 할인폭이었다.
주민들은 "초기 분양가가 5억6000만~5억7000만원이었던 158㎡형은 4억원대 중반에, 195㎡형도 초기 분양가(7억4000만~7억5000만원)보다 2억원 가량을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며 "기계약자에 비슷한 혜택을 주든, 할인분양을 멈추라고 했지만 건설사는 입주민들의 항의에 귀를 닫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한다.
"부동산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미분양을 처리하는 것인데, 소급적용까지 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체 가구수가 300가구인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어보면, 50가구가 팔리고 남은 250가구를 팔기 위해 할인분양에 나선 경우엔 기계약자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그렇더라도 기계약자에 할인 분양 사실을 숨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기계약자들도 건설사와 이러한 문제를 풀어갈 때, 분양가를 많이 깎아달라는 등의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다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아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