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채류 가격의 속절없는 바닥세에 이어 산지 쌀값마저 흔들리면서 충남과 전남 등 쌀 주산지농협들은 역계절진폭에다 재고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산지 평균쌀값은 20㎏들이 한가마니에 4만3182원. 이는 지난해 수확기인 11월 4만3478원보다 296원이나 떨어졌다. 2012년 2월에 이어 2년 만에 또다시 쌀값 역계절진폭이 발생한 것이다.
농협에 따르면 2월20일 기준 전국 벼 재고량은 122만2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만4000t(9.3%)이 많다. 도별로는 경북이 20.2%로 가장 많고, 충남 18.8%, 전남 16.5%, 전북 12.7%, 경남 12.7%가 늘었다. 반면 경기·강원은 15% 정도 감소했고 충북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산 벼를 수매해 원료곡으로 갖고 있는 주산지 농협을 비롯한 산지 유통주체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쌀값은 떨어지는데도 팔 곳은 없고 그야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82만4000t의 쌀을 생산해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던 충남의 상황은 심각하다. 주산지 농협들이 지난해 수확기 사들인 2013년산 원료곡은 2012년산보다 3만6000t(13.1%)이 늘어난 31만t. 반면 판매량은 6000t(11.8%)이 감소한 4만5000t에 불과해 재고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만2000t 늘어난 26만5000t에 이르고 있다.
여기다 쌀 가공시설이 없는 63개 비RPC(미곡종합처리장) 농협은 원료곡 보유량이 10만2000t에 달하지만 판매량은 1만800t에 그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산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2~10월 월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10월말경 원료곡 소진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올 양곡연도말까지 소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계절진폭을 노리고 원료곡을 보유한 일부 농가들이 원료곡을 산지농협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 농협 RPC 관계자는 “조곡 40㎏들이 한 가마니에 지난해 수매가격보다 2500원 내린 5만5000원에 1000t을 농가로부터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곡창인 전남도 마찬가지다. 2월 지표상의 전국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니에 17만2000원선을 유지했지만 실제 전남지역 쌀값은 이보다 크게 밑돌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가격에도 쌀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재명 광주·전남농협RPC운영협의회장(나주 동강농협 조합장)은 “쌀값이 떨어지면 판로라도 열려야 하는데 창고마다 들어찬 쌀이 팔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단순한 소비촉진을 넘어서 나라 전체 쌀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부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구형 충남농협RPC운영협의회 회장(태안농협 조합장)은 “쌀 소비부진에다 거래처 가격인하 요구, 일반업자의 저가공세 등으로 지역농협 RPC의 경영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 지난해 대비 잉여물량이라도 정부가 나서 흡수하는 등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정당국자는 “쌀값 역계절진폭이 나타나고 있지만 재고량은 민간 일부에서 예상보다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는 분석도 있어 현 상태에서 정책적 개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