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형상화 ⑤
주변국의 형상화
한반도 주위에 우리를 노리는 맹수와 짐승들이 우글거린다. 탐욕스런 닭도 있고, 용도 있고, 간사한 잔나비도 있고, 불곰도 있고, 맹금도 하늘에서 맴돌고 있다. 모두 먹이 감으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제의 주눅 들고 나약한 우리가 아니고 동북아를 주름잡던 조상의 얼을 간직한 겨레로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위 미국인이 보는 중국 지도의 모양을 보면 중국은 수탉(rooster) 형상을 하고 일본은 생선형(멸치)으로 그리어 하릴없이 닭에 쫓기는 생선이다. 이 그림에서 중국은 날갯짓을 하며 먹이를 쫓아가고, 한국은 닭의 벼슬로 덜렁거리며 붙어있고, 일본은 닭에게 쫓기어 튀어 달아나려는 멸치로 비유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좋아하겠지만 한국이나 일본에게는 몹시 기분 나쁜 그림이다. 한반도는 닭의 부리 밑에 있는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중화사상의 화석(化石)이 살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비록 중국은 닭, 한국은 호랑이, 일본을 생선이라 하더라도 수탉은 웅크린 호랑이에게 대적할 수 없고, 생선을 노리더라도 생선은 갈 길을 가는 것 같다. 두 번째 다양한 닭들의 모습들은 닭의 시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주변국은 긴장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그린 것 같다.
한편 일본은 형상화는 종류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해마로 곧 잘 표현하는데 생김새만 비슷하게 그릴 뿐 별다른 의미를 주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해마의 진행방향은 해양인데 정명가도(征明假道)나 대동아경영권(大東亞經營圈)을 위장한 것일까.
그런데 최근에 일본인이 의미심장한 지도 그림을 그린 것이 화제이다. 중국의 닭이란 형상화에 대응하는 그림 같기도 하지만 중국은 닭의 꼬리 쪽이고, 일본의 닭의 뇌이며, 한국은 닭의 배설부위이다. 정말 기분 잡치는 그림이다. 닭 모양 세계지도는 세계를 구성하는 대륙과 섬의 배치와 크기를 새롭게 하여 닭과 유사한 모양을 다양하게 만든 많은 그림중의 하나이다. 12개의 동물 지도에서 일본은 가능한 좋은 곳으로 이동시키면서라도 배치했는데 한반도는 강조한 곳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표현에 걸리적거리게 따라 붙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닭 모양 세계지도'는 지난 2009년 일본의 그래픽 아티스트 켄타로 나가이(長井健太郎 Kentaro Nagai)가 'Twelve Animals'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작품 중 의 하나로 알려졌다(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이처럼 중국에서는 한반도를 닭의 부리로, 일본작가의 ‘12 지신도’에서는 닭의 후진 데로 나타내는 꼴을 보자니 우리도 어서 멋진 ‘세계 속의 한국’이란 멋진 그림이 나오기를 바란다. [20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