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d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축적의 시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발간)
추천자 강신원(독서문화운동가)
[축적의 시간] 이 책은 지난해 9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26명의 교수진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견인해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모아 발간한 책 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우리의 어느 특정산업분야가 아니라 거의 모든산업분야에 걸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은 엄청나다. 여러신문들이 사설로 칼럼으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에 동감을 표시함은 물론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엔 집필에 참여한 교수들과의 직접 대담과 우리 기업의 현실상황,정부의 정책,선진국기업의 기술수준등을 비교하는등 우리 산업이 가지고있는 문제점을 심층분석하여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가 저문다' 라는 주제로 신문1면을 장식하는 시리즈 기사로 다루었다. 나아가 SNS에서도 이 책을 읽은 젊은세대들이 의견을 주고 받는등 뜨거운 반응에 집필한 교수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도대체 무엇때문에 언론에서 그리고 특별히 젊은 세대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 하는것인가를 다시 분석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한계에 다다른 '빠른추격자 모델'
사실 우리나라 산업이 근대적 의미의 성장-발전을 시작한것은 불과 50여년전의 일이다.지하자원 하나없고 수출품 이라고는 오징어와 가발이 전부였던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산업환경의 후진국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추격해서 '빠른추격자-fast fellower'로 우뚝서면서 철강,자동차,조선,화학,건설등 주요산업 영역에서 세계인의 상식을 뛰어넘어 '한강의기적'을 이룩한데 이어 반도체, 스마트폰,TV등 IT전자산업분야 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것은 '압축성장'전략을 통한 자랑스런 성취였다.
지난 1960년부터 2014년 까지 월드뱅크에 1인당 GDP기록이 나와있는 전세계 221개국의 1인당GDP 평균은 5000달러 수준이다.이들국가중 원래 잘 살았다면 원래대로 잘 살던지,원래 못 살았다면 원래대로 못 살던지 혹은 잠시 잘 살게되었다가 멈춰버리는 것이 대부분의 패턴이 었는데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성장-발전 해온 나라는 오직 우리 대한민국 뿐이 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아니다. 뒤쫒는 나라에 추격-추월 당하고 앞서가는 선진국의 기술력에는 우리의 기술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사정이 이러한데도 아직도 일반국민들은 물론 산업계의 지도자들이나 정부의 정책담당자,전문가,언론등 영향력을 가진 지식계층까지도 지난세기의 성장방정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착각' 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다. 그내용를 살펴보자.
첮째 생산활동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등 개도국으로 보내고 우리수준에서는 브랜드나 마케팅,연구개발 같은 지식노동분야의 '국제분업론'을 말하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두째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이니 기가막힌 특허나 아니면 세계적인 논문이 있으면 먹고살수 있지 않으냐 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이것도 엄청난 '착각'이다. 특허나 논문은 이렇게하면 될것이다 라는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발명-Invention 이고 이를 사업화 하고 상업화 하여 돈을 버는것은 기술혁신-Innovation 이다. 따라서 From Invention To Innovation 사이에는 엄청난 불확실성과 전혀 모르는 일들을 겪어 나가야 한다.특허와 논문이 있다고해서 절대 먹고살지 못한다.
세째 혹시 우리가 아직도 갖고있지 못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다면 요즘은 개방적 협업시대이니 인수합병등 돈주고 사오면 되지않느냐고 하지만 살수 있는게있고 전혀 살수없는게 있음을 모르는 대단한 '착가'이다.
네째 아직도 중국이 생산공장이고 소비시장 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이런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중국에 대한 월드뱅크등 국제기구의 평가는 Innovation Power House 라고 표현한다. 과거엔 중국이 만든 값싼 부품으로 한국이 최종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서 만든 부품으로 중국이 최종 시스템을 만든다.아시아 첨단기술제품인 항공기,통신장비,제약-의료기기등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에 5.9% 였으나 2014년에 43.7%로 급등 한 반면 한국은 2000년 10.7% 에서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의 문제와 교육에 대한 국민의식에서 안정된 직업을 추구하는 시대적 '착각'도 심각 하다고 본다. 특히 붕어빵 인재를 만들어내는 대학 교육제도를 혁신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야 한다.
21세기는 지난세기와는 전혀다른 새로운 변화의 세기임을 깨닫고 변해야 한다.우리산업이 그간 모방과 추격으로 선두자리 까지 왔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치고나갈 실력도 추진력도 전혀없는 추락의길만 있을 뿐이다.아직도 뿌리깊이 박힌 '모방-개량정신'이나'2등이목표'인것 같은 '안전위주'의 성공방식인 원천기반기술 없는 제조기술만의 제조업신화는 수명을 다 했다.
# 우리산업의 핵심문제점 '불편한 진실'의 극복방안
반도체가 되었든 IT 전자산업이 되었든 우리산업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를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창조적 개념설계역량의 부족' 이라고 표현한다.이 말은 컨셉 디자인,컨셉적 디자인,베이직 디자인등 분야에 따라서 다양하게 일컫는 개념이다.쉽게 말해서 아직까지 없거나 모르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최초로 창조하는 개념으로 백지위에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말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본다.
초고층빌딩, 잠실 롯데월드타워 의경우 개념설계와 구조설계를 아직까지 우리기업이 하지 못한다. 기반(터파기)설계는 영국의 에이럽,태풍같은 강풍에견디는 공기역학적 풍동(風洞)설계는 카나다 RWDI,위성측량(빌딩 하단에서상층까지 정확하게 지어지는기술)은 스위스 라이카,외벽(커튼힐)은 일본 릭실,미국 CDC,등의 첨단기술로 지어진다.
인천대교에 적용된 기술의 경우도 구조설계는 일본 조다이,케이블제작은 신일본제철-중국의공장,케이블설치는 프랑스 프레시엣의 기술이다.
이러한 창조적개념설계는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경험이 축적된 고도의 창의적인 기술로서 부가가치가 굉장히 높을뿐만 아니라 따라하기가 쉽지않다.우리는 이런 선진기업들로부터 개념설계를 받아오면 그것에 기초해 상세설계로 구현하는 시공분야만 수행하다보니 얻는 부가가치는 낮고 기술진전도 없다.
이같이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창조적개념설계역량을 갖춘 선진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지배하는 챔피언기업 이다. 이 창조적개념설계역량은 디자인,생산,마케팅등 모든 산업분야 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는 D램등 한두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이 없는것이 평균적인 우리 산업의 현실이다. 또 하나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역량중에 '스케일업' 즉 사업화,상업화역량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런역량을 모두 갖추어야 기술선진기업이 되는데 이런역량은 배울수있는 교과서가 있는게 아니다.오직 수십년 수백년이상의 기간을 거쳐 기업문화에 체화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맺고 빛을 보게된다.즉 산업의 역사와 전통속에 '축적된 시간' 을 요하는 기업문화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주방기구 제조업체인 [테팔]의경우를 보자. 프라이팬 표면의 내구성측정을 위한 실험에서 프라이팬 표면에 닫는 수세미는 1.5KG 무게로 하중을 가 하며 5000번이상 좌우왕복 긁히기 전까지는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즉 1만번 문지르기 까지는 긁힘이 생기지 않는다. 한편 표면에 열이 골고루 전달되어 식재료가 누러붇지 않고 맛있고 보기좋게 조리 되도록 하는 실험을 연간 272회를 실시하는 동안 실험용 감자를 1.25톤,강남콩, 스테이크, 1.65톤,을 소모 하였고 나아가 표면코팅의 벗겨짐 방지실험을 위해서는 고열에 가했다 찬물에 담그는 불-물 반복실험을 250회, 손잡이와 본체의 분리현상방지 실험은15000여가지 손잡이를 바꾸어가며 가격하는 고문실험, 자동세척기 안에서의 내구성,세계각국의 세제에 따른 민감도 측정실험 등 프라이팬 하나에 100가지 이상의 실험을 하였다. 소위 IT 등 첨단분야도 아닌 평범한 주방기구 에서도 이러하다니! 테팔은 연간 연구개발비로 660억원을 투자 한다고한다.
# 두가지 행로-Two Track 전략 과제
우리산업은 그동안 눈부신 속도로 압축성장 하면서 오랜시간,도전과 모험을 요하는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현재 우리산업이 처한 위기는 바로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영역이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설정할 수 있는 창의적 이고 근본적인 새로운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은 우리스스로 오랜기간의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가 뒷받침 되어야한다.
기술 선진국들은 이렇게 축적된 경험이나 지식을 경쟁력의 결정체이자 가장 철저하게 보호하는 대상으로 여기며 여기서 국가간 산업경쟁력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들은 인공지능,바이오 등 신산업분야에서 '축적된 기술' 을 바탕으로 앞서가면서 기술의 노출을 우려하여 논문이나 특허출원 등도 극도로 제한 한다. 또한 중국의경우엔 짧은 산업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앞서게 되는것은 광대한 내수시장의 공간적 잇점과 막대한 자금력 풍부한 인재등으로 엄청난 속도를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그간의 압축성장의 성공방정식인 '빠른 추격자'전략은 계속 유지하되 다른한편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과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정부도 신성장동력 선정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산업전선에서 밤 낮 없이 뛰고있는 연구자,기술자.정책담당자,기업가들이 창조적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야한다.이를 위해서는 산업이나 기술영역을 넘어 기본부터 다지는 교육분야의 혁신 과 사회전반의 시스템과 문화구축 이라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두가지 행로-Two Track 전략 을 구사해야할 것이다.
'Made in Korea,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는 제언의 실현을 위해 국가적 분위기와 국민적 정서를 조성 해 나가도록 힘을 모으자.
2016.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