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아나운서 정지영이 대역 의혹에 휩싸이더니, 요즘엔 화가이면서 미술펑론가인 한젬마가 대필 의혹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네요.
정지영이 번역했다는 '마시멜로 이야기'가 하도 뜨길래, 저도 어떤 책이길래 하고 사보았습니다.
읽고나서의 느낌은 한 마디로 허무했다고 할까요?
'이 책이 도대체 이렇듯 뜨는 이유가 뭘까?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리 따져보아도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감동이 있는 책도 아니고, 스토리가 재미있는 책도 아니고, 도대체 뭐지, 뭐지?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책 내용이 좋아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어떤 땐 그 시류를 잘 타 베스트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몇 달 전, 책 발간 때문에 매일경제 출판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거기 모인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그거, 마시멜로, 정지영이 번역한 거 아니야.'
'그리고서 그 사람 자기가 하루에 몇 쪽을 번역했느니 어쩌느니 떠들고 다닌다면서?'
저는 설마, 설마 했어요.
아무리 이 세상이 변질되고 타락했다 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거든요.
그런데 역시 소문은 틀리지 않았어요.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어요.
정지영 자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번역을 시킨 걸 몰랐다고 하는데 과연 모를 수가 있을까요? 자신이 번역한 것과 생판 다른 느낌을 주는 그 글을 읽고도 몰랐을까요?
그건, 바로 이런 심뽀 아닐까요?
내가 번역한 걸 누군가가, 편집자가 되었든, 다른 번역자든, 매끄럽게 완벽하게 고쳐놓아도 그건 내 글이다, 틀림없이 내가 번역한 내 글이다, 라고...
차라리 다른 사람이 번역한 글을 보고, 정지영 씨가 번역을 했다면 그건 정지영씨의 번역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읽으면서 자신의 문체로 만들었다는 경우에 한해서..
며칠 전에 한젬마의 책 두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더랬습니다.
근데 웬지 글이 매끄럽지 못하고, 지루하여 읽다 말았습니다.
글쓴이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읽다가 그만 두고 말 정도로 뭔지 모르게 재미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젬마도 역시 대필이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한젬마가 기획하고 초고를 쓰고, 다른 사람이 정리하여 다시 썼다면, 제 생각으로는 한젬마의 문체가 아니고, 한젬마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니, 한젬마가 쓴 책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작가는 힘들어도, 시간이 걸려도 자신의 끝까지 책임지고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누군가가 대신 써준다면 그게 어찌 그 작가의 작품이겠습니까?
작가는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문체로 자신의 숨결로 자신의 작품을 100%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작가의 소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