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며칠 전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하다가 모처럼 가족과 함께 남도 기행을 해보자 맘을 먹었다.
그 동안 별러왔던 보길도를 가보리라 작심을 하고...
때 맞춰 재수생 아들녀석이 며칠 쉰단다
안 오겠다는 것을 협박과 회유를 거듭하여 광주로 불러 내렸다
인터넷 검색을 하여 특히 보길도여행에 필요한 자료를 스크랩하고 그간 이고 저곳에서 모아 두었던 파일을 점검하여 코스를 결정하면서 남도기행에 대한 해석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간 남도라 하면 일반적으로 호남지방(광주,전남)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고 영암 - 해남-강진-완도군보길도를 지칭한다고 한다.
그런데 떠나기 전부터 어기짱이 나기 시작한다
전날 저녁 직원 조모 상을 당해 완도군 노화면(노화도)에 문상 다녀온 직원들이 고개를 절래 절래하며 포기하란다
해남 땅 끝 마을에서 보길도, 노화도 들어가는 배를 타려면 5~6시간은 족히 포구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피서철을 감안하지 않았고 또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후 작년부터 피서인파가 많이 늘었단다.
그래도 가야할텐데...
아들녀석과 집 식구를 불러 내린 카드가 보길도였기에 더욱 난감했다.
금요일저녁까지 방향을 정하지 못 하고 있다가 늦게서야 보길도를 빼고 남도 기행지 모두를 돌아 보자며 주섬주섬 코스별 스크랩 철을 확인하고 챙기기 시작했다.
우선 1박2일이란 짧은 시간에 맞추기 위해 군더더기 코스는 생략하고
영암 월출산 - 강진 영랑생가, 다산초당 - 보성 차밭 - 고흥 소록도 - 대전으로 방향을 하기로 하고 퇴근 후 곧바로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 첫 번째 목적지인 영암 월출산으로 출발하였다
출발하면서 근처 국밥 집에서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순대국밥으로 마음에 점을 찍고
첫 번째 목적지인 영암 월출산으로 출발하였다
나주를 거쳐 월출산 도갑사에 도착한 것이 오후 두시
도갑사로 들어가면서 옆으로 보이는 월출산의 모습은 한마디로 바위를 주로 그린 병풍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린 것처럼 뾰족뾰족한 바위 봉우리들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찰 입장료를 아까워하는 내 스타일인데다 바로 절 입구에 식당이며 개울계곡에 퍼 질러진 피서객들의 쓰레기 등이 바로 발길을 돌리게 하여 무위사로 발길을 돌려 가던 길에 산자락에 펼쳐진 너른 차밭은 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인데 차밭 곳곳에 세워진 풍차는 이국적인 맛을 보여준다.
이곳이 태평양 다원이란다.
무위사.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국보와 보물이 많은 절이라는 설명과 오래된 고찰이라기 보단 시골 외가 집 같은 평온함이 배어 있는 듯 시원한 나무그늘, 샘터, 대나무 평상들이 내 맘을 더 사로잡았고 한편에 있는 벽화전시관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좀더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도답사 1번지라 할만큼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고 하는 강진으로 향하였다.
우선 시내로 들어가 영랑 김윤식 시인의 생가터를 찾았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특성화와 관광지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말 그대로 옛날 시골집 그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놓았는데 마당가운데 있는 바위에 붙여 기른 넝쿨(?)과 화단이 아름다웠다.
간단히 둘러보고 다산초당으로 향하였다.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10여년 유배생활을 하던 곳으로 다산의 외가의 산정(山亭)이었으나
다산이 기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본래는 초가였으나 다산유적보존회에서 현재의 건물로 중건하였다고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에 주차장에서 20여분 산길을 오르는데 중간에 아들녀석은 포기하고 나도 포기하고 싶었으나 집 식구가 여기까지 와서 안보고가면 후회할거라는 말에 오뉴월 개 허덕이 듯하며 오르니 산 속에 있는 초당, 동암, 서암, 연못 등 잘 꾸며져 있었지만 동암 옆 천일각이라 명명된 누각이 일품이었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훤하게 트인 남해 전망과 은근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시 머물고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백련사입구에서 동백 숲 산책을 하고 내려오니 저녁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크랩 해둔 돼지 불고기가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가기로 하고 30여분을 달려가니 조그만 식당에 대기하는 손님이 족히 4,50명은 되는 듯 싶다.
잠시 기다리다 물으니 우리차례까지는 시간 반 이상은 기다려야 된단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장흥으로 가기로 했다.
장흥에 도착하여 읍사무소를 찾아가서 숙직 근무자에게 안내를 청하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본래 관공서 주변에 맛깔스런 집들이 몰려있는 법이다.
바로 직원이 가르쳐준 집이 내가 몇 년 전부터 스크랩해두고 가보고 싶던 한정식 집이다.
상을 받아보니 과연 내가 벼르던 집답게 맛깔스럽고 푸짐하다.
바닷가 동네인지라 해물요리가 많고 싱싱한 생물, 맛 또한 일품이다.
집 식구가 이런 상차림에 어찌 한 잔 안 할 수 있냐는 말에 차 생각 없이 이슬이 한 병을 훌쩍 비워버렸다.
저녁 후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면서 잠자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느 곳에 민박집이나 콘도 등 잠자리를 예약해놓은 것이 아니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우선 보성으로 가서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출발하는데 아들녀석이 바닷가 노래를 한다.
지도를 보니 가는 길에 해수욕장이 두 곳이 있어 들러보니 아무시설 없는, 말 그대로 조그만 동네 바닷가인데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몇 개 안 되는 민박집도 방은 없고 사람은 많고 정신이 없다.
보성으로 나와 모텔을 들어가자니 분위기가 그렇고 아들녀석을 꼬드겨 찜질 방으로 갔으나 그곳 역시 아니다 싶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내일 아침 소록도 行이 편하게 고흥 녹동으로 한 달음에 가버렸다.
녹동 읍내에 있는 모텔 몇 곳을 들러 겨우 잠자리 마련을 하고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 버렸다.
피곤한 몸을 간단히 씻고 좁은 방에서 세 식구가 볶닦이며 잠들었다.
다음날아침 6시
일찍 일어나 정리하고 읍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니 8시 녹동 항에서 소록도 배를 탔다.
지난번 갔을 때는 내 차를 중형차로 분류해 기어이 12,000원을 받더니 오늘은 소형으로 우리 세 식구 포함하여 10,000원만 받는다.
소록도에 들어가니 처음 오는 아들과 집 식구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해 보이는 모양이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해변 길을 따라 가던 길 옆 숲 속에 고사리 군락이며 희한하게도 밭 자락도 아닌 곳에 들깨가 널려 피어있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특히 산자락 도랑에 집게가 빠알간 게들이 바쁘게 옆 걸음 치며 다니는 것이 신기하고 예뻐서 잡아볼 요량으로 살금살금 나도 게걸음하며 다가서는데 얼마나 빠르게 굴속으로 숨어버리는지 ......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산게(?)라고 하는데 먹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병원 옆 중앙공원과 구 치료실, 구금시설 등을 둘러보고 환우들이 사는 동네로 접어들자 식구와 아들녀석 표정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그러던 중 성당 앞에서 제주교구 레지오 봉사단 형제님들을 만나 며칠 전에 와서 봉사를 하고 오늘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약간 마음이 놓이는 표정이다.
잠시 구경와서도 마음이 이럴진대 며칠, 한달, 또 오랜 기간 이곳에서 봉사하고 사역하는 봉사자들과 종교인들의 마음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난번처럼 끝까지 돌아보진 못 했지만 구경을 마치고 11시에 소록도 성당 미사에 참례하고 (미사시간 내내 졸았다) 녹동 항으로 나오니 12시30분
나는 방향을 지리산노고단 - 구례 - 장수 -대전으로 마무리하려는데 집 식구가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나로도를 들려가자고 한껏 실랑이를 하다 내가 포기하고 나로도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런 저런 시간을 소비하다보니 점심도 못 먹고 나로도 도착이 2시가 넘었고 마음이 쫓기듯이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오기는 정말 잘 왔다 싶게 자연 풍광이 일품이다.
산자락 도로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섬 전경이 영화의 한 장면이다.
이곳에서 한밤중에 별을 보노라면 별이 쏱아 지는 또 다른 체험을 할 듯 싶다.
과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 그냥 되는 게 아닌지
내나로도, 외나로도를 이어주는 연륙교 또한 운치가 있었고 한곳 해수욕장은 바닥이 모래가 아니고 닳고닳아 동글동글하고 매끄러운 자갈로 되어있어 색다른 멋과 깨끗한 기분이 들어 다음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수도권에서 너무 멀리 있어 아직 오염이 덜 된 건지 관리를 잘 해서 인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 식구들은 때가 지나 배가 고프면 신경질이 나는 품새가 있다.
나오며 늦은 점심을 회로 하려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이곳 저곳 선착장도 기웃거리다 나나 집 식구나 서로 탐탁치가 않다.
조금 더가서 조금 더 찾아보고 하다가 고속도로로 진입해버렸다.
애꿏게 아들녀석만 배를 쫄쫄이 굶고.....
올라오는 중에 피서철이라고 대전이남 남쪽에서도 도로가 막히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남해고속도로에서- 88고속도로로 - 다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로 최단시간에 대전 집에 도착한 것이 10시, 그래도 나로도에서 6시간이상 걸렸다.
수원, 인천에 있는 친구들을 오라 했는데 무리인 것 같다.
1박2일 남도기행
잘 하긴 했는데 피곤하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사전 계획한대로 하면 무리수가 없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
또 하나 계획한 부분 중 슬그머니 한 두 곳을 흘리면 더 편 할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게 바로 나이 탓인가 ???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맞나 모르겠다.
며칠 후 인천 앞 바다 자월도 여행도 잘 되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