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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참.. 시대가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와졌어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건 웬만하면 다 사주잖아요. 그래서 어린이가 있는 집들마다 각종 장난감과 책이 방이며 거실에 가득 꽉 차 있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이 집은 어린이가 있는 집이다!’라고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을 정도죠 요즘의 풍경은. 제가 어린이던 1980년대엔 안 그랬거든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아주 어렸을 때, 아마도 유치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나 봐요.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던 시절이었는데, 매우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용인에 있는 자연농원에 갔던 게 제 생애 첫 놀이동산의 추억인가 봐요. 하도 어릴 적이라 다른 동물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오직 코끼리만큼은 제법 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난생 처음 거대한 크기의 코끼리를 봤었는데 너무도 설레어 심장이 콩닥콩닥했던 것 같아요. 그림책으로 보고 상상만 했던 코끼리가 저만치 눈 앞에 실제로 나타났을 때의 그 기쁨이 얼마나 컸겠어요. 그 이후로 어린 시절 꿈에 가장 단골로 등장했던 동물이 코끼리였어요. 코끼리가 나와서 뭘 어떻게 했는지는 다 까먹었어도, 중학생, 아니 고등학생 때까지도 제 꿈에는 그렇게도 코끼리가 자주 나왔더랬어요. 그래서 코끼리 꿈은 엄마 아빠가 제게 준 선물과 다름 없어요.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 어느 어린이 날인가에는요, 오빠랑 동생이랑 다 데리고 엄마 아빠가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데리고 가주셨던 것 같아요. ‘인파’에 쓸려 다닐 정도로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행여 엄마를 잃어 버릴까 손을 꼭 잡고 걸어야 했던 꽃이 가득했던 5월 어린이대공원을 전 못 잊어요. 사실 꼬맹이 여자애가 타기에는 제법 무서웠던 놀이기구들이었는데도 타고 싶다고 졸라대곤, 그렇게 기구에 앉았을 땐 막상 겁도 났지만 그렇다고 무섭다는 티를 내면 다음에 또 안 데려와 주실 것만 같아서 애써 태연한 척, 하나도 안 무서운 척, 이런 것쯤은 잘도 타는 씩씩한 어린이인 척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고 돗자리 깔고 먹었던 김밥이랑 칠성사이다도. 김밥은 그렇게 소풍 갈 때나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어요. 전 날 장을 봐서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럽게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 음식이었으니까요. 어른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저는 김밥이 한식 중에서 제일 좋아요. 그건 단지 맛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소풍 갈 때 뭘 입을 지 전 날 밤부터 고민하며 예쁜 옷 준비하고, 그렇게 가족이, 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풍 가던 특별한 날에나 먹던 음식이기에. 그렇게 김밥은 제게 곧 설렘이자 행복이었더래서. 그래서 다 큰 지금에도 김밥을 좋아하나 봐요. 지금이야 제일 싼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잖아요? 저는 김밥 밖에서 사먹는 거 진짜 맛없다 이러는데(백화점에서 파는 김밥도 별로~), 고봉민 김밥 그건 좀 맛있대요? 작년에 한창 고봉민 김밥에 꽂혀 지냈었는데 말이죠. 훗~
어쨌든! 다시 어린이대공원 얘기로 돌아와서요. 전요. 그렇게 김밥과 어린이대공원 그 조합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어요. 지나가는 다른 어린이의 손에, 우리 엄마 아빤 비싸다며 사주지 않았던 헬륨 풍선이, 그러니까 손으로 꽉 쥐고 있어야지 놓치면 금세 하늘 위로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을 주던 헬륨 풍선이 들려 있는 걸 봤을 때, 사실 되게 부럽긴 했어요. 하지만 헬륨 풍선이 내 손에 들려 있지 않다는 거 하나 빼고는 족히 행복에 겨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 종일 엄마 아빠랑 어린이대공원을 돌아다니면 다른 때 같음 벌써 지쳤을 시간에도 저는 여전히 팔팔했고, 또 조금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지친 티를 안 냈던 것도 같아요. 지친 티를 내면 나가자고 하실까 봐서. 알잖아요. 비싼 입장권 내고 들어와서 이대로 다 놀았다고 일찍 나가버리면, 다시 그 문을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 그래서 어린이대공원에만 가면 늦게까지 더 놀자고 조르고 또 조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바비 말고, 영실업에서 만들던 미미 인형을 갖고 놀던 저였는데. 그땐 마론 인형이라고 불렀던 것도 같구요. 문구점에서 동전만 내고도 살 수 있는 종이 인형 말고 마론 인형을 잔뜩 모으고 싶었지만, 그런 비싼 거 많이 있어 봤자 뭐하냐고 풍족히 사주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마론 인형은 1년에 1번, 어린이 날에나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었어요. 그래서 마치 살아 있는 애완동물을 대하듯 항상 깨끗이 목욕시키고, 금발머리를 곱게 빗겨주어 땋아놓고는 그걸 풀어 웨이브 헤어를 만들고는 뿌듯해하고. 그렇게 친구랑 만날 때면 늘 대동하고 다녔었는데. 어린이 땐 그런 게 그렇게도 참 좋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진짜 마론 인형 하나에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헬륨 풍선 하나에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평상시에는 구경하기 힘들던 내 얼굴만큼이나 큰 막대사탕 하나를 혀로 핥아가며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아서 행복해 어쩔 줄 모르던 아찔한 기분. 그런 별 거 아닌 게, 어린 시절에는 정말 굉장히 큰 기쁨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인 것 같은데. 어린이 날 오빠랑 저에게 스카이 콩콩을 선물로 사주신 적이 있어요. 정말 내려오기가 싫더라구요. 스카이 콩콩이 TV 광고에 막 나오기 시작하던 때라 다른 친구들에겐 없었거든요. 오빠랑 누가 더 오래 타나 경쟁하듯.. 땅거미가 질 때까지 마당을 전세 낸 듯 둘이 콩콩 뛰어다니던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어요. 단독주택도 아니었고,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던 때였거든요. 다른 집 사람들이 우리집 꼬맹이 둘이 스카이 콩콩 타며 마당을 누비고 다니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싶기도 한데, 그 너그러운 이해가 참 감사하기도 하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스카이 콩콩은 지금으로 치면 어린이용 BMW 페달카만큼 비싸고 귀한 장난감이었고, 진짜 스카이 콩콩만큼은 그 동네에서 우리집이 처음이었어요. 스카이 콩콩을 2개나 사왔던 그 날, 왠지 오빠랑 제가 모르던 어느 장면인가에서는 엄마한테 호출되어 아빠가 잔소리를 듣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아빠의 통 큰(?) 어린이 날 선물은 덕분에 제게 평생 잊혀지지 않는 어린 시절 최고의 장난감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다 스카이 콩콩에 어느 순간 흥미를 잃어 버려지든 말든 상관도 안 했지만, 스카이 콩콩이 처음 아빠 손에 들려온 날의 엄청난 충격은.. 어린 시절 받았던 최고의 선물 같아요. 좀 더 커서 받았던 피아노 선물보다 더 좋았던 것 같으니까요.
지금은 60대인 우리 부모님은 요즘 젊은 부모들처럼 실컷 애정 표현을 해주시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식들을 물고 빨고 하는 그런 타입은 아니셨어요. 제 또래의 부모님들은 대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는 최대한 넘치도록 애정 표현을 많이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래도 다른 방식으로 애정 표현을 하시며 그렇게 보살펴 주셨었네요. 그리고 어린이 날만큼은 특별한 선물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신 게, 지금 생각하니 문득 감사해요. 저는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만큼이나 먹고도 저 하나 겨우 챙기는 어른으로 밖에 성장하지 못했는데, 지금 제 나이 즈음 과거의 엄마 아빠는.. 3명의 어린 자녀들을 키워야 한다는 대단한 책임감으로 가진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부모 역할을 해주신 게 아닐까 싶거든요. 제가 바라는 더 충분했던 애정 표현은 없었더랬어도. 저로선 상상 안 되는 그 무거운 책임감을 버텨내 주신 엄마 아빠가 문득 되게 고마워지네요.
저는 물고 빠는 스킨십 가득한 사랑이 참 좋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조카를 보면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옷이나 장난감 같은 것도 많이 사주지만, 그보다는 볼 때마다 두 팔 활짝 벌려 안아 주고, 뽀뽀해 주고, 살을 쓰다듬어 주며 만 3살을 조금 넘긴 조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죠. 장난감 같은 거 사갈 때에도 ‘우와~’하면서 그 쪼꼬만 꼬맹이가 좋아하지만, 그렇게 부비며 살과 살이 닿을 때, 물건으론 표현 안 되는 깊은 사랑이 그 녀석이 느끼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제가 나타나면 “이모~”이러면서 소파에 앉아 있다가도 우당탕탕 달려나오죠.
이제 다 다음주면 어린이 날이에요. 저는 어린이 날엔 한국에 없거든요. 아주 모처럼 해외 여행을 가느라구요. 그때가 황금연휴 기간이잖아요. 한국에 없으니까 전 그 전에 미리 서둘러 선물을 준비해 놓아야겠다 싶더라구요. 제겐 조카만 3명. 친구들까지 따져서는 몇 명 더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 주고 싶은 조카들이 또 있구요. 어린이 날이 곧 온다는 생각에 오늘 문득 저의 어린이 날을 더듬더듬 추억했던 거에요. 이제 다 큰 제게 어린이 날은 조카들에게 선물을 사줘야 하는 날일 뿐 제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날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굉장히 기뻐요. 내겐 크게 부담되지 않는 작은 선물이, 어린이들에게는 어쩌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귀한 선물이, 기억이, 자산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말이에요. 그리고 이 소중한 어린이들이 내게 소중한 인연으로 이 땅에 왔다는 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준다는 게 참 고맙죠.
2년 전쯤 겨울에 조카들을 데리고 롯데월드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사실 전 놀이동산이 피곤해진 지 꽤 오래 됐거든요. 놀이동산 공짜 티켓을 누가 10장을 준대도 사양하고 싶어요. 줄 서는 것도 아주 귀찮고, 그렇다고 놀이기구 타는 게 재미 있는 것도 아니죠.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 빨리 나가고 싶다!’ 이 생각부터 하니까요. 전 그런 곳보단 풀이나 꽃 향기 가득한 흙길을 산책하는 게 좋아요. 이게 어른이 됐다는 증거일까요? 하지만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앞서 말했다시피 어린이 날에나 갈 수 있었던 특별한 장소가 놀이동산이었기에, 그 행복한 기억이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아로새겨져 있기에 그런 추억을 조카들한테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책임감으로 놀아줬던 거에요.
조카들이 막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인데, 이 녀석들이 롯데월드에서 놀다가 얼굴에 함박웃음 지으며 까륵까륵 좋아하던 장소가 어디였냐면.. 캔디샵이었어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동화 속에나 있을 것 같은 캔디샵 따윈 없었거든요. 요즘은 진짜 좋은 시대인 것 같아요. 제가 놀이동산 가던 땐 기껏해야 풍선이나 솜사탕을 팔던 아저씨들만 있었는데. 롯데월드 캔디샵에 들어서자마자 애들이 “고모 이거 사도 되요? 이거는요?” 이러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거에요. 사탕이랑 젤리 따위(?)가 뭐라고. 사실 돈 아까워서가 아니라 너무 설탕덩어리 색소덩어리 같아 보여서 “아니 그건 너무 불량식품 같아. 그거 먹으면 이가 다 썩어버릴 것 같은데 다른 거 사자!” 이러면서 말린 것도 있었지만 이내 그만 뒀어요. 캔디샵에서 사탕이랑 젤리 이것저것 담으면서 애들이 행복을 감추지 못하기에. 내겐 불량식품일 뿐이지만, 어린이에게 그건 곧 행복이자, 그 장소는 마치 동화 속 세계 같을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제가 그걸 잊고 있었더라고요. 어린 시절 얼굴만한 막대사탕을 선물 받으면 행복해서는 핥아도 핥아도 줄어들지 않는 그 막대사탕에 며칠을 두고두고 행복했던 기억을. 진짜 불량식품 대마왕이면 아폴로와 신호등 사탕을 달고 살던 그 시절을.
매일 불량식품을 허락할 필욘 없지만, 특별한 날만큼은 그러니까 어린이 날 같은 때요. 그냥 이가 좀 썩든 어쩌든, 평생 마음이 풍요로울 수 있도록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만난 기분을 맘껏 느낄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단 음식 사주는 것도 감정적으로 꽤 괜찮은 일이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전! 어린이 날 선물 물어보고 준비할 거지만 보너스 선물로 초콜릿도 준비했어요! 그래도 워낙 감각(?) 있는 고모, 이모라 자부하는 저니까 아무 초콜릿이나 줄 순 없죠. 제가 좋아하는 고디바 주려구요. 그렇다고 꼬맹이들한테 고디바 선물 세트 같은 걸 줄 순 없구요. 그런 건 어른인 제가 사도 지갑을 열 때 고민해야 할 만큼 비싼 초콜릿 선물 박스가 많으니까요. 특히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트러플은. 그런데 마침 고디바에서 의외로 저렴한 초콜릿도 나오거든요. 그렇지만 ‘고디바(GODIVA)’라는 이름답게 맛은 있는 녀석이. 제가 준비한 건 텍스트 초콜릿. 허그 초콜릿이에요. 특별한 시즌에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하트 쉐잎의 초콜릿인데요, 이번에 준비한 건 HUG라고 예쁜 핑크색 대문자가 볼록하게 새겨진 2014년 버전이랍니다. 아주 크고 단단해서 손으론 진짜 쪼개지지도 않을 정도인 큼직하고 두꺼운 밀크 초콜릿인데 원랜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출시된 한정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고디바 매장엔 없는 듯. 미국 고디바 매장에서 팔았어요. 큼직한 초콜릿 하나에 8불인데, 이 정도면 고디바치고 되게 싼 거거든요(물론 우리나라에서 팔면.. 훨씬 더 비싸겠지만ㅜㅡㅜ).
이 허그 초콜릿 사진만 보면 사이즈가 어떤지 감이 안 오기에 직접 다른 물건과 비교해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얼마나 큰 초콜릿인지 감이 팍 올 거에요. 자요~ 엄청 크죠? 왜 고디바치고 싸다고 하는지 아시겠죠? 얘는 하트 모양이라 보기만 해도 행복해져요. 그리고 ‘허그’라는 발음을 나직히 따라하기만 해도 따스한 온기가 온 몸 가득 퍼지는 것 같아요. 사람이 지닌 여러 감정 중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이 연상되는 초콜릿이잖아요. 그래서 내 자신에게도 선물로 하나 줘야겠다 싶어 벌써 저는 하나를 야금야금 진작 먹어버렸답니다. 트러플보다야 맛이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고디바답게 그냥 아무 초콜릿에서나 맛 볼 수 있는 흔한 맛과 달리 좀 더 진하게 농축된 맛이 느껴지는 밀크 초콜릿이네요. 힛^-^
실은 고디바가 워낙 인기폭발인 일본에서 지난 2013년 겨울에요~ 고디바 캠페인 광고를 ‘hug’를 주제로 했었어요. 초콜릿은 곧 사랑이며, 따뜻한 포옹은 곧 초콜릿이 주는 달콤한 맛과 같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광고였는데, 상업 광고지만 제겐 일순간 뭉클해지는 영화 같은 광고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요. 저는 마침 그 광고를 핸드폰에서 작은 화면으로 본 게 아니라 스마트 TV에서 유투브 앱으로 찾아 봤었거든요. 선명하고 큰 화면에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 아름다운 스킨십 장면들은.. 마치 짧은 영화 한 편을 본 듯 저를 얼얼하게, 뭉클하게 만들었어요. 진짜 상업 광고에 이렇게 감동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괜히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그래! 사람은 자고로 사랑하며 살아야 해!’이랬다니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이 마구 그리워졌었어요.
어린 시절에 듬뿍 사랑을 받은 어린이가 자기가 받은 사랑을 아낌 없이 나누어 주며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이잖아요? 어떻게 어린이가 24시간 내내, 365일 내내 사랑스럽기만 할 수 있겠어요. 특히나 하루 종일 애를 쫓아다녀야 하는 엄마의 입장에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따뜻한 포옹과 격려와 애정 표현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어야 하는 게 어른들의 몫인 것 같아요. 현대해상의 어린이보험 광고 ‘고마워’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훌륭한 어른’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나 다름 없잖아요. 어린이가 부모나 세상으로부터 따뜻한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엉망진창 어린 시절을 보낼 때 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나쁜 어른으로 성장 아닌 성장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게 괜한 게 아니란 걸 우린 다 알잖아요. 그리고 사랑과 격려, 따뜻한 포옹을 많이 받고 자란 어린이가 결국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며 또 아낌 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래서 곧 있음 어린이 날이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비싼 선물도 물론 좋겠죠. 하지만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기꺼운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포옹이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맨 처음 오늘의 윤주메일을 시작할 때 저의 어린이 날 추억으로 시작하면서 헬륨 풍선 얘길 했잖아요? 너무도 갖고 싶었지만 헬륨 풍선을 갖지 못한 아쉬움은 사실 그냥 조금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에요. 어린이 날 어린이대공원에서의 추억은 그저 우리 가족, 그리고 김밥,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게 행복했으니까요.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린이 땐 참 다정하게 느껴졌던 엄마 아빠였는데,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좀 어색해지고 멀어지고, 그래서 점점 스킨십도 안 하게 되고 그리 되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다시 부모님이랑 허그라도 할라치면 어색해 죽어요. 못하겠어요.
그러고 보니 지난 일요일에요. 제가 좋은 먹거리에 관심 많은데, 그걸 아시고 친구 부모님이 귀한 오골계 계란을 구해주셨어요. 친구한테 받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친구 부모님도 같이 길에서 만나 뵌 거죠. 좀 오랜만에 뵈었거든요. 그랬더니 친구 아버지께서 ‘아이구 우리 딸 오랜만이다. 어디 안아보자!’ 이러면서 허그를 해주시는데, 어색하면서도 참 감사했어요. 보자마자 팔 벌리며 따뜻하고 웃어주셔서. 그렇게 서로 포개어 등을 두드릴 때,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요 늘상 기운 나고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닌데. 때론 힘에 겨운 어느 날인가는 그런 따뜻한 스킨십이 그 힘든 날을 버티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지금 슬픔에 잠긴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보살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어린이 날을 위해 고디바 허그 초콜릿과 따뜻한 포옹을 함께 준비할 거에요. 어른들로부터 충분히 보호 받고 성장해야 할 어린 조카들에게 ‘사랑해!’ 속삭임도 잊지 않을래요. 살면서 사랑과 감사의 표현은 최대한 아끼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서로를 잃을 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요. 너무 미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한 더 사랑하고 아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거기에 더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직은 어색하기도 한 허그 문화, 그걸 실천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hug라는 단어는. 그냥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져서.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도 어린 시절 받았던 그 기꺼운 사랑들을 떠올려보세요. 팍팍할 수도 있는 삶의 에너지원이 바로 거기 있을 지도 모른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한번 포근히 안아주세요. 저도 마음으로나마 여러분을 꼬옥 안아드릴게요.
첫댓글 예전에 여고에서 근무할 때, 전 학생들을 참 많이 안아주었어요.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지역이라 힘든 아이들이 종종 있었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꼭 껴안아서 토닥토닥 해주면, 쑥스러워 하면서도 행복해 하는게 느껴져서 더 많이 안아주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남학생들만 우글거리는 곳에 있어서 그렇게 못하지만, 예전 제자들이 "선생님이 말없이 꼭 안아주시는게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말하던게 생각이 나네요. 사람의 체온이 주는 위로가 생각보다 큰 것 같아요. 주말에 집에 가면, 부모님 꼭 껴안아 드려야 겠어요. ^^
정말 좋은 선생님이에요. 모처럼 댓글 보며, 특히 bebop97님의 이 댓글에 뭉클한 울림을 느끼고 잠들게 생겼어요. 저도 옛날 기억을 떠올려 보면요. 사납고 매섭게 작은 잘못에도 호통 치시던 선생님 때문에 위축되었던 공포스러운 기억, 그리고 유난히도 상냥하시고 따뜻하고 정이 많으셔서 담임선생님이 아닌 과목선생님이었는데도.. 큰 사랑 베풀어주셔서 너무나도 학교 가는 즐거움을 주셨던 고마운 기억.. 동시에 떠올라요. bebop97 님이 바로 그런..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그런 선생님이시네요. 제가 다 고마운.. (아마 세월호 사건 때문에 선생님이란 직업이 더욱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봐요.. ㅜ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