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는 이렇게 하라 -
바울 사도의 편지들 중에서 기도에 관한 가르침으로 유명한 곳은 디모데전서 2:1-7이다. 이 본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기도 명령(1-2절)과 기도의 목적(3-4절), 기도의 근거가 되시고 중보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5-6절), 바울의 이방인 사도직(7절) 등이 그렇다. 이 네 가지의 가르침들은 “기도”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울이 이 본문에서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성도들의 기도생활이다. 그는 기도의 대상을 크게 둘로 나누어 설명한다(1-2절). 그 하나는 바울의 선교 대상인 이방인들을 포함하는 “모든 사람”이고(1절), 다른 하나는 로마 황제들이나 이방 통치자들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 곧 임금들을 섬기는 고위 관리들이다(2절).
그런데 바울은 흥미롭게도 1절에서 성도들이 마땅히 해야 할 기도에 관하여 간구(petition)와 기도(prayer)와 도고(intercession, 중보기도)와 감사(thanksgiving) 등의 네 가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네 가지 기도의 유형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하고도 충분한 기도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성도들이 (이방인) 지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때때로 그들을 자신의 역사적인 행동을 위하여 도구로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바사(페르시아)의 고레스 왕과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을 들 수 있다. 놀랍게도 고레스는 하나님의 목자로(“내 목자”; 사 44:28), 그리고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인 “메시아”(his anointed)로 불리며(사 45:10), 느부갓네살은 “내 종”(my servant, 렘 25:9)으로 불린다. 고레스가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할 자로 쓰이는 인물이라면, 느부갓네살은 그의 백성을 심판할 자로 선택된 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이방인) 지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2절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그들은 교회와 성도들이 주변의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도 있는 온갖 압력을 완화시킴으로써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속에서 말이다.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은 보디발이나 그를 이집트 왕국의 총리로 발탁하고 나중에는 야곱을 포함한 그의 가족 전부를 고센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바로(Pharaoh) 왕이 그러한 사람들에 해당할 것이다.
바울은 이렇듯이 (이방인) 지도자들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유익을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그리고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로 규정한다. 이 점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들과 (이방인)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바울은 이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구약의 예배 전통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희생제사처럼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으실 만한”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하나님은 성도들의 기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구원 받고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3-4절). 특히 바울의 선교 대상인 이방인들이 그렇다.
바울은 하나님의 보편적인 구원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두 가지의 신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로 여러 신들을 섬기는 이방인들의 다신교에서와는 달리 하나님은 본래부터 한 분이시다(신 6:4). 그러기에 이방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마땅히 한 분이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 그는 참으로 이방인들의 하나님도 되시기 때문이다(롬 3:29-30). 둘째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도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시다(5절). 이는 그가 사람으로 성육신하여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구원을 이루신 분임을 의미한다.
6절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직은 그가 자신을 모든 사람의 대속물로 주셨다는 데 있다(참조. 막 10:45). “주셨다”는 것은 그의 죽음이 자기희생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인 행동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약이 이르러 주신 증거”라는 표현은 하나님이 정하신 가장 적절한 때, 곧 하나님의 시간(‘카이로스’)에 주어진 증거임을 뜻한다. 이는 바울의 이방인 선교가 하나님의 시간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임을 암시한다.
바울은 논쟁적인 성격을 갖는 이 본문의 마지막 구절(7절)에서 자신의 이방인 사도직이 하나님의 선택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세움을 입었다”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세 가지 직책에 대해서 언급한다. 전파하는 자(herald, preacher)와 사도(apostle)와 이방인의 스승(teacher) 등이 그렇다. 바울은 특히 자신의 사도직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이 참말이요 거짓말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의 이방인 사도직을 비난하는 자들을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은 자신의 말마따나 “믿음과 진리 안에서” 신실하고 진실하게 이방인 사도직을 수행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기도생활과 사도직 수행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던 바울의 이러한 삶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귀한 신앙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