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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유월 백운등산클럽에서 울릉도/독도 여행이 예정되어 있음에 따라,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신
분들을 위해 아래의 울릉도 여행 및 성인봉 산행기를 올리니 여행계획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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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울릉도 『성인봉』 산행기 (심헌 송병진)
▷일 시: 2006. 6. 2(금) 22:00 ~ 6. 4(일) 22:00
(창원시청-강원동해묵호항-도선-울릉도동항(1박)-도선-경북포항-창원시청)
▷산행코스및시간: 나리분지>투막집/신령수>성인봉정상>관모봉>도동항
* 약7Km 4시간 소요
▷함 께 한 사람들: 한울산악회 회원들과
동쪽 먼 심해선 밖의 /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
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 애달픈 국토의 막내 /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
창망한 물굽이에 /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 동해 쪽빛 바람에 /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
쉴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 멀리 조국의 사직의 /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
동쪽 먼 심해선 밖의 /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이 시는 청마 유치환 시인이 1948년도에 발표한「울릉도」시집에 있는 '울릉도'를 노래한 것으로써 국토에 대한
사랑이 구구절절이 배인 유명한 시로 알려져 있는 <신비의 섬 울릉도>를 지금부터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밤차로 떠난 사람들』
고래(古來)로부터 말하기를 '밤(夜)은 역사를 만드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들의 밤 여행은 예상치 못한 것에서부터 발생했다. 여행사의 포항-울릉도간 승선권을 펑크 내면서 출발
이틀 전에 총무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총무의 난감한 표정에 이번 울릉도 여행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 지는가 싶었다. 당초 6월3일 토요일 새벽에 창원을 출발해 포항항에서 승선하기로 되어 있던 것이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서 새벽4시 배편이 마련되면서 6월2일 금요일 밤10시에 이동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강원도 동해시라면 잠시 가면 되는 이웃 동네가 아니지 않는가?
장장 5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고 그것도 수면시간에 비좁고 불편한 의자에 기댄 채 말이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는 불평없이 야간이동에 동의해 주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창원시청 앞으로 모여 주었다.
2006년 6월 2일 밤 10시 정각. 우리들은 이렇게 창원을 떠났다.
이번 울릉도 성인봉 등반을 겸한 섬 지방 도선여행은 마음먹기에 다르겠지만 쉽게 갈 마음을 낼 수 있는 그런 여행처가
아니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동해는 파도가 높고 기상의 변화가 심해 도선했다가 예상치 못하게
발이 묶이는 경우가 있어 휴무일과 기상상태를 고려한 날짜 선택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름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그리고 장마전선이 올라오고 있어 더더욱 신경 쓰이는 여행이다.
25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도선여행은 인솔자의 지시와 결정에 잘따라 줘야 한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기혼가족과 여성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더더욱 신경이 쓰이게 된다.
다행히도 모두가 출발시간을 따라 주었고 우리를 실은 관광버스는 어둠을 가르며 창원터널을 지나 장유-김해-대동
-남양산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진입 질주해간다.
여행 때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동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가지고 간 책을 펼친다.
그러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조명도 어둡고 아내가 핀잔을 준다.
차량 실내등을 꺼서 남들이 자도록 해줘야 하는데 나땜시 불을 꺼지 못한다고 ~~~~
맞는 이야기다. 나 땜에 남이 못 주무셔야 되겠는가? 책장을 덮고 나도 눈을 붙여 본다.
그러나 잠이 올 리가 만무하다. 야간여행이자 모처럼의 아내와의 여행인데 ~~~~
아내와 대화를 나눠 보지만 야밤에 무슨 많은 이야기 꺼리가 있겠는가?
잠 하면 선수인 아내가 두 눈뜨고 이야기만 들어줄 리가 없지. 의자를 제끼고 서서히 몸을 깊숙이 눕힌다.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본다.
집에 혼자 두고 온 딸과 애완견 토토에 대한 생각, 학기 말 시험공부 중인데 뒷바라지 않고 우리만 놀러 가는 미안한 마음,
난생처음 타는 커다란 여객선, 동해바다의 물결 그리고 파도, 동해바다 한점 섬 울릉도의 신비스런 모습, 우리들의 발길을
품어 줄 성인봉 산행, 기상상태, 재미나는 추억만들기 등의 갖가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간다.
『도선, 그 설레임』
버스내 틀어 놓은 비디오에 빠져 숨죽이며 보고있는 사람, 이내 잠이 든 사람, 상념에 빠진사람.....
그러나 차는 어둠을 뚫고 달리다 출발 1시간 여만에 '언양휴게소'를 쉬어 간다.
잠시 후 자정을 향해가며 고속도로를 벗어난 차는 경주-포항-영덕-평해-울진 방면의 동해안 국도를 달리다
새벽 1시 40분경 '망향휴게소'를 또 한 번 잠시 들린다. 해안가의 바람이 차다.
고요해서인지 해변에서 들려 오는 파도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새벽3시경. 밤새 달려 온 관광버스는 동해시로 들어서며 잠시 후 '묵호항'에 우리를 내린다.
5시간을 피곤 속에 달려 온 기사분의 노고가 고맙다. 여행사의 실수만 아니었다면 서로가 늦은 한밤의 고생을 면하였을
것을~~~. 물론 타고 온 관광버스는 여행사가 제공한 것이다.
「묵호항」. 이 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해산 명태와 오징어 잡이 배가 출입항 하는 항구로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여객선을 이 곳에서 타리라고 누가 꿈이나 꾸었겠나?
그러고 보니 여행사의 실수로 먼 이 곳까지 밤새 차를 타고 피곤하게 올라오긴 했으나, 덕분에 '묵호항'도 밟아 보게 되고
여객선도 타게 되었으니 오히려 새옹지마가 된 셈이다.
이런 일이 아니면 계획하지 않고서는 이 먼 곳까지 올 리가 만무할 테니까~~~~
묵호항의 새벽은 어둠에 묻혀 있다.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은 4시 30분에 출항한다.
이 배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추어 새벽의 발걸음들이 대합실로 모여들고 있지만 모두들 잠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초췌하고
피곤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모두의 마음 한켠에는 도선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하다. 예전에도 이 곳을 이용하여 여객선을 탄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초행길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는 청마 유치환 시인이 읊은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 로 가기
위해 대합실을 나서 여객선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캄캄한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여객선으로 보잘 것 없는 우리는
어느새 빨려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한겨레호'라는 배다.
남해안에서 유람선은 타 보았지만 이렇게 450여석이 넘는 대형 여객선을 타기는 처음이다.
승선을 마친 사람들은 이내 잠에 빠진다. 그러나 내 마음은 설레임 그것이다.
'망향휴게소' 해안에서 들은 세찬 파도소리의 기억 때문인지 심해의 파도는 어떠할지가 아주 궁금하다. 배 멀미의 고통스런
소문을 들은 터라 사람들을 따라 나도 '키미테'를 붙였지만 만약 파도가 심하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추측을 해 본다. 그러나
나중 그것은 기우에 불과 했다. 2시간 20분이 소요된 이동시간동안 나는 한 숨도 자지 않고 가지고 간 도서 반 권을 편안히
정독했다. 다만 밤을 꼬박 새운 관계로 배가 도동항을 들어설 즈음 약간 어지러웠다.
과연 여객선은 빨랐다. 날이 새고 울릉도로 배가 접안하면서 사람들은 동요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신비의 섬 울릉도를 잠시 후면 내려선다는 기대감과 설레임 때문일 것이다.
『갈매기 나는 도동 포구』
아침7시. 한겨레호를 하선해 도동항에서 바라본 하늘은 흐렸지만 화산암 절벽에 핀 진록의 각종 식물과 포구에 정박 중인
어선 위를 쉴새 없이 나르는 하얀 갈매기떼가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새벽녘 우리가 타고 온 여객선의 우람함에 연신
카메라 앵글에 초점을 맞춘다. 「도동항」.「저도항」과 더불어 울릉도 2대 항구중의 하나다. 그러나 1천여척의 배를 대피
시킬 수 있는 '저도항' 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초라하지만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정박하고 출항하는 항구로는
유일한 항구다. 울릉도에 오면 '저동항'은 가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동항'은 반드시 밟아야 하는 곳이다.
「울릉비취호텔」 1박2일 동안 우리 일행들이 묵어야 하는 곳이다.
호텔이라고 부르지만 육지의 장급 여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울릉도에선 성수기에는 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육지처럼 호사스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호텔에 딸린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려는데 우리의 가이드(여)와 다른
여행객(남)이 우리들의 배식 줄서기 문제로 난데없는 욕설이 오고 가며 밥맛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울릉도의 첫 입성의 장소에서 그것도 아침부터 희한한 일을 봤으니 이것도 구경인가?
「행남 해안산책」
울릉도를 오면 '도동마을(항)'에서 해안일주 산책을 못해보면 울릉도를 다녀왔다고 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1시간여가 소요
되는 해안산책로를 돌아보면 신비의 섬임을 느낄 수가 있다.
화산암 절벽에다 철계단과 난간을 설치하고 길을 내어 울릉 해안의 신비를 볼 수 있도록 한 도동항과 저동항 사이의 해안
산책로. 발아래 출렁이는 비취색의 투명한 바다 속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때가 절로 벗겨져 나간다. 산책로 곳곳이 절경과
비경이라 아무 곳에서 포즈를 취해도 못난 모델이라도 빛이 난다. 자연이 빚은 아슬함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산책로를 돌아 나오는 지점에는 경비초소와 경비병들이 울릉도를 지키고 있고 그 곳에는 털이 유난히도 많은 두 마리의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데 사진을 찍으려니 포즈를 취한다.
또한 이 곳은 '행남등대'가 있는 해맞이 언덕이 있는데 여기서 보는 일출은 과히 일품이란다.
『신비의 섬, 울릉도를 본다』
나는 울릉도를 들어가기 전에 울릉도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조사했다. 여행을 갈 때는 미리 그 곳 정보를 알고 움직이는
것과 모르고 움직이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행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내가 조사한 것은 이러하다.
동해유일의 도서군으로 동경130°54′,북위37°29′에 위치하고 우리나라에서 7번째의 큰 섬이며,
섬 둘레는 56.5Km이라고 한다. 울릉도는 경상북도에 속한 도서로 포항기점 217Km 지점에 있고,
강원 묵호 기점으로는 161Km지점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울릉읍과 서면,북면이 있고 25리 56개 마을에
9,400여명이 조금 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화산암으로 형성된 오각형의 섬이며 해발 984M의 성인봉이
솟아 있고 험준한 산악과 나리분지 외에는 대부분 경사지로 형성되어 있는 섬이다.
일년 중 맑은 날이 55일 정도이고 눈과 비가 많이 오며 기상특보로는 태풍이 3~5회,폭풍이 60~70 회가 온다고
하니 때를 잘 맞춰 오지 않으면 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후로는 해양성 기후로써 시원한 여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며 평균기온이 12°C 란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흑비둘기 외에 54종의 조류와 345종의 곤충류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자연자원이 풍부해 천연기념물인 원시림과 기암괴석 및 용출수가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3無라 해서 도둑과 공해와 뱀이 없다고 하며, 5多라 해서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고 한다.
특산물로는 오징어,호박엿,돌미역 및 청정한 해산물과 삼나물,더덕,고비,부지갱이 등 산나물이 많이 난다고 한다.
관광일정에 따라 오전관광을 나선다. 울릉도를 오면 섬 전체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한 많은 곳을 빠짐없이 둘러
봐야 한다. 특히 울릉읍 도동마을에 있는「향토사료관」과「독도박물관」은 반드시 들리기를 권한다. 그리고 오르는 길에
「약수공원」에 들러 약수물을 먹어 보는 것 또한 신비하다. 아침 일기가 불순한 탓인지 고성을 질러가며 한바탕 싸움을
벌였던 우리의 가이드가 어느새 언짢음을 풀고서 밝은 표정으로 가이드를 나선다.
아마도 그것은 프로 가이드로서의 사명일 터이다. 일희일비해서는 곤란한게 가이드의 일이다.
울릉도의 물가는 육지로부터의 엄청난 물류비용 때문에 비싸다고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기에도 '선플라워호'에서 차체로
내리는 물량을 봐서도 그런 것 같다. 울릉도 오징어가 유명한 것은 당해바리,근해바리라고 해서 수확하는 즉시 당일 포구로
들어와 매물처리 되는 싱싱함 때문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설명에 신이 난다.
3무와 5다를 설명하면서 향나무의 우수성을 말하고 특산물에 대해서도 머뭇거림이 없다.
행남봉에 우뚝 서있는 수령 2,500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령의 울릉도 향나무를 손으로 가리키지만 지난 태풍에 일부가
부러졌다고 한다.
「도동약수공원」
가이드의 인솔을 따라가다 여러군데의 노상에 팔고 있는 더덕의 크기가 놀랍다.
그런데 울릉도산 더덕은 향이 없다고 한다. 큰 것이 신기해 손을 가져갔더니 행상할머니가 만지지 마라며 짜증을 낸다.
열이 있는 손으로 만지면 상한다나 어쩐다나~~~~~
향이 없어 그런지 가격은 싼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별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다.
공원내에는 안용복장군 충혼비가 있고,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가 있으며, 향토사료관, 독도박물관, 독도전망케이블카,
탄산약수터가 있다. 약수를 한 잔 먹어 보니 탁 쏘는 맛이 어째 사금맛과 비슷하다. 물통에 한통 넣어 왔는데 나중에 먹어
보니 속이 메시꺼웠다. '향토사료관'을 들어가니 울릉도 개척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270여 점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고, '독도박물관'을 들어가니 사예 故이종학 선생이 살아생전 모은 독도사랑 진귀한 자료들과 故홍순칠 독도수비대장의
유품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전시되고 있었다.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박물관으로 독도수호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데 지하1층과 지상2층의 건물로 3개의
전시실과 상설전시실,자연생태영상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야외에도 '독도박물원'을 만들어 '독도박물관표석'과 '대마도
표석'을 세워 놓아 대마도가 본시 우리땅이라고 역사관 정립을 일깨우는 체험의 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독도박물관'은
95년도에 울릉군이 부지를 제공하고 삼성문화재단이 97년에 건립하여 울릉군에 기증한 것이라 한다.
맑은 날이면 독도를 볼 수 있다는 '독도전망대'를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요금이 조금 비쌌지만 총무의 선심에 아주 멋진
전망대를 보게 됐다. 수평선에 걸린 구름 때문에 독도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도동항을 비롯해 사동항 등 동쪽해안을 눈
아래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30여년 전에 타 본 기억이 있는 '케이블카'를 이 곳에서 타 본 것도 커다란 추억이 되겠다.
『너울대는 파도 너머로 본 한점 섬 울릉도』
어젯밤의 피곤함이 배인 가운데 오후의 관광이 시작된다. 오후는 유람선 관광이다.
2시간여가 소요되는 유람선 관광은 울릉도 해안을 중심으로 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이다.
유람선 관광은 맨 먼저 갈매기들과의 만남이고 어울림이다. 도동항에 정박중인 선박주위에는 수백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날며 장관을 이룬다. 그 곳에는 생선과 해산물을 관광객에게 파는 난전이 있고 상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생선을 손질해
주는데 그 때 나오는 생선내장이나 찌꺼기들을 줏어 먹기 위해 갈매기들은 저공비행을 하며 순식간에 먹이를 나꿔 채는
것이다. 바다에 나가 어렵게 먹이를 사냥하는 것보다 상인들이 버리는 먹이를 줏어 먹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갈매기들도 편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갈매기들은 유람선이 출항을 하면 일제히 배를 따라 나선다. 왜 따라 나설까?
그 곳에는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름 아닌 관광객이 던져 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서이다.
먹이는 주로 새우깡인데 과자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있으면 손살같이 날아와 나꿔 채 간다.
잘못하다간 손가락을 물리기 일쑤다. 갈매기들은 시야가 매우 넓고 시력이 뛰어나다.
물 속 깊이에 있는 고기도 순식간에 잡아 올린다. 새우깡을 쪼개어 허공으로 뿌리면 하나도 놓침 없이 받아 먹는다.
먹이를 나꿔 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를 보는 듯 하다.
문제는 갈매기들이 쏟아 내는 배설물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짤긴다. 벌떼같이 몰려 있는 갈매기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배설물 세례를 받기 일쑤다. 우리 집사람도 쳐다보고 있다가 오른빰에 오물 세례를 받아 까딱했으면 입에 들어가는 수모를
당할 뻔 했다. 우리 일행 중 정의의 사나이 모대리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도 갈매기들의 오물세레를 받은 것이다.
선장에게 과자를 팔지 말라고 씩씩거리며 가는 것을 내가 말린다. 과자 먹이 팔아 용돈마련 하는 그들에게 장사는 곧 그들의
짭잘한 수입원인데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면 그들이 대응해 나올 말은 뻔한 것을~~~~~
도동항을 벗어난 유람선은 갈매기들의 화려한(?) 환호를 받으며 서쪽 해안으로 돌아간다.
사동항이 있는 곳이다. 몇 년 후면 '사동항'이 화물과 여객을 동시 취급하는 종합 항구로써 지금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어 울릉 제1의 항구로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보는 울릉도는 또 다른 볼거리를 보인다.
5각형의 울릉섬이라 배가 해안을 따라 가다 보니 방향감각을 잘 모르겠다. 동해의 한 점 작은 섬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유람선을 타고 2시간을 돌다 보니 결코 작은 섬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하긴 우리나라 7번째섬인데.
바다에 떠 있는 바위섬들이 모두다 형상이 있고 이름이 있다. 서면지역의 거북바위,가재굴, 통구미,남양몽돌밭,사자암,곰바위,
만물상 등이 우리들의 눈에 스쳐 지난다. 태하등대를 지나면 북면지역이 시작되는데 먼저 현포항이 나타나고 저 멀리 코끼리
를 닮은 공암이 나오는데 정말 희한하다. 어떻게 자연이 저렇게 빚어 냈을까. 그것과 함께 해안가 뒤로 보이는 우람하면서도
뾰족한 산이 나오는데 <추산>이다. 일명 '송곳봉'이라 한단다.
크지 않은 천부항을 지나 죽암 해변의 '딴바위'를 거치니 유람선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턴다.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목욕을 하다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아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삼선암'. 멀리서는 2개로 보이지만 3개의 바위인 이 곳을 스치면, 깍새가 많아 일명 깍새섬이라고 하는 '관음도'가
나오며 이 곳엔 관음쌍굴이 있다는데 옛날엔 해적의 소굴이었다고 전한다. 늦은 오후가 되니 물결이 많이 출렁인다.
해안가를 바라보니 해안에 나있는 도로가 '섬목'이라는 데서 끝나는 것이 보이고 선장의 말로는 몇 년 안에 이 곳에도 도로가
연결될 것이라고 한다.
울릉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으로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그렇게 부른다는 <죽도>.
TV인간시대에도 방영된 적이 있는 이 곳에는 현재 1가구에 2명이 살고 있는데 장가 못간 노총각이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며 더덕과 수박이 유명하단다. 사방이 절벽이라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길은 나선형계단 진입로로 되어 있는데
유람선에서 멀리 그것이 보인다.
유람선은 이제 울릉도에서 제일 큰 항구인 '저동항'을 향해 물살을 헤치며 간다.
파도가 많이 높아졌고 바닷바람도 많이 차갑다. 울릉도 해맞이의 명소인 <내수전>.
이 곳은 전력을 공급하는 '내수전내연발전소'가 저기 있다고 선장이 설명을 하는데 어딘지 알지 못하겠다.
그러는 사이 유람선은 마지막 유람지점인 「저동항」을 지나고 있다.
「저동항」. 1967년 어업전진기지로 지정되어 79년도에 항만공사가 완료되어 태풍 등 기상특보시 근해에 조업중인 1천여
척의 배를 대피시킬 수 있는 곳이란다. 울릉도 오징어 배들도 대부분 이 항구에서 취급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동항 방파제에 붙어 있는 <촛대바위>. 전설에 의하면 조업을 나간 아버지를 몇 일을 기다렸지만 빈 배로 돌아온
것을 보고 빈 배까지 헤엄을 치고 가다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지쳐 죽은 그 자리에 바위가 우뚝 섰다는데 일명 '효녀바위'라고
도 하며 그 모습이너무 애처롭다.
유람선이 뱃고동 소리를 낸다. 귀항을 한다는 신호이다. 돌아갔던 갈매기들이 뱃고동 소리를 듣고 유람선으로 몰려 날아온다.
그렇지만 별로 반갑지가 않다. 배설물을 싸대기 때문이다.
만2시간을 쉬지 않고 바다에서 섬을 유람하는 관광을 마침으로써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하룻밤이지만 우리에게는~~~』
지난 밤부터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함으로 인해 사람들이 빨리 숙소에 들어가 눕고 싶어한다.
그럴 것이다. 새벽에 배에서 내리자마자 해안일주 산책을 했고, 한 숟갈 먹자 말자 박물관, 사료관,공원,전망대 등을 돌아
다녔고, 오후엔 바닷바람을 맞으며 추위에 떨고 배 멀미로 고생을 하며 장시간 유람을 하였으니 수면부족에다 피곤했을
것이다.
숙소배정을 받고 나니 차가운 방바닥에 드러누워 본다. 저녁식사 시간은 아직 멀었고 무료해 가보지 않은 서편의 해안산책
로로 나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재주 있는 사람은 벌써 잡은 고기로 횟감을 만들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도동항의 날은 저물고 포구 여기저기에 불이 켜져 오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덜 피곤한 사람이 있는지 어느 한 방에서는 벌써부터 소주잔이 오고 가고 있다.
어제 실수한 여행사측이 포항에서 배편으로 보내 온 횟감을 그냥 놔둘 리가 없을 터.
제일 큰 방으로 모두 불러 모으고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모대리가 가지고 온 와인이 나오고 김기장이 일본 출장길에
사왔다는 양주(시바스리갈)가 나온다. (어메~~이 쳐다 만 봐도 거~취하는 거이) 모두 얼굴이 보기 좋게 붉그락 변한다.
25명 중 몇 명이 빠지긴 했지만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해외(?)에서 가지는 이런 회포는 정말 추억에 남을 만한 일이다.
소감을 묻는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이 묻어 난다. 먹고 마시고 웃는 사이 횟감은 떨어지고 2차는 저녁식사후 호텔식당에서
하기로 총무가 섭외 를 끝내 놓았다. 안주는 포구에 널려 있는 싱싱한 것들을 구하기로 하고서 자리를 파한다.
유월의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따라 싱싱한 오징어가 많이 나와 있다.
독도 돔을 가격Nego 해서 한 번 맛을 보려고 했는데 엄청나게 비싸다. 마리당 10만원이다.
울릉도에 왔으니 오징어 맛은 보고 가야제~~~ 오늘 밤 2차 안주꺼리는 오징어이다.
열 마리를 쓸어 놓으니 많고 푸짐하다. 그런데 모두들 저녁을 먹어서인지 2차에 오징어가 팔리지 않는다. 총무는 안주조달의
임무를 다한 안도감 때문인지 2차의 술탁위에서 그만 Ko되어 엎어져 잔다. 이제 총무가 쓰러졌으니 모자라도 더 조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징어 안주는 많이 남았다. 마침 술도 떨어졌고 모두가 피곤해서 파장분위기이다.
도동항에서의 1박은 잠꼬대의 에피소드를 남기며 그렇게 저물어 갔다.
『관광버스는 웃음을 싣고~~ 』
울릉도 5多 안에는 미인이 들어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물이 좋아 피부가 깨끗한 여자를 두고 한 말이겠다. 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난 일행들의 얼굴빛이 아주 좋아 보인다. 오늘은 <성인봉 984m> 산행이 있는 날이다. 아침은 말하지 않아도 꼭꼭 눌러
챙겨 먹는다. 오늘 산행코스는 서북부의 천부리 나리분지를 출발하여 투막집,신령수를 지나 성인봉 정상을 오른 후 관음봉,
대원사 방면으로 해서 도동항으로 넘어오는 4시간이 소요되는 코스이다. 따라서 '나리분지'를 향해 가는 동안 25인승 관광
버스를 타고 약2시간에 걸쳐 서,북면 해안길을 따라 주요 관광지를 둘러 보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약2시간 여를 함께 할 오늘의 관광기사 <서군수> 씨며 부산 사람으로 오늘 오전 가이드이다.
오전 8시경.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도동항을 떠나 도동항의 반대편인 천부리로 향한다.
오후 2시가 넘어야 산을 넘어 다시 이 곳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동항을 벗어나며 가이드는 유창한 말솜씨로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성스러운 산이라 해서 성인봉이라 하고, 성인봉은 일년 365일중 300일이 안개에 덮혀~~" 로 시작하며 고가도로인 일명
88도에 차를 잠시 세우며 주변내력을 설명해 준다.
사등고개를 넘으면서 우리들에게 구호를 외치게 한다. 가이드 기사가 "독도는" 이라 외치면 우리들은 "우리땅" 이라고 일제히
외치는데 소리가 작다며 반복해 외치게 한다. 재미있다.
사등고개에는 '울릉수비대'가 자리를 하고 있는데 <해경과 해군>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가이드의 입에서는 중요한 울릉의 정보가 계속 터져 나온다.
사슴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와록산'의 이야기, 다른 식물들보다 산소를 두 배나 뿜어낸다는 '굴거리나무'이야기,
울릉도의 군목 '후박나무'와 천연기념 237호인 '흑비둘기 서식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울릉도에 지정된 8개 지구 13종의
천연기념물을 설명한다. 대단한 기억력이다. 역시 이름났는지 안 났는지는 몰라도 가이드답다.
「호박빵집」. 엿빵이라고 하는 해안도로변에 있는 울릉도 호박엿과 호박빵을 만드는 유일한 집 앞에 차를 갖다 대며 들어가
시식을 하고 오란다. 원래는 '울릉도후박엿'이 원조인데 원주민들이 후박엿을 만들기 위한 후박나무의 멸실과 훼손을 일삼아
후박나무의 보존을 위해 채취를 금한 이후부터 후박 대신에 호박을 썼다고 이야기 한다.
울릉도 산간에 호박이 많이 생산되는 것도 호박엿과 호박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사동항 방파제'와 '가두봉등대'를 지나면 장작을 포개 놓은 형상의 '장작바위'를 만나고, 이어 '통구미마을'에 들어서며 비아
그라의 사촌인 일명 일라그라(더덕즙)의 판매점 앞에 차를 갖다 대며 한 잔씩 하고 오랜다. 일없는 사람들은 거북바위를 배경
삼아 촬영에 빠진다. 가이드는 '통구미터널'에 있는 신호등 이야기를 해준다. 2분 동안씩 바뀌는 신호체계를 따르지 않으면
외길 터널에서 쌍방차량들이 다닐 수가 없다며 신호등 체계를 열심히 알려 준다.
해안의 화산암을 뚫어 긴 터널을 만든 것이 이채롭다. 통구미터널에 이어 남통터널,남양터널이 이어 나오고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골계마을'을 지나는데 오른쪽 산이 국수를 말리는 모습과 비파를 닮은 산이라며 가이드는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서면 해안가의 크고 작은 바위들은 '사자바위' '투구바위' '용두암'등의 여러 형상들을 닮아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서면 해안도로는 섬 지형의 특성상 더 이상 해안도로를 낼 수가 없어 '곰바위'가 있는 데서 끝이 나며 산악으로 접어 드는데
희한하게 생긴 회전교가 있는데 '수층교'이다. 가이드는 수층교 위에서 잠시 서행하며 '시루떡바위''영지바위''조개바위'들을
보여 준다. 360도를 도는 수층교를 지나니 360m 길이의 '수층터널'과 '산막터널'이 연달아 나온다
굽이치는 고개를 넘으면 '학포마을'이 나오는데 울릉에 와서 처음으로 3기의 무덤을 만난다 저 멀리 섬 끝자락에 보이는
'만물상'과 '태하 황토굴'에 대해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태하 황토굴에는 황토가 많이 나 나라에 상납까지 하는데
조정에서는 3년에 한 번씩 삼척영장을 이 섬에 순찰을 보내면서 순찰의 증거품으로 이 곳 황토와 향나무를 받았다고 한다.
동남동녀의 고혼을 달래기 위해 있다는 '성하신당'으로 가는 입구의 삼거리.
가이드는 이 곳을 로터리라며 차량회전 시범을 보이는데 우리 일행들을 또 한바탕 웃긴다.
이제 관광차는 자그재그형의 도로를 따라 산을 하나 넘는데 여기서부터 울릉 북면이다.
고개를 넘자 가이드는 또 한 차례의 농담을 한다. 울릉에서 하나 밖에 없는 저수지만한 대형 웅덩이가 있다면서 우리를 안내해
가는데 그가 가리키는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우물 크기만한 아주 작은 웅덩이다.
농담도 잘 하시는 가이드 덕에 지루하지는 않다
「현포항과 현포해양박물관」. 가이드말로는 현포항이 울릉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라는데 우리는 잘 모르겠다. 현포를 오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이 박물관이라는데 이 곳에는 조개류와갑각류.화석류,박제 등의 해양관련 유물 500여종 2만여점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어, 들어가보니 별 희한한 것들이 다 있다. 나는 그 많은 조개 중에 내가 찾고 싶은 조개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최인호 작가가 최근에 발표한 '제4의제국'의 책에 나오는 '스지이가이'라는 조개다.
주술적 마력이 있다는 표창처럼 생긴 네 개의 긴 뿔이 있는 조개인데 현포박물관에는 없었다.
인도,인도네시아,일본 오키나와 열도에서 발견된다는 특이하게 생긴 조개이다.
「현포방파제와 해골바위」. 가이드는 이 곳에 차를 정차해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코끼리 형상의 '공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본다. 방파제 끝에 붙은 해골바위도 신기하다.
「추산일가와 송곳산」. 추산은 해발 430m의 원추형 모양을 한 뾰족한 산으로 일명 송곳산 이라고 해 아주 우람한 산이다.
정상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큰 구멍이 있다고 한다. 이 산 아래에는 노상에 약사여래불을 모신 '성불사'가 있는데 대웅전
불사 중이다. 불전에 놓을 쌀 한 봉지를 사서 삼성각에 올려 놓고 예불을 드린다. 무사 산행과 귀항을 기원하면서~~
또한 추산에는 유명한 '추산수력발전소'가 있는 곳으로 해안으로 흘러 내려오는 물의 양이 많을 뿐 아니라 수력발전을 돌릴
만한 물이 이 작은 섬에서 솟아 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울릉도의 5다중 물이 많다고는 하나 수력발전을 할 정도니 정말 신비의 섬이 아닌가.
「천부마을」. 예전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왜선들이 이 곳에서 배를 만들어 고기를 잡고 이
섬의 진수귀목을 도벌하여 운반해 갔기에 '왜선창'이라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을의 몇몇 집들이 일본식의 집들임이 느껴
진다. 이제 천부해안을 끝으로 2시간 여에 걸친 해안일주 차량관광을 마치고 내륙으로 이동해 본격 성인봉 산행을 위해
'나리분지'로 향한다.
『화산폭발이 남긴 분화구여! 솟은 봉우리여!』
이제 울릉도를 오게 된 최종의 목표인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를 여기까지 싣고 온 차는 나리분지에 우리를 내려놓고 떠나
간다. 왜냐면 우리는 걸어서 산을 넘어 도동항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지그재그의 산 고개를 넘으니 확~트인 넓은
초록의 분지가 나타난다. 울릉에서 단 하나의 평지라고 말하는 '나리분지'라는 곳이다.
「나리분지」. 605,000평의 면적에 동서로 1.5Km, 남북으로 2Km의 울릉 유일의 평지다.
성인봉 북쪽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생긴 화구원으로 그 안에서 분출된 알봉(538m)과 알봉에서 흘러내린 용암에 의해 다시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되어 북동쪽엔 '나리마을'이, 남서쪽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알봉마을'이다. 우산국 때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전하며, 조선조에 조정의 공도정책으로 수백년 비워 오다가 조선 말 고종 때 개척령에 따라 개척민들이 이 곳에 왔다
고 전하며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으며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골이라 부른단다. 또한 나리분지에는 투막집, 너와집,울릉국화,
섬백리향군락지,용출소,신령수 등의 볼거리가 있단다.
나리분지에 들어서며 '너와집'을 지난 관광차는 분지 내 주막집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 준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산객들의 무리가 울릉도 '씨껍데기'주를 마신 후 성인봉을 향해 떠나고 우리들도 주막에 들어가 컬컬한
'씨껍데기'주를 한 사발씩을 마시며 산행준비를 서두른다.
제주도에 '조껍데기술'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씨껍데기술'이 있다며 자랑을 한다.
발음만 들으면 영락없는 욕지꺼리다. 이런 이름의 술이 모두 섬 지방의 명물이라니 신기하다.
오전 10시 10분. 드디어 '성인봉'을 향한 산행이 시작된다.
주막을 벗어나자 곧바로 시작되는 숲길.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어 햇볕을 가릴모자가 필요없다. 나중에 안 일이
지만 성인봉 정상지역을 제외하고는 하산할 때까지 모든 길이 그늘이다.
바로 이 숲이 천연기념물 189호로 지정된 '성인봉원시림'이다.
원래 화산이 발생한 지대에는 수목이 자라지 않는 법인데 이 곳 나리분지는 관례를 깨고 있다.
아마도 물이 풍부하고 해양성기후인 것이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
「투막집」. 평지 숲길을 걸어온지 25분 여가 지난 지점에 만난 집이다.
이 집은 섬에서 많이 나는 솔송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우물정자 모양으로 쌓고, 틈은 흙으로 메워 자체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징이라는데 나리분지에 있는 '너와집' 1곽과 '투막집' 4곽을 도지정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단다. 뒤에 쳐져 가던 절반의 일행들은 이 투막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신령수」. 투막집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공간이 넓은 약수터이다.
콸콸 쉴새 없이 쏟아지는 물이 보기만큼 시원하고 아주 맛있어 상점에서 돈을 주고 산 생수를 쏟아 버리고 이 물로 생수병
2통 씩이나 가득 채운다. 물이 풍부하다더니 과연 그렇구나. 이 곳을 지나니 비로소 산행의 느낌이 전해진다.
서서히 경사가 있는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폭우에 의한 큰물이 지나간 흔적도 이 곳 저 곳에 보인다.
본격 오름이 시작되면서 일행들의 행렬이 끊기고 간격이 벌어져 먼저 오른 사람들은 안보인다.
산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옆지기들이 있는 가족들은 후미에 쳐져 땀방울을 쏟아 낸다.
하지만 우리 옆지기는 이렇게 시원한 그늘의 산행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할만하단다.
총무의 옆지기도 쳐지지 않고 잘 따라온다. 아마도 이번 산행에서 제일 걱정되는 사람이 총무와 우리집 옆지기인데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잘 오른다.
천연 원시림에서 뿜어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톤 덕분이리라. 가파른 오름을 끝내고 느슨한 능선에 들어서서 속이
썩은 천년의 고목나무 앞에서 기념촬영도 해 본다. 숲속에 들면 이런 생존의 속살을 보게 된다. 치열하게 사는 자연의 삶을
보는 것도 덤이다.
여름이 되면 나무들이 익어가고 산은 풍성해 진다. 그리고 깊어진다. 매일 달라지는 것 또한 산이다. 매일 변하며 매일 자라고
매일 깊어진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앉아 여름 산이 익어 가는 것을 보면서, 매일 깊어져 매일 다른 산이 되어 가는 것이 참
보기 좋다. 성인봉을 향해 오르는 길의 비탈진 경사에는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어 경이롭다.
나리분지 방향으로 내려오는 어느 산객의 손에 채취한 산마늘이라고 하는 '명이'가 들려 있다.
'명이(산마늘)'는 우리 일행들이 호텔식당에서 먹던 것으로 울릉도에선 많이 담아 먹는 식품이라고 한다.
명이는 여러해살이 풀로써 마늘,부추,달래처럼 독특한 냄새와 매운 맛을 가지고 있어 무침이나 장아찌,김치로 많이 담아 먹는
다고 하며 새싹은 1월 말경 눈 속에서 자란단다. 또한 눈 속에서도 자라 사계절 채취가 가능해 많이 먹는다는 '부지갱이'도
산에 지천이란다. '삼나물'의 보고 울릉도엔 이렇게 많은 먹거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성인봉(984m) 정상」
숱하게 자란 고사리의 군락을 보며 뿌리가 심하게 들어나 사람의 발길에 채인 고목의 애처로움을 보며 쉬엄쉬엄 정상을 향해
오르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나리분지를 출발한지 1시간 40분이 지난 오전 11시 50분.
후미에 선 우리 일행들은 드디어 성인봉 정상에 발을 들여 놓았다. 더 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정상은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정상이 너무 비좁아 기념촬영 하는데 난리다.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는 성인봉(聖人峰).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쌓여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고 하며
봉 입구에 제단처럼 있는 바위에는 장군발자국이라는 족적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어린애의 발자국 같아 보인다.
성인봉은 형제봉,미륵봉,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고, 섬피나무,너도밤나무,섬고로쇠나무 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이라고 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성인봉은 칼라사진에서 보니 단풍이 멋진 가을산이 제일 좋고, 흰 눈이 덮인 겨울산도 운치가 있을 듯 싶다.
성인봉에선 기념촬영은 뭐니뭐니 해도 나리분지를 배경 삼는 게 제일 좋은데 봉우리를 조금 비켜 내려서면 나리분지 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 서면 정말 탄성이 나온다. 성인봉을 오르는 이유를 설명하라면 바로 이 곳에 서는 것이 그 해답이다.
일행전원을 불러 모아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정상을 물러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먹을 것들을 제대로 싸왔는지 모르겠다.
나리분지 주막에서 산 '씨껍데기술'과 '와인'이 나오고 방울토마토,오이,오렌지,오징어포가 안주로 나온다.
그리고 행동식 몇 가지도~~~~. 이것으로 먹거리는 끝이다.
『다시 도동항 그 곳을 향하여!』
정오 12시 30분. 그렇게 한 번 오고 싶었던 성인봉을 뒤로 하고서 가벼운 발걸음을 내려선다.
하산 때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힘들게 올라 왔다 이것저것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내려서면 되는 것을 사람들은 언제나
내달리듯이 내려간다. 주위를 돌아볼 사이도 없다. 오직 내려가는데만 온 정신이 집중이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러니 산행을 하고 왔다고 하여도 정상만 기억 날뿐이지 오고 감에 있어서의 감동적인 느낌 같은 것은 없다.
무릎상태가 별로인 탓에 오히려 후미에 쳐져 내려가며 이것저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
하산길가의 경사진 곳은 크게 자란 관중의 천국이고 최대 군락지이다. 온통 뒤 덮었다.
우거진 수목의 그늘 아래에서도 저렇게 잘 자란다니~~놀랍다. '섬피나무''섬벗나무''너도밤나무'가 이 산을 덮고 있어 천년
원시림의 거대함에 기가 눌린다. 20여분을 내려 왔을까?
저동항이 보이는 쉼터가 나온다. 여기까지가 가파른 길이었고 이 쉼터를 내려서면 산허리를 타고 내려가는 편평한 길이다.
일행들이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모르지만 이정표를 따라 대원사 방향으로 길을 내려오니 하산지점이 임박해 옴을 감지한다.
오후 2시 정각. 우리가족이 맨 후미에서 꼴찌로 내려오며 '울릉보건의료원' 앞에 도착하며 약 4시간이 소요된 오늘의 산행
을 완료한다. 무탈하게 산행을 마쳤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오전 8시에 도동항을 나서 해안일주 관광과 산행을 한지가 6시간이 흘렀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겪고 즐겼기에 긴 하루가
흘러간 기분이다. 모두들 수고 하였고 탈없이 성공적인 산행을 한 것에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삶에 있어서 커다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추억이 없는 자 불쌍한 인생이라고 했으니 우리일행들은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이리라.
『귀항, 뱃고동 소리만 남기고~~』
이제 두 시간 후면 이 울릉도를 떠나야 한다.
벌써부터 갈매기들이 우리가 떠날 것을 아는지 끼르륵~거리며 포구를 휘젓고 다닌다.
만 이틀이 되지 않았는데 그 새 정이 들었는가 보다. 그리고 부지런한 사람은 역시 다른가 보다.
일찍 하산해 멱감고 찍어 바르고 몸단장을 하고 나오니~~~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한끼인 점심. '바다횟집'의 '홍합덮밥'이란다.
이 곳에서는 인기 있는 별식이라고 하는데 먹어 보니 맛이 괜찮다.
특히 이 식당의 '명이김치'가 호텔식당의 '명이김치'보다 맛이 나은데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울릉도에 왔으니 이 곳 명물들을 구입하기 위해 상점을 기웃거려 본다.
옆지기 생일이 몇 일 후이니 큰 미역 한 다발, 딸애를 위한 호박 빵, 지인을 위한 호박 엿, 향기 좋은 분향, 그리고 뭘 샀더라.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모두들 소중한 선물 하나씩은 장만했으리라. 또한 추억 한 다발씩도 베낭 속에 넣었으리라.
「썬 플라워호」
오후 4시 정각. 뱃고동 소리는 이별을 생각나게 하는 소리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가는 사람 오는 배는 마음만을 설레게 하네~~.
부두에 정을 실어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
배 떠난 포구에는 출렁이는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우는 마음 밖에 더 남겠는가?
800여명이 승선할 수 있는 이 배는 어제 타고 온 '한겨레호(450명)'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포항-울릉간을 운항하며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데 이 큰 배도 파도 앞에는 고양이 앞 쥐 신세가 된단다. 배는 정확한
출항시간에 맞추어 포구를 빠져 나간다. 공기 부양선으로 굉장한 시속을 자랑한다는데 포항까지는 3시간이 소요된다.
배가 본격 달리자 집사람은 의자 바닥에 옷을 깔고 드러눕는다. 잠땡이는 역시 다르다.
나는 어제 절반을 읽다 남은 책을 꺼내 독서삼매에 빠져 목표한 책 한 권을 완독한다.
오후 7시 정각. 배는 정확히 포항 항구에 닿고 우리는 뭍으로 발을 내려 놓는다.
모두들 장시간 배를 타고 오느라 고생했는지 부시시한 모습들이다. 기다리던 관광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와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그리고 밀양-창원간 국도를 이용해 밤 10시경 엊그제 떠나 왔던 창원으로 돌아왔다.
한울산악회가 오래 전 중국을 거쳐 '백두산'을 다녀온 이후로 오랜만에 먼 곳을 다녀왔다.
다음엔 어디로 한 번 갈까? '대마도' 아니면 '금강산' 아니면 '희말라야' 아니면 '몽블랑'......
이번처럼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산행지면 어디든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다.
대가족을 인솔했던 산악회 총무와 산행시 후미에서 책임을 맡았던 부총무가 정말 수고 많이 하였다.
이렇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누구에게는 편안함이 더해진다.
아울러 함께 하며 추억을 쌓았던 동료 분들의 따뜻한 정과 인연을 잊지 못하겠다.
또 기회가 되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끝으로 산행기(여행기)를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