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양 남진주’라 불리던 경남의 중심지 진주. 이 고장이 간직한 전통문화는 예스러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맞춤한 볼거리, 배울거리를 제공한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남강은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취 뛰어난 진주 답사 1번지. 남강을 따라 들어선 촉석루를 비롯해 진주성, 진주박물관 같은 문화재는 진주의 역사를 웅변해 준다.
여름은 또 그렇게 가고 바야흐로 가을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높푸른 하늘과 연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대지는 계절의 순환이 어김없음을 알려준다. 이번 여행지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서너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경남의 중심지, 진주다. ‘북평양 남진주’라 했던가. 이 고장이 간직한 전통 문화는 예스러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맞춤한 볼거리, 배울거리를 제공한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남강은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취 뛰어난 진주 답사 1번지. 남강을 따라 들어선 촉석루를 비롯해 진주성, 진주박물관 같은 문화재는 진주의 역사를 웅변해 준다.
남강은 예나 이제나 그 도도한 흐름을 한번도 멈춘 적이 없거니와 진주성과 촉석루를 안고 오늘도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남강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야경은 그 독특함이 유별나다. 남강에 비치는 촉석루의 불빛은 은은하면서도 고혹적이다.
풀벌레 우는 가을밤에 더욱 운치를 더한다. 촉석루 맞은편의 남강둔치와 진주교, 천수교 등에서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망진산 봉수대와 선학산에 오르면 남강을 비롯해 진주시내 전체 야경이 두 눈 가득 펼쳐진다. 특히 매년 10월 남강에서 열리는 유등축제는 여행객들을 환상으로 이끈다. 형형색색의 등이 남강에 드리워지면 그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이 된다.
올해로 8회째인 남강 유등축제(www.lanternfestival.org)는 1592년 임진왜란 때 김시민 장군이 진주성에서 왜군과 싸울 때 남강에 등을 띄웠던 데서 유래됐다. 그 당시 남강 유등은 충무공과 군사작전을 알리는 신호였다. 1차 진주성 전투는 4000여 명의 군사가 3만여 명의 왜군을 무찔렀지만 이듬해(1593년) 2차 진주성 전투에서는 병사와 주민 7만여 명이 왜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촉석루 아래 남강 바로 옆에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투신했다는 의암이 있다. 원래는 위험한 바위라 하여 ‘위암’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물이 차면 모습을 감췄다가 빠지면 바위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나타난다. 의암에 서서 언제나 그랬듯이 유유히 흘러가는 남강의 물결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논개의 넋이 손짓하는 듯하다. 촉석루 옆에는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가 있다.
유등축제 기간 동안 남강 일대에서는 북, 원앙, 장승, 용, 봉황 등 다양한 형상의 우리나라 등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이집트, 캄보디아 등 각국 상징물을 본뜬 등들이 전시된다. 촉석루와 진주성 모형에 소망을 실은 등을 달고 남강에 띄우는 행사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진주성 모양을 형상화한 1만5000여 개의 등불이 남강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비봉산과 망진산 가운데로 흐르는 남강변에는 역사의 흔적 못지않게 기이한 절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이 일어났던 진주성(사적 제118호)은 돌로 쌓은 성으로 겉모습이 사뭇 위엄 있어 보인다. 임진왜란은 진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진주성 싸움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이고, 기생 논개 이야기는 지금껏 생생하게 살아 있다.
진주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세 군데. 성의 중앙에 있는 정문(공북문)과 서쪽 끝에 있는 서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촉석문이 그것이다. 촉석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촉석루가 단정하게 앉아 있고 왼쪽으론 성곽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남강의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진주의 상징이 된 촉석루는 임진왜란 당시 작전 통제소로 쓰였고, 평상시에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고려 고종 28년(1241년) 진주목사 김지대(1190~ 1266)가 창건한 후 여러 번의 중건 중수를 거쳤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10년(1618)에 병사 남이홍이 예전보다 웅장한 건물로 중건했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다시 불탔고, 1960년에 시민의 성금을 모아 지금 건물을 중건했다. 남원 광한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의 하나로 진주 8경 중 제1경이다. 촉석루를 보고 녹음 우거진 2km 길이의 성벽(산책로)을 따라 걸어보자.
주변으로 서장대와 북장대 등 누각과 임진왜란의 기록과 유물을 볼 수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김시민 장군 전공비, 호국사, 쌍충사적비와 영남 포정사 등이 있어 역사 공부에 제격이다. 진주성 정문인 공북문 앞에는 서울의 인사동처럼 골동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크고 작은 석물과 옹기, 갖가지 모양의 공예품, 고문서와 전적, 서화, 탁본류, 민속자료, 도자기, 조각품 등 옛 향취가 물씬 나는 골동품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 선물용으로 괜찮다.
석양이 아름다운 진양호
남강을 거슬러 서쪽으로 올라가면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 물을 모아둔 진양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마디로 광활한 인공호수다. 호수 중간 중간에 떠 있는 자그마한 섬은 올망졸망한 다도해의 그것처럼 아름답다. 호수 주변에 선착장을 비롯해 물홍보 전시관, 동물원, 어린이 동산, 호텔, 여관, 식당 등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좋은 쉼터 구실을 한다.
특히 호랑이, 사자, 곰, 독수리, 기린 등 야생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 동물원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진양호는 물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벽녘이나 노을이 깔리는 석양 무렵이 특히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진양호의 노을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거대한 호수와 산 뒤로 떨어지는 붉은 빛줄기는 우리네 이지러진 마음에 한 줄기 희망을 샘솟게 한다.
운이 좋다면 물살을 가르며 달려가는 보트도 볼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엔 진주 출신 대중가수인 고 남인수 씨를 기리기 위한 남인수 광장이 있는데 이따금 흘러나오는 선생의 출세작 「애수의 소야곡」은 구성지고 조금은 슬프다. 또한 대평교에서 진수대교를 거쳐 수자원공사 남강취수장까지 연결되는 약 7km 구간의 호수 길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산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나무랄 데 없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진주 도심에서 마산 쪽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경상남도수목원에 가보는 것도 좋다. 17만 평의 수목원엔 우리 자생종과 외국 수종 중 보존 가치가 있는 식물 15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림박물관을 비롯해 열대식물원ㆍ수생식물원ㆍ무궁화공원 등 주제별로 꾸며져 있다.
이밖에 영산회 괘불탱(국보 제302호)이 있는 청곡사는 빛바랜 지붕단청이 아름답고 중국에서 가져온 이팝나무를 비롯한 수령 500년 이상의 고목들과 연꽃이 장관을 이룬 강주연못과 고려 말 충신 정온 선생의 우곡정 등도 진주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곳들이다. 진주는 또한 우리나라 실크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한데, 130여 개의 견사업체에서 국내 생산량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진주성 앞 실키안(747-9841)과 진주시청 내 특산품 판매점에서 질 좋은 실크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
시원스레 뚫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면 수도권에서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지만 찬찬히 돌아보려면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서진주 나들목까지는 막히지 않으면 3시간 30분 거리. 일단 진주 시내에 접어들면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20∼50분 간격으로 진주행 고속버스가 다닌다. 김포∼사천간 비행기가 하루 6차례 왕복 운항하며, 사천에서 진주행 공항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전남, 경남, 부산 등지에서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나들목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진양호행 시내버스가 자주 있다.
잠잘 곳
진주시내에 동방호텔(743-0131)을 위시해 성수장(742-9255), 현대모텔(743-9791), 롯데모텔(741-4888), 베르사체(746-8080) 등 장급 여관이 많다. 진주성 입장료 : 어른 1000원, 주차료는 30분에 500원, 추가 10분당 200원이다. 진주성 관광안내센터(749-2485), 진주시 문화관광과(749-2055).
맛 집
진주는 볼거리 못지않게 맛집도 즐비하다. 촉석루 앞 남강변에는 바닷장어를 구워 파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연탄화로에 고춧가루, 물엿, 간장, 마늘, 생강 등으로 간을 한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만큼 일미다. 일미장어(742-1283), 남강장어(747-0888), 유정장어(742-3113), 강나루장어(741-1251) 등. 진주성 전투 때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진주비빔밥도 입맛을 당긴다. 천황식당(741-2646), 설야(762-0585) 등이 있다.
글·사진 / 김 동 정(여행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