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끝났어요. 그 다음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봅시다.”
스테이시가 전생 계획 세션의 다른 부분에 의식을 집중하는 동안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팻의 다른 딸 도나군요. 도나는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길게 땋아 내린 머리를 하고 있는데, 아마 아홉이나 열 살 정도 된 어린 소녀예요.”
왜 도나는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그것은 그녀가 이번 생에서 취하려는 태도를 예고하는 거예요. 바로 막내 같은 태도지요.” 스테이시가 길잡이 영혼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
“팻이 그 대화에서도 도나를 그렇게 보나요?”
“네. 내 길잡이 영혼이 하는 말에 따르면, 그 영혼은 인격체의 옷을 입은 영혼이에요. 그것은 또 앞으로의 생에서 입게 될 몸의 옷이기도 하지요. 전생 계획 과정에는 이 세상에서 만날 때 서로 알아볼 수 있는 표지들을 익히는 일도 들어 있어요. 대부분 삶에서 만나는 영혼의 짝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표지들이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고 하네요.”
나는 스테이시 와 길잡이 영혼이 말하는 영혼의 짝이라는 것이 단지 연인 관계가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나가 그에게로 가까이 가네요. 도나는 매우 행복해 보여요. 팻 바로 앞에 앉는군요.”
팻: 내 딸로 태어나준다면 좋겠구나. 널 안아주고 이끌어줄 수도 있도록 말이다. 너 또한 내게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날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다오.
도나: 아빠, 아빠는 나를 위해 가끔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러면 그런 아빠를 보면서, 그리고 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될 거예요. 그 모든 게 술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심하여 내 내면으로 들어갈 것이고, 내 자신만의 감정, 현실 감각 따위를 곱씹어볼 거예요. 내게는 그런 경험이 필요해요. 그게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낼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처음에는 내가 너무 자의식이 강하고 의심에 가득 찬 아이로 보이겠지만, 그것은 내 성장 과정의 일부예요. 이것은 내가 이번 생에서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에요. 날 위해서 아빠가 해줄 필요가 있는 일이고요.
“팻이 미래의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러겠다고 약속하네요.”
팻: 앞으로 일어날 일에 마음이 아프구나. 널 사랑한단다. 이 일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네게 고통을 주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구나.
“도나가 팻의 손을 끌어 자기 심장에 갖다 대네요.”
도나: 아니에요, 아빠가 고통을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선택한 거예요. 그 책임은 나한테 있어요.
“그러고서 도나는 떠났어요. 내 길잡이 영혼에게 다른 가족을 더 보여달라고 청하는 중이에요.팻의 전 부인 캐롤이 오고 있군요. 그녀의 옷차림은 뭐랄까, 초원 복장이라고 할까요? 전생을 아마 1800년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미국 중부 평원 지대에서 여성으로 살았던 것 같네요. 길잡이 영혼이 말하길, 그녀의 복장을 보니 그녀가 아직도 전생에 매여 있음을 알 수 있대요. 또 무척 실용적인 성격이라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캐롤과 팻이 이전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미주리 주 평원에서의 삶이 보여요. (이것은 팻이 지금 생에서 자살을 하려고 계획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어요. 그들과 다른 두 가족이 함께 인디언들에게 공격을 받았군요. 캐롤은 전생에서 못 이룬 계획을 이루려고 이번 생도 팻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힘든 삶도 그 중 하나군요. 아이들은 다른 부분이에요.”
“스테이시 , 캐롤이 왜 알코올 중독자와 결혼하고자 했나요?”
“길잡이 영혼에게 물어볼게요.”
팻: 술이 문제가 될 것 같아. 감정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문제도 그렇고.
캐롤: 내가 말한 대로 하면 그런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야. [그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처음에 그는 자기가 그녀를 실망이라도 시킨 양 슬퍼하네요. 하지만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하는군요.”
팻: 그러니까 내 삶에 함께해 줘. 삶에 단지 하나의 방식만 있지 않다는 걸, 삶이 단순히 흑백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 회색의 음영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내가 당신 옆에 있어야겠어.”
“그녀는 이 말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네요. 언짢은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어요. 하지만 그 저항감을 곧 내려놓는군요.”
캐롤: 당신이 맞는 것 같아. 그럼 당신에게 날 열어놓을게. 당신이 내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고 장막을 걷어내 주길 바라면서 당신을 내 마음속에 들여놓을게. 아이들만 받아들이려 했어. 그런데 당신도 받아들일게. 이 일로 내가 상처를 받게 될까봐 두렵지만 받아들일게.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나도 당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팻이 캐롤의 손을 잡고 잠시 가만히 있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서서 사라졌어요.팻의 아들 앤드류가 오는 게 보여요. 팻을 ‘아빠’라고 부르네요.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군요. 활동 과다에 대한 이야기, 완벽주의에 관한 이야기도 하네요.”
앤드류: 난 늘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걸 원하게 될 거예요. 내 자신과 내 삶에서 늘 뭔가를 갈구할 거예요.
팻: 그래, 그래.
앤드류: 때로는 균형을 잃을 것이고, 내게 의지하고 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잊어버릴 거예요. 아빠가 내게 해주었음 하고 바라는 것을 내가 아빠한테 해주는 것처럼, 아빠도 내가 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가족도 깡그리 잊고 발 딛고 있는 현실도 잊을 때마다 날 이끌어 주어야만 해요. 아빠가 내 인생에서 중심점이 되어주세요. 아빠 스스로 중심을 잃었을 때라도 말이에요. 아빠가 내게 좋은 본보기가 될 거예요. 나를 놓아버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삶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빠의 삶을 보고 배울게요.
“그들은 앤드류의 극도로 뛰어난 지적 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네요. 앤드류는 발명, 기계와 관련된 일을 하며 여러 생을 살았어요. 아인슈타인의 실험실 조교이기도 했군요. 하지만 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을 만한 능력은 한 번도 발휘하지 못했네요. 늘 집중에 실패했고, 그래서 다른 일로 관심을 옮겨다니다가 결국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말았어요. 앤드류는 삶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 이번 생에서는 과학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벗어나 살기로 했어요. 하지만 뭔가를 이루어내려고 하는 것은 여전한 본성이에요. 무엇인가 하고자하고 어떤 것이 되고자 하는 이 부단한 충동은 이번 생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삶에 집중하며 현실을 망각하지 않게 일깨워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팻의 사랑하는 가족은 분명 그가 계획한 시련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계획에 마지못해 동의해 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개인적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삼았다.
“스테이시, 영혼들이 또 다른 어떤 이유로 알코올 중독을 계획하는지 길잡이 영혼에게 물어봐 주세요.”
“많아요.” 그녀가 길잡이 영혼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어떤 영혼들은 육체라는 틀 안에 사는 것이 불편해서 알코올 중독을 선택하기도 하네요. 알코올은 두 세계 사이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되니까요. 또 이전 삶에서 다른 이들을 학대하는 삶을 선택한 이들은 그 균형을 맞추려 자기 몸을 학대하는 행동을 택하기도 해요. 길잡이 영혼이 아주 길게 늘어진 이유의 목록을 아코디언처럼 펼쳐 보여주는군요.”
스테이시의 길잡이 영혼이 ‘선택’이라고 한 것은, 태어나기 전에 다른 영혼들과 함께 짠 대본 위의 역할을 선택했다는 말이 아니라, 태어난 후 인격체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말이다. 만일 관련된 모든 이들이, 태어나기 전 그러한 학대를 받기로 동의했다면 카르마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혼이 육체 안에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나는 스테이시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물었다.
“진화의 새로운 단계에 있을 때 그렇게 될 수 있다는군요. 그들은 그 새로운 단계에서 몸 안에 산다는 게 아직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심한 신체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이들은 진화의 새로운 단계에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렇게 해서 참여자라기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나는 제니퍼(3장)가 떠올랐다. 두 아들 라이언과 브래들리는 관찰자의 입장에 있고 싶어 장애를 선택했는지도 몰랐다.
“’진화의 새로운 단계’란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영혼들을 가리키나요. 아니면 그들이 새로운 단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인가요?”
“대개는 진화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와 거기서 처음으로 몸을 얻어 태어나는 경우지요. 생전 처음으로 몸을 얻어 태어나는 경우가 아니라요.” 스테이시가 길잡이 영혼들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육체를 얻어 태어나는 경우에는, 특히 다른 행성에 있다가 이 지구별로 처음 온 영혼의 경우에는 그것도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