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스라이팅’ 등 부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맺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에 새삼 목사로서 나의 목회가, 설교자로서 나의 설교를 되돌아 보며 "설교였을까? 가스라이팅이었을까?". "가스라이팅" 은 타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성적 피해나 가족관계 훼손, 금전 피해 등으로 고통받는 이단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면서도, 종교지도자와 신도와의 관계에도 적용된다는 말에 우려가 됩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제110조의2(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지 67년 만에 추진되는 전면개정의 일환이랍니다. 개정안은 가스라이팅에 있는 관계를 비롯해 종교 지도자와 신도 등의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자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된 상태에서 행한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법무부는 다음 달 19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상반기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랍니다.
법무부는 입법 배경에 대해 “기존의 착오 취소 또는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공백이 있었다”며 “‘부당위압’ 법리를 도입해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단·사이비 종교 단체는 가스라이팅의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리를 세뇌하고 가스라이터(교주)가 바라는 대로 신도들이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인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저서 ‘가스라이팅’에서 “사이비단체 교주는 교리를 통해 신도들이 주체성을 잃을 때까지 서서히 심리적 통제 강도를 높인다”며 “또 종교단체에만 의지하게 하며 타인으로부터 고립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밖에도 사이비단체 지도부가 미성년자 등 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가족 관계를 훼손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단·사이비 단체가 신도를 가스라이팅하며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정을 파괴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받은 정명석(80)씨의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신천지의 교주 이만희가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조원익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법안에서는 성인을 스스로 온전히 의사 표시할 수 있는 존재로 전제하기에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의사 표시가 아닌 이상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제한적이었다”면서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단·사이비 단체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 구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조 변호사는 “재판은 판례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이 어느 한계선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와 기성 교회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촘촘하게 법안을 정립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영권 한국기독교이단연구학회장은 “하나님의 가르침과 성경 말씀은 균형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을 담지만, 이단들은 이를 왜곡해 신도들을 압박한다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로서 나의 목회와 설교가 "설교일까? 가스라이팅일까?"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