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주소지를 담아 부치는 김선우의 사랑 편지
정통 서정시의 계보를 이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선우 시인이 평소 ‘아끼고 사랑하던’ 시들을 골라 묶어냈다. 신경림의 <돌 하나, 꽃 한 송이>에서 김경주의 <외계>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한국의 주요 시인들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2월부터 4개월 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소개됐던 글로서, 김선우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80편의 주옥같은 시와 그의 감상평을 담았다.
1996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선우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성에 깃대어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시편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역시 그러한 서정시의 지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인은 되도록 쉽고 짧은 서정시 위주로 작품을 가려내어 시를 향유하고자 하는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잠시 마음 머물렀던 달세방’ 같은 ‘너무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시’들을 통해 독자들의 영혼의 힘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시에 대한 해설이나 감상평은 자칫 시를 향유하고자 하는 독자들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김선우 시인은 교과서에 실릴 만한 이른 바 ‘명시’라 불리는 유명 시인들의 작품들을 수록하여 시를 이해시키고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보다 쉽고 짧은 시들을 통해 감동과 울림이라는 시의 본질을 일깨우고, 그가 사랑한 시와 시인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영혼의 살을 찌우는 것, 그것이 시인의 소박한 바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감상평은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 들려온다. 마치 꽃이 피어나듯, 붉은 꽃잎이 마음을 물들이듯 은밀하게 그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시로 다 말하지 못한, 노래하지 못한 주석과 같은 그의 산문은, 또 다른 한 편의 시가 되어 독자들에게 속삭이며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시인의 시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시인 엿보기’가 가능하는 점이 즐겁다. 시인들은 과연 어떤 시를 즐겨 읽을까. 김선우 시인의 창작 시집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 마음 머물던 달세방 같은 詩' … 김선우 시인이 가려뽑은 시 80편
이 책에 실린 시는 어떤 편견이나 특별한 잣대를 들이밀지는 않았지만, 김선우의 시와도 일맥상통하는 서정적인 시편들이 이 한 권의 책을 관통하는 주된 흐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이 책 속의 80편의 시들은, 그의 세 번째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가 ‘사랑’에 천착했던 바와 같이 넓은 의미에서 ‘사랑’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사랑’은 흔히 말하는 에로스를 훌쩍 넘어선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과 생生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시와 산문이 어우러져 독자들의 마음을 붉은 꽃잎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때로는 애틋한 사랑에 미소 짓고, 때로는 절절한 슬픔에 눈물이 맺히며, 때로는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시어들이 독자들의 가슴을 더욱 따뜻하고 풍성하게 할 것이다.
최근 난해하고 관념적인 젊은 시인들의 시 작품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서정성에 깃대어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이 쉽고 짧은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시를 읽는 또 다른 맛과 향수를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에 책이 나왔군요. 아직 다른 인터넷 서점엔 없는지 안보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