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 고쳐주려 갔다가, 고려인으로서 엄청난 부자가 된 채유리 씨 전설을 들었습니다. 채유리 씨의 본직은 권투선수였다는군요. 말하자면 소련 국가대표선수였는데, 한번은 미국에서 흑인선수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답니다. 미국의 흑인선수를 멋지게 이기었는데, 그 경기를 관람하던 재미 교포 한 분이, 아주 감격스러워, 채유리 씨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는군요. 한국인이 적성국가인 소련의 선수를 만난다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워낙 돈이 많은 교포니까 어찌어찌 손을 써서 그런 특별한 자리를 만들었다지요. 식사 자리에서 그 교포는 채유리 씨에, 좋은 경기를 보여주어 통쾌하고 기뻤다는 말과 함께, 아주 예상치 않은 말을 꺼내더랍니다. ‘무슨 소원이든지 한 가지 말하라, 들어주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한참 생각하던 채유리 씨는 ‘정말로 들어주실 겁니까?’ 물었고, 틀림없다고 말하자 비로소 소원을 얘기했답니다. “100불짜리 한 장만 주십시오.” 지금이야 달러 가치가 떨어져 형편없지만, 그 당시 100불짜리 한 장은 알마티에서는 엄청난 액수였답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이었다지요. 선물로 100불짜리 지폐를 받아들었지만, 그 달러를 몰래 가지고 들어오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았답니다. 궁리 끝에 자신의 항문에 그 100달러 지폐를 숨겨가지고 들어왔다지요. 그리고는 다시 꺼내어 다리미질을 했는데, 워낙 큰 돈이라 끝내 사용할 수는 없었답니다. 그후 채유리 씨는 88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들을 관리하면서 그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회사, 학교, 빌딩, 시장(젤료니 바자르라는 대표적인 이곳 재래시장) 등을 소유하는 갑부가 되었는데, 지금도 그 집 벽에는 그 전설의 100달러 지폐가 액자에 넣어진 채 걸려 있다는군요. 그 때, 그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