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1. 수묵화(水墨畵)의 개념과 관련된 용어들
1) 동양화, 한국화, 중국화, 일본화 한국화는 종이나 비단 위에 먹이나 물에 녹는 수성 안료(顔料)를 사용하여 양모나 족제비 등 동물의 털을 재료로 하여 만든 모필(毛筆)로, 동방적 자연관과 가치관에 바탕을 둔 회화관(繪畵觀)과 화론(畵論)에 입각하여 제작한다. 중국의 전통 회화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선별적(選別的)으로 받아 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 특유의 양식을 형성해 왔다. 따라서 한국화는 한국인의 손으로 그려진 회화를 총칭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한국의 전통적 기법과 양식에 의해 제작된 회화를 말한다. 종래 서양화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통용되던 동양화라는 명칭을 일제(日帝)에 의해 타율적으로 조성된 용어라는 인식이 생성되어 이를 비판하고 우리 식의 주체적 입장에서 (한)국어, (한)국사, 국악 등과 같은 반열로 개칭하여 근래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극동 아시아의 문화권에 있어 중국의 전통 회화는 중국화(中國畵)로, 일본의 전통 회화는 일본화(日本畵)로 불렸으나 일제는 한국 고유의 전통과 민족성의 자각을 꺼려 1921년 제1회 서화협회전람회(書畵協會展覽會)와 22년의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부터 식민지 상태의 한국 전통 회화가 조선화(朝鮮畵)로 지칭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어 대신 적당히 얼버무리는 의미로 동양화라 부르게 하였다 한다. 동양이라는 말 자체도 중국의 사전에는 일본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던 것을 일본인들이 서양에 대비시키는 동양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동양 즉, 일본이라는 개념이 아시아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우리 그림의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가 한국화로 통일되었는데 서울대, 홍익대 등 일부에서는 아직도 학과 명이나 교과목 이름으로 사용하여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사용하는 이면에는 소위 ‘서양화가’들의 ‘너희 동양화가 한국 그림이라면 우린 뭐냐?’ 하는, 정체성과 관련된 반발과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그림의 형식이나 내용까지 함께 변할 수 있느냐 하는 자조적인 반발도 만만치 않게 존재하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덧붙인다면, 동양화라 부를 때는 중국이나 일본 그림 등을 널리 참고하면서도 정체성과 관련 지워서 별다른 이질감이 없었으나 한국화라고 표방하면서부터는 뭔가 새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기도 했었다.
이후로 대학에서 교과과정을 개편할 때 참여하는 기회가 더러 있었는데 유명론(唯名論)이라는 거창한 논리적 근거를 대지 않더라도 작명하는데 있어서는 가급적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 수묵화 개념의 변천
① 전통적 의미
선묘와 채색 즉,구륵전채법(鉤勒塡彩法)]을 사용하지 않고 먹색으로만 선염하여 농담(濃淡)을 분별하는 것을 일러 수묵화라 한다.(사전적 의미)
- 國畵中之不用鉤勒 不施彩色 僅以墨色渲染分別濃淡者 曰水墨畵 (辭海)
- 繪事之求形似 捨丹青朱黄鉛粉則失之 是豈知畵之貴乎 有筆不在夫丹青朱黄鉛粉之工也 故有以淡墨揮掃 整整斜斜不專於形似 而獨得於象外者 往往不出於畵史 而多出於詞人墨卿之所作 葢胷中所得 固已吞雲夢之八九 而文章翰墨 形容所不逮 故一寄於毫楮則拂雲而髙寒傲雪 而玉立與夫招月吟風之状 雖執熱使人亟挾纊也 至於布景致思 不盈咫尺而萬里 可論則又豈俗工所能到哉 畵墨竹與夫小景 自五代至本朝 才得十二人 而五代獨得李頗 本朝 魏端 獻王頵 士人文同輩 故知不以著色 而專求形似者 世罕其人 (宣和畵譜 巻二十 墨竹敘論)
- 傳稱 西蜀黄筌畵 兼衆體之妙 名走一時 而江南徐熈後出 作水墨畵 神氣若湧 别有生意 筌恐其軋已 稍有瑕疵 至于張僧繇畵 閻立本以為虛得名 固知古今相傾不獨文人爾爾 吾郡顧仲方 莫雲卿二君 皆工山水畵 仲方專門名家蓋已有歳矣 雲卿一出 而南北頓漸 遂分二宗 然 雲卿題仲方小景 目以神逸 乃仲方向余斂袵 雲卿畵不置有如 其以詩詞 相標譽者 俯仰間 見二君意氣 可薄古人耳(跋仲方雲卿畵 畫禪室隨筆,卷二)
② 현대적 의미
동아시아에서 행해지던 전통적 회화 양식을 일본이 먼저 국가 명을 붙여서 일본화라 명명(命名)하자 곧 중국은 국화(國畵)라는 배타적이고 권위적인 이름으로 정했고 우리나라도 우여곡절 끝에 한국화(남), 조선화(북) 등 국가 명칭을 붙여 부르니 그 형식 상의 특성을 논하기 이전에 한낱 지역 양식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양식적, 문화적 기반은 같은데도 서로 다른 명칭으로 부르게 되니 상당한 혼선을 유발시키기도 하였다. 그래서 근래 중국이 국가 정책적으로 주도하면서 서양화의 양식을 유화라는 포괄적인 이름으로 부르듯이 소위 동양화(이 말도 일본식 용어이다)라는 말에 대치되는 수묵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수묵 재료를 사용하는 형식이라면 채색이 들어 있느냐의 여부는 관계치 않는다.
-<제2회 비엔날레전> 행사에서 우리는 “수묵과 도시”라는 주제를 제기하였던 바, 수묵화가들에게 전통적 형식과 방법을 이용하여 현대 도시의 경관과 도시인의 면모 및 도시인의 심리상태, 정서 및 관념을 묘사하고 동시에 새로운 제재에 대한 수묵화적 표현력을 개발하도록 고무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들의 작품은 동서양 사이에 가로 놓인 예술관념의 차이와 예술형식적 요구 즉, 수묵화가 현대에 형태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전통적 예술양식이 될 수 있느냐; 현대적으로 변모함으로써 수묵이 새로운 예술적 주제로 부상하거나 특수한 일종의 예술 매재(媒材)로서의 표현력을 확대시킬 수 있느냐 하는 등의 문제에 도달하였는데 이는 기존 화단이 관심을 기울이던 것이기도 하였다.
금번 <都市水墨> 전의 주된 목표는 도시경관, 시민들과 그들의 생활을 수묵화로 묘사하도록 권장하는데 있다. <제2회 비엔날레>전의 도록에서 밝혔듯이 고대 중국 그림에도 도시풍경화가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 중국화가들의 미학적 취향이란 주로 자연 환경에 초점을 맞춘 농업 문명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것이다. 인공의 구조물과 경관을 묘사하는 작품들에 있어서는 그림 자체의 형태를 제안하거나 체계적인 어휘들로 개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20세기 들어서1950년대 후반의 사회적, 정치적 수요에 맞춰서 몇몇 뛰어난 전통적 중국 작가들에 의하여 산업 사회와 현대 도시 풍경을 반영한 작품들이 창작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수작(秀作)이 적지 않았고 중국화에 있어서 창신(創新) 풍조를 촉진시키는데 상당한 작용을 하였다. 80년대에 들어서서 몇몇 젊은 수묵화가들이 자신이 스스로 탐색한 안목으로 살펴본 도시라는 제재(題材)들을 형상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는데 그들 중 일부는 도시 풍경과 도시 거주민 정서(情緖)의 진수를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하였는데 이는 그들만의 미적 감수성과 새로운 조형 의식의 소산이었다. 그들의 새로운 면모는 새로운 생활 체험과 새로운 예술적 체험이 상호 촉발시킨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우선 전통적 매재(媒材)인 수묵화의 표현 영역을 확대시켰으며 수묵화의 역사를 풍부하게 장식하였다.
전시 본부의 주요 취지는 수묵화에 대한 역사적 전승과 혁신적 탐색을 동시에 추구한다. 따라서 수묵이라는 재료로 이루어진 모든 형식과 모든 풍격(風格)을 함께 수용한다. 주최측은 대담한 창신(創新)에 이미 지지 의사를 표명했거니와 또한 온건한 연속선 상의 작품도 수용한다. 최근까지 행해진 수묵화의 모든 성과를 총망라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적, 지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모든 작품에 개방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중국의 일개 전통 예술인 수묵화가 근대화 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비엔날레 전시 기획에 참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제3회 심천 국제 수묵화 비엔날레전의 기본 종지(宗旨)이다.
(이상 제3회 심천 국제 수묵화 비엔날레 취지문에서 인용)
재료와 기법
물감은 크게 봐서 안료와 염료로 나뉜다. 염료는 빛깔만 있고 덩어리가 없기에 최초의 상태에서 바탕 천이나 종이를 물들이는데 주로 사용되며 안료는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두루 쓰인다. 그런데 먹에는 양자의 특성이 함께 존재하므로 그림 그리는 초기에 염료처럼 쓸 수도 있고 마무리 과정에서 안료처럼 쓸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그림에 어떤 재료가 주도적으로 쓰였는가 하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모든 그림에 먹이 두루 사용된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아서 구별될 수 있을 만큼 먹이 쓰이지 않았다면 그건 안료나 석채(안료 가운데 최고급이며 두터운 효과를 주는 광물질 물감)에 묻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수묵화는 수묵만으로, 수묵담채화[천강법(淺絳法)]는 수묵으로 완성한 이후에 엷은 채색을 올린 것, 수묵채색화는 수묵과 채색이 서로 어우러지는 단계의 그림이고. 그냥 채색화[중채화(重彩畵)]는 진한 채색을 주로 사용하고 먹은 아예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역할이 아주 미미한 그런 그림이다.
1. 수묵화의 용구와 재료
1)문방사우(文房四友)또는 문방사보(文房四寶)
① 먹(墨) 먹은 흑연의 성분인 검은 색의 석묵을 쓰거나 물에 녹인 석묵에 옻칠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 시초이다. 제조 방법이 다양하게 변화되었으나 일반적으로 검은 안료(옻칠연, 송연, 카본블랙, 비취블랙 등)에다 아교를 6:4의 비율로 혼합한 뒤 부패를 막기 위하여 석류의 껍질즙이나 방부제를 넣고 아교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약간의 향료를 첨가한 후 기다란 육면체나 원기둥형으로 만든다. 먹은 검은색에서부터 푸른 빛이 도는 송연묵(靑墨)과 붉은 빛이 나는 먹까지 있다. 송연묵은 늙은 소나무나 그 뿌리, 관솔 등을 태울 때 생기는 그을음을 아교로 굳혀 만든 것인데 약간 청색을 띠고 있으므로 청묵(靑墨)이라고도 한다. 유연묵은 배추, 무, 동백, 아주까리, 참깨 등의 씨앗을 태울 때 생긴 그을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갈색을 띠고 있어 갈묵(褐墨)이라고도 부른다. 먹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약한 바람에 그을음을 날려서 입자를 구분하는 풍선식(風選式)과 그을음을 물에 침전시켜 입자를 가려내는 수비 또는 수간식(水飛/ 水乾 또는 水干式)이 있는데 입자가 고운 먹과 물위에 높이 뜬 것으로 만든 먹을 좋은 상품으로 취급한다. 좋은 먹은 길이가 길고 농묵이나 담묵일 때에도 윤이 나며 아름다운 반면 질이 낮은 먹은 농묵일 때도 윤기가 없고 담묵일 때에는 더욱 지저분하게 보인다. 먹을 갈 때에는 먹의 질감이 곱고 부드러워야 농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낼 수 있다. 사용이 끝난 먹은 젖어 있는 부분을 잘 씻어 두는 것이 아교의 변질이나 먹의 균열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오동 나무 갑에 넣어 두면 습도를 조절해 먹이 지니고 있는 습도를 유지하여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② 벼루(硯) 벼루는 대개 돌로 만들지만 기와(瓦硯)나 도기(陶硯)로 만든 것도 있고 옥이나 수정 등의 보석류나 금, 은, 동, 나무, 대나무 따위로 만들기도 한다. 벼루는 먹이 부드럽게 갈리고 먹빛이 잘 드러나도록 해야 좋은 것이다. 벼루의 표면에는 숫돌과 같이 꺼칠꺼칠하고 미세한 봉망(鋒芒)이 무수히 많아서 물을 붓고 먹을 마찰시킬 때 먹물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벼루는 먹의 강도보다 더 강한 것이 좋고 수분을 많이 흡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먹은 갈리지 않고 벼루가 갈리면 먹이 탁해지므로 잘 닳지 않는 돌이 좋다. 중국의 흡주석(歙州石)은 점판암으로 봉망이 밀집되고 단단하여 발묵이 매우 좋은 벼루의 재료이며, 단계석(端溪石)은 휘록응회암(輝錄凝灰岩)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봉망의 강도가 먹을 가는 데 적당하다. 또 징니연(澄泥硯)은 고운 진흙을 틀에 넣어 굳힌 후 구워낸 인조 벼루로 돌보다도 견고하고 봉망이 밀립하여 발묵이 잘 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 나라의 석연은 위원석(渭原石), 해주연(海州硯), 남포석(藍浦石)이 대종을 이루고 장단, 울산, 단양, 안동, 정선, 언양 등지에서도 연재가 산출되고 있다. 양적으로는 남포석이 으뜸을 차지하며 질이 좋은 벼루는 중국의 단계연에 비견(比肩)할 만하다. 위원의 화초석(花草石)은 위원 단계(渭原 端溪)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
③ 붓(筆)
기록에 의하면 진(秦)의 장군 몽염(蒙恬 ? ~B.C220)이 모필을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설은 본래 사용되던 붓을 그가 개량한 것이라 한다. 수묵화용 붓은 매우 다양하므로 가급적 여러 가지 종류의 것을 직접 사용해 본 다음 그리기 쉽고 개성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양화 붓에 비하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필봉(붓끝)이 닳아 버린 독필(禿筆;몽당 붓)도 채색에는 이용될 수 있으므로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화선지의 수묵화에 쓰이는 붓은 양호필인데 붓촉이 길고 탄력이 있으며 갈라지지 않는 것이 좋고 한지나 견화 등에 쓰이는 황모필은 가늘고 짧은 편인데 회전시켜도 꼬이거나 훼손되지 않는 것이 좋다. 채색용 붓은 털이 많고 부드러우며 짧아야 쓰기에 편하다. 처음 구입한 붓은 대개 붓털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풀로 빳빳하게 고정시켜 두었으므로 새 붓은 미지근한 물에 담근 후 풀이 녹았을 때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서, 풀 기운을 씻어 낸 후 맑은 물에 다시 헹구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풀 기운이 남아 있으면 먹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④ 종이(紙)
종이는 AD 105년 중국 후한(後漢)에 채륜(蔡倫)이 발명하였다 한다. 그 이전에는 기록하는 재료로서 돌, 금속·, 흙, 동물의 가죽이나 뼈, 그리고 나무나 대나무 등을 이용하였다. 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간(簡)과 독(牘)을 많이 사용하였고,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붓이 발명되면서부터 비단이 함께 사용되었다. 또 BC 10년경 전한(前漢)에서는 여자들이 풀솜의 찌꺼기를 늘려서 만든 것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한에서 사용하였던 간은 대나무, 독은 나무의 조각을 잘 다듬어서 표면에 필요한 것을 기록하여, 그 조각들을 가죽이나 삼끈으로 연결한 것이다. 한자 ‘책(冊)’, ‘전(典)’의 글자에 그 모양이 반영되어 있다.
종이의 발달은 인쇄술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중국의 경우는 먹물로 하는 인쇄, 즉 수성인쇄(水性印刷)라서 서적 인쇄에 쓰이는 글자 크기가 작아지면서 정교한 인쇄에 필요한 더욱 예민한 종이가 필요하게 되어 마침내 현재의 화선지 같은 잘 번지는 종이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인쇄용으로 개발된 종이를 서화의 재료로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명나라 말기의 화가 동기창의 서화를 보면 화선지에 제작된 것은 없고 오히려 고려지(高麗紙), 즉 한지를 즐겨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화하면 ‘화선지에 수묵화’하는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달리 화선지를 서화의 재료로 널리 사용한 것은 청대(淸代)에 들어 와서 일반화된 현상인 것이다.
⒜화선지
선지라고도 한다. 수묵화에 쓰이는 종이는 마지(삼베)·저지(닥종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중국 선주 지방에서 생산되는 종이가 유명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화선지는 서예 용지로도 쓰이며, 먹을 잘 빨아들이고 또 잘 번지나 내구성은 한지에 비하여 뒤진다.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먹이 번지는 정도를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수묵화는 화선지에 먹이나 염료성 안료 등의 입자가 고운 물감을 써서 스며들고 번지는 선염법(渲染法)을 이용하여 그린다. 그러나 채색화를 그릴 때는 물감이 스며들거나 번질 수 없도록 화선지에 아교 물, 명반을 혼합한 교반수(膠礬水)로 바탕 막을 씌우는 처리를 한 위에 그린다. 또 그림의 주제에 따라 종이의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데, 세밀화(細密畵; 工筆畵)에는 먹을 적게 흡수하는 종이가 좋고, 사의화(寫意畵) 계통은 먹을 잘 흡수하는 종이가 좋다. 화선지를 보관할 때는 직사 광선을 피하고 습기를 빨아들이면 품질이 변하므로 습기가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지
보통 조선 종이라고도 한다. 닥나무[楮]나 삼지 닥나무[三枝楮] 껍질을 원료로 하여 뜬다. 이들 나무를 다발로 묶어 물을 부은 가마솥에 세우고 가마니로 둘러싼 뒤 불을 때어 껍질이 흐물흐물 벗겨질 정도로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 말린다. 말린 껍질을 다시 물에 불려 발로 밟은 다음 하얀 내피(內皮) 부분만 가려내고, 이것에 양잿물을 섞어 3시간 이상 삶아 압축기로 물을 짜낸다. 여기에 닥풀[黃蜀葵(황촉규)] 뿌리를 으깨어 짜낸 끈적끈적한 물을 넣고 잘 혼합하여 고루 풀리게 한 다음, 발[簾]로 종이물[紙液]을 걸러서 뜬다.
한지는 용도에 따라 그 질과 호칭이 다르다. 예를 들면, 문에 바르면 창호지, 족보·불경·고서의 영인(影印)에 쓰이면 복사지, 연하장이니 청첩장 등으로 쓰이는 솜털이 일고 이끼가 박힌 것은 태지(苔紙)라고 한다.
⒞용지 규격
용지의 규격은 일정치 않으나 화선지(全紙)는 일반적으로 폭이 65cm 내외, 길이가 125cm내외로 제조된다. 요즘 화선지의 전지 생산 규격은 보통 59×123cm이며 한지(일명 장지)나 중국의 옥반선지의 규격은 72×145cm정도이다. 그러나 주문자 생산에 의하여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도 있는데 시중에는 국전 작품지라 하여 135×167cm 정도로 양화 캔버스의 100호 크기와 맞먹는 종이도 있고 150에 210cm되는 것도 있고 두루마리 종이로 10m∼25m 가량의 길이로 시판되는 것도 있다. 전지를 세로 혹은 가로로 똑같이 양분한 것을 반절지라 부르며 3등분한 것을 3절지, 4등분한 것을 4절지 또는 두방(斗方)이라 한다. 그림이 가로로 긴 형식은 '권(卷)'이라 하고 세로로 긴 형식은 '축(軸)'이라 한다.
2) 채색 물감
① 천연 석채(石彩, 岩彩,鑛彩) 화학 공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천연 광석을 분쇄하든가 식물의 꽃이나 뿌리를 채취, 가공하여 색을 얻었다. 석채에 해당되는 색은 원석인 공작석(孔雀石)이나 남동광(籃銅鑛)에서 군청이나 감청, 담군청, 백군청, 녹청, 백록청을 얻었고 분쇄한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짙고 옅은 색을 낼 수 있다. 좋은 색상을 얻기 위해서는 원석의 순도가 높아야 하며 짙은 색조는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므로 다양한 인조 석채로 대용한다.
② 천연 이채(泥彩), 수간/수비 채색 천연 흙을 그대로 쓰거나 고온소성(열로 가공)하여 다양한 갈색(褐色)을 얻게 된다. 천연 흙은 내광성이 좋고 투명도가 높으며 주성분은 산화철과 이산화 망간이다. 천연 흙을 저온 처리하면 밝은 황토색이 되고 고온으로 처리할수록 그 색은 짙어지며, 철분이 많을수록 적갈색을 띠게 된다. 흙과 성분이 비슷한 안료는 변색이 적고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접착력이 약한 단점만 보완하면 손쉽게 먹과 혼합하여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인조 수간 채색 물감은 인조 안료를 분산·흡착시켜 만드는데 분홍색이나 보라색 계열은 퇴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③ 인조 석채 인조 석채의 색상은 매우 다양하며 천연 석채의 단점을 보완한 선명한 색상과 아름다운 색조를 지닌 것들이 많다. 인조 석채는, 유리나 수정 등을 분쇄한 분말에 코발트 동이나, 철, 망간 등의 금속 산화물을 첨가한 후 고온소성(高溫燒成)하면 규소로 코팅된 산화 암괴가 생산되는데 이것을 다시 분쇄하여 물에서 정선(즉, 수비)한 뒤 사용한다. 인조 석채는 고온 소성된 안료이므로 가스나 염분 등에 강하고 내광성(耐光性)도 좋다. 방해석(方解石)이나 유리 분말에 염료로 물들인, 질이 낮은 인조 석채는 채색 후 밑 색이 배어 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견뢰도가 우수한, 전문가용을 사용해야 한다.
④ 분채와 튜브(Tube) 물감 작은 병 뚜껑처럼 생긴 얕은 용기에 담긴 물감을 분채라 하는데 안료에다 아교와 천연 전분을 섞어 만든다. 이것은 천연 전분과 안료를 배합하여 접시에 담아 고형화한 것이므로 색상이 비교적 투명하고 밝다. 석채를 사용하는 채색화의 바탕색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담채 풍의 그림이나 야외 스케치, 여행 시에 주로 사용한다. 튜브 물감은 천연 안료를 접착제와 섞어서 만드는데 끈끈한 액상이므로 제조의 수고 없이 즉시 그릴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나 담채용으로 만든 물감이므로 두텁게 칠하거나 접착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아교 물을 첨가하여 잘 혼합한 뒤 사용해야 한다.
⑤ 아 교 아교는 더운 물에 녹기 때문에 마르고 나면 물에 풀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단 건조된 다음에는 채색을 덧칠하여도 색이 잘 풀어지지 않고 완성 후에 물로 배접하여도 그림이 상하지 않는다. 아교풀은 산양 등 동물의 껍데기, 어피(魚皮), 물고기의 부레, 소뼈, 사슴뿔 등을 물에 여러 번 고아서 우려 낸 것이다. 보통 2∼3회 달여서 뽑아 낸 것이 제일 좋고 어피나 사슴 뿔에서 추출한 것을 고급으로 치며 색깔이 맑고 연한 것일수록 좋다. 영국은 산양으로 독일은 토끼의 뱃가죽으로 아교를 만들고 일본은 사슴 뼈로, 우리 나라는 주로 어피나 생선, 부레풀 혹은 소뼈로 아교를 만들고 있다. 아교는 막대 모양도 있지만 이런 것은 대개 공업용으로 악취가 나므로 젤라틴처럼 분말 입자로 된 쓰기에 편한 맑은 것을 선택하여 중탕하여 녹여 쓰는 것이 좋다.
⑥ 한국화 채색 물감의 간단한 안정성 실험 석채, 이채, 분채, 인조 석채 등의 안료는 그 자체 색의 고유한 성질로 인하여 눈으로 보기에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것 같으나 퇴색 또는 변색되는 수가 많다. 그래서 화학적으로 분석하고 안정성 실험을 거친, 좋은 안료를 선택하여 작품을 제작하기란 매우 힘들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물감을 간단히 감정할 수 있는 안정성 검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자 하는 화지에 5-7Cm 길이로 물감을 칠한 후 검은 종이로 절반을 덮고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서 6개월 이상 비스듬히 세워둔 다음 가린 종이를 떼어내고 두 색상의 차를 비교했을 때 변색이나 퇴색 차가 큰 물감은 다른 색상으로 대치해야 한다.
2. 수묵화의 주요 기법 (실습)
1) 용필법
① 붓의 세부 명칭 관련; 筆鋒(필봉), 毫(호), 筆管(필관)
② 운필(運筆) 관련; 기필(起筆). 행필(行筆), 수필(收筆);
중봉(中峯), 측봉(側鋒);
현완법(懸腕法), 침완법(枕腕法), 제완법(提腕法);
원필(圓筆), 방필(方筆), 전절(轉折),
③ 형식 관련; 구륵법(鉤勒法), 몰골법(沒骨法) 백묘(白描)
2) 용묵법(用墨法) , , ,
① 5색; 오색은 초(焦), 농(濃), 중(重), 담(淡), 청(淸) 등인데 모든 색에는 건(乾), 습(濕), 농(濃), 담(淡)의 변화가 있다. (墨運而 五色具 唐 張彦遠 『歷代名畵記』)
② 6색; 흑(黑), 백(白), 건(乾), 습(濕), 농(濃), 담(淡) (淸 唐岱『繪事發微』)
③ 발묵법(潑墨法), 大寫意畵의 기본용묵법. 淋漓酣暢.
④ 적묵법(積墨法), 먼저 담묵으로 그리고 나서 마른 후에 다시 담묵(淡墨)으로 그려 나간다.
⑤ 파묵법(破墨法); 사의화 용묵의 기본 방법. 일차 먹으로 그린 뒤 마르기 전에 농묵이나 담묵으로 보충한다.
3) 18묘법
묘법은 주로 인물화 제작에 사용된다.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으나 선묘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고 여러 가지 다른 묘법들을 혼합,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고 반드시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고유사묘(高古遊絲描), 금현묘(琴絃描), 철선묘(鐵線描), 행운유수묘(行雲流水描), 마황묘(螞蝗描), 정두서미묘(釘頭鼠尾描), 혼묘(混描), 궐두묘(鐝頭描), 조의출수묘(曹衣出水描), 절로묘(折蘆描), 감람묘(橄欖描), 조핵묘(棗核描), 유엽묘(柳葉描), 죽엽묘(竹葉描), 전필수문묘(戰筆水紋描), 감필묘(減筆描), 고시묘(枯柴描), 구인묘(蚯蚓描).
① 앞쪽은 두껍고 무거우며 뒤쪽은 가볍고 예리한 것
죽엽묘(竹葉描), 정두서미묘(釘頭鼠尾描),
② 양쪽은 가볍고 세밀하며 중간은 거칠고 무거운 것
조핵묘(棗核描) 감람묘(橄欖描), 유엽묘(柳葉描), 마황묘(螞蝗描), 난엽묘(蘭葉描)
③ 원필(圓筆) 전법(轉法)이 유창하고 길게 이어지며 선의 두께가 얇은 것
고고유사묘(高古遊絲描), 구인묘(蚯蚓描). 철선묘(鐵線描), 금현묘(琴絃描), 행운유수묘(行雲流水描)
④ 전두묘(顫頭描)
4) 준법
2)式古堂書畫彙考,卷31
권운준(卷雲皴)
우점준(雨點皴) 范寛俗名芝麻皴 諸家皴法俱備賴頭山丁香樹芝麻㸃綴皴
정두준(釘頭皴)
피마준(披麻皴) 董源巨然短筆麻皴
부벽준(斧劈皴) 대;李唐馬逺夏圭 소; 李將軍劉松年 장; 許道寧顔暉是也 名曰雨淋牆頭
우림준(雨淋皴) 장부벽준
타니대수준(拖泥帶水皴)
절대준(折帶皴)
해삭준(解索皴)
하엽준(荷葉皴)
지마준(芝麻皴)
마아준(馬牙皴)
운두준(雲頭皴)
파망준(破網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