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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12수] 검찰개혁 또 한번의 용두사미 안 되게
정부와 정치권이 검찰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댈 태세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어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등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내 검찰개혁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도 관련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하는 검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상설 특별검사, 기소 심의제, 검찰 심사제 및 공수처 도입 등을 검토키로 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더 검찰 개혁에 단호한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검찰 견제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친 호흡은 미덥지 않다. '설마 이번에도…'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그것은 과거 동일한 경험과 무관치 않다. 목청 높여 논의만 하다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달린 나머지 흐지부지 수확 없이 끝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검찰 개혁 논의는 무대와 인물만 조금 바뀌었을 뿐, 주제와 소재는 매 일반인 연극인 셈이다. 그런 연극을 또 봐야 하는 국민들이 애초부터 감동을 기대하고 객석에 앉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다짐한대로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검찰 개혁 의지를 확고히 실천해 보여야 한다. 상설 특검, 공수처 등 검찰 기소 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거론되는 여러 제도의 부작용과 역기능은 익히 알려진 바다. 특검 상설화에 따른 비용과 혼란, 특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 공수처의 독립성 확보 및 수사 비효율 논란 등은 수없이 거론됐다. 이번에도 제도 별 장점과 단점, 순기능과 역기능을 놓고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갑론을박만 벌인다면 검찰 개혁이라는 본질은 실종될 수 있다. 6ㆍ2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호들갑이었다는 비난과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과거의 검찰 개혁 실패는 새로운 독립적 수사기관이 권력에 부메랑이 될 것을 꺼린 데서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검찰 개혁에 대한 재시도는 그런 우려까지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는 지난한 사안이다. 과단성 있는 결단과 추진력으로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개혁을 이루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12수] 반성 없는 대통령의 ‘촛불 반성 윽박지르기’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2008년 촛불집회와 관련해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들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며 촛불사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만들 것도 지시했다.
2년 전 눈물을 흘리며 뼈저린 반성을 다짐했던 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반성하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씁쓸하다. 그의 반성에 애초부터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입으로 반성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삼가야 했다. 그것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고 한 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촛불집회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증오와 반감이 이럴진대 앞으로 정부가 만들 ‘역사의 기록’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책임은 오로지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린 세력과 이에 부화뇌동한 철없는 시민들 탓으로 돌려질 것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 집단” “거대한 사기극” 등의 살벌한 표현을 동원해 촛불집회의 성격을 규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검찰의 백서가 이미 나온 마당에 또다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왜곡된 역사서를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지시 배경을 “당시 상황을 재평가함으로써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정반대다. 우선 이 대통령 자신이 <조선일보>의 ‘광우병 2돌 기획기사’를 칭찬한 것부터가 논란거리다. 이 기사를 두고는 “편향적인 접근으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촛불 주도 세력들이 4대강, 무상급식 등의 쟁점들을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활용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겸허한 성찰과 반성이다. “남에게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인 제 자신이 모든 것을 먼저 바꿔 나가겠다”(2008년 5월15일 국가조찬기도회 발언)는 등의 다짐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뒤돌아보는 일이다. 촛불사태에 대한 역사 기록을 말하기 전에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역사’부터 들춰봤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512수] 가짜가 진짜 몰아세웠던 광우병 정보 세상의 함정
인터넷 포털은 2년 전인 2008년 5월 대한민국 전체를 무법(無法) 상태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동란(動亂)의 진앙지 중 하나다. 당시 다섯살배기 딸을 데리고 촛불시위에 단골로 참가했다는 주부 김모(34)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땐 왜 그랬는지,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그해 4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본 다음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 '생리대·분유·사탕도 위험하다'는 글을 접했다. 그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PD수첩은 2008년 4월 29일과 5월 13일 두 번에 걸쳐 한 흑인 여성의 사인(死因)이 광우병 때문인 것처럼 그 여성의 어머니 인터뷰를 왜곡한 뒤 다우너소(주저앉는 소)가 마치 광우병에 걸린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감염 확률은 94%에 이른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 PD수첩이 전국에 끼얹은 휘발유에 인터넷이 불을 붙이자 불길은 삽시간에 온 나라를 태워버렸다.
진보신당 당원 김모(37)씨가 그해 6월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연행해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곳도 인터넷 게시판이다. 익명(匿名)의 누리꾼들이 이 소식을 즉각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퍼 날랐고, 이것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시위 군중을 흥분 상태로 몰아넣었다. 김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 글은 사실이 아니었고, 당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인터넷 정보의 99%가 쓰레기라는 것을 네티즌도 다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쓰레기가 불쏘시개가 돼 나라를 태웠다. 당시 한 지방 대학 학생회장이었던 김모(25)씨는 "촛불시위 중 여대생이 사망했다"며 진상 규명을 내걸고 모금을 했다. 그는 이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무렵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과 함께 '이제 물대포 쏘고 백골단이 투입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실은 노무현 정부 때 촬영된 화면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다.
인터넷 포털은 광우병 동란이 한창이던 2008년 5~6월 이처럼 근거없는 소문들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괴력(怪力)을 발휘했다. 포털에 떠다니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던 언론과 전문가들은 포털에 올라탄 사이비 전문가와 엉터리 논객들이 인터넷상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에까지 쫓아와 가하는 정신적·물질적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천안함 침몰이란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도 인터넷은 여전히 '미군 오폭설' 등 무책임한 괴담의 산실(産室) 노릇을 하고 있다. 2년 전 광우병 괴담을 쏟아냈던 세력들이 이제는 천안함 괴담의 배후에서 얼씬거리고 있다.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토론은 더욱 넓게 열려야 한다. 그러나 경제에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추방하면 금융 질서가 무너진다. 그렇듯이 인터넷에서 허위가 진실에 테러를 가하고 몰아세우는 풍토에 속수무책이라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512수] 4대江 감정적 주장 접고 전문적 토론 해보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제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전국 사제·신도 5000여명이 미사를 열고 4대강 사업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각계 인사 77명은 4대강 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긴급제안했다. 대통령 면담도 요청했다. 24일에는 경기 여주 신륵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4대종단 종교인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를 예방하고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수질과 생태를 복원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의 삶의 질과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녹색성장 프로젝트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 및 자연경관이 급속히 파괴되고, 수질오염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연 파괴로 인해 홍수와 침수피해 위험마저 우려된다고 한다.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모두를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찬반논쟁이 격화될수록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찬반 양측은 감정적 논쟁을 접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전문적인 토론을 가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해를 구하며 사업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중간 점검할 것을 촉구한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별 문제 없다는 식의 주장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과 물 난리를 동시에 겪는 물 관리 취약국가다. 국토의 혈관인 강과 하천의 기능을 제대로 살려주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사업비 22조 2000억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은 우리 국토를 개조하고, 선진적인 물 관리체제로 진입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때문에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보(洑) 설치와 준설에 따른 수량변화와 수질개선 효과,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히 짚고 나서 추진하는 게 옳다. 조급증도, 밀어 붙이기식도 안 된다. 마침 정부가 환경·종교단체에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안인 만큼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되 감정적·정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진정한 4대강 살리기의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12수] 원전산업 구조개편 서둘러야 할 때
우리나라가 기대했던 요르단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은 원전 수주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熾烈)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경쟁에 참여했던 우리 한전컨소시엄 측은 사업규모나 수주방식에서 이점이 별로 없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번 UAE 원전수주 경쟁에 우리에게 밀렸던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 컨소시엄이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보면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수주에 성공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원전 선진국들의 견제가 생각보다 빨리 본격화된 느낌이다. 특히 프랑스가 UAE 원전에서 한국에 고배를 마신 뒤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한국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역시 한국의 원전 수주를 보고 전열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경쟁자는 기존의 원전 선진국들만이 아니다. 원전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도 앞으로 경쟁상대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거대 원전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의미가 더 커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이 기술자립화를 달성하면 궁극적으로 해외 원전수주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이 모든 변수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을 지금부터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중에서도 원전사업을 보다 경쟁력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그 방향으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두산중공업 외에 다른 기업들도 원전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체제로의 재편(再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문제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한국전력기술 등으로 구성된 공공부문 원전사업 구조다. 원전수출 측면에서 공기업이 안고 있는 한계점과 더불어 현재의 분산 · 병렬형 체제가 원전수출 확대에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를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원전 선진국들의 경우 설계,건설관리,유지보수,핵연료 등의 일관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특히 그렇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512수3] 삼성의 대규모 신수종 투자 기대효과
삼성그룹이 5개 분야의 신수종 사업을 선정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첫 작품으로서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으로서는 미래 먹을 거리 확보를 위한 승부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실업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는 협력업체는 물론 관련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함으로써 직접적인 효과보다 더 큰 간접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일 저녁 이 회장이 직접 주재한 사장단회의에서 확정된 이번 투자계획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과 헬스케어 분야 등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오는 2020년까지 모두 23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들 5개 신사업 분야의 매출은 50조원, 신규 고용창출 인원은 4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삼성은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쇼 등에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 신수종 사업 발굴 및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그 청사진이 친환경과 헬스케어 분야로 그려진 것이다.
그린산업 및 그린테크와 헬스케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의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제의 패러다임도 '녹색성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 분야 선점을 위해 세계 각국은 친환경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헬스케어도 삶의 질 향상과 고령화 진전에 따라 시장확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이다. 이들 산업의 강자가 되려면 기술개발과 시장선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바로 기회선점을 위한 과감한 결단인 셈이다.
재계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 이번 신수종 사업 투자결정은 다른 그룹들의 투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들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세계 일류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에도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이정훈(논설위원)-20100512수] 외교안보수석과 안보특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장관급) 자리가 신설됐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마디로 안보특보의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안보특보는 청와대 공식 직제에 없는 무보수직이다. 청와대 안에 사무실도 없다.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맹형규 정무특보처럼 대통령이 찾으면 들어가 조언한다. 안건은 남북군 충돌 사건에 국한된다. 북방한계선이나 군사분계선에서 충돌이 있어야 이야기 하는 정도다. 청와대에서 안보문제는 여전히 외교안보수석실이 전담한다.
▷외교안보수석실 산하 위기상황센터는 위기관리센터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과거에는 위기상황 전파를 주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위기예방을 더 하게 됐다. 상황센터일 때는 국정원에서 파견 나온 간부가 이끌었으나, 관리센터로 바뀌며 준장 계급의 군인이 이끌게 됐다. 안보특보가 이 센터를 이끈다고 한 것도 잘못된 보도다. 이 센터는 여전히 외교안보수석이 관할한다. 안보특보는 센터 운영에 관한 자문을 해줄 뿐이다.
▷안보의 양축은 동맹을 다루는 외교와 실전에 대비하는 국방이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이 국방 수요가 많은 나라임을 보여준다. 직업군인 출신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엔 외교 전문가를 외교안보수석에 임명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 시절이 끝났다면 균형을 맞추거나 반대로 가야 한다.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까지 외교안보수석이나 유사 보직을 맡은 이는 13명인데, 이중 국방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는 3명 정도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수와 외교관 출신이 이 자리를 맡았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 안보특보 신설은 스폰서 검찰 사건이 터지자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는 발상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안보를 강화하려면 실권 없는 자리를 만들게 아니라 명실상부한 안보 전문가를 외교안보수석에 임명해야 한다. 일본에 원폭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 6·25전쟁 때 재빨리 미군 파병을 결정했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자판을 세워놓았다. 대통령은 안보를 책임진 최고의 자리다. 최고의 안보를 구축하고 싶다면 대통령은 실권 있는 자리에 최고의 안보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512수] 백세인
조선 숙종 때인 1702년 11월 19일 제주목(濟州牧)에서 양로잔치가 열렸다. 80세 이상 남녀 노인 183명과 90세 이상 남녀 노인 23명 외에 100세 이상 남녀 노인 3명도 참석했다. 당시 제주 목사였던 이형상(李衡祥)이 1704년에 저술한 제주도 인문지리지 ‘남환박물지(南宦博物志)’에 남겨진 내용이다. 제주도 백세인(百歲人)에 관해 체계적으로 작성된 최초의 공식 기록이다.
이형상 목사는 ‘탐라계록초(耽羅啓錄抄)’란 저술에 사람 나이 ‘백세(百歲)’에 대한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세상에서 70세 이상이면 이미 드문 나이다. 80, 90세 이상은 사람들이 나라에 복되고 길한 일이라고 일컫는다. 하물며 100세 이상이야 어찌 지극히 귀한 나이가 아니겠는가.” 백세인이 그야말로 인간 수명의 최대 한계까지 도달한 경이로운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0세란 나이가 과거 인류에게 ‘인간 삶의 한계’의 상징으로 비유된 건 동서(東西)가 다르지 않다. 구약성서는 ‘영원한 생명’을 빗대는 말로 ‘백세’를 거론한다. 이사야서의 ‘백세에 죽는 자가 아이겠고, 백세가 못 되어 죽는 자는 저주받은 것이리라’는 구절에 보인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백세가 언급된다. ‘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란 대목이다. ‘백세를 사는 사람이 없건만 사람들이 헛되이 천년 계획을 세운다’는 뜻으로 사람이 100년을 살지 못함을 전제로 지은 말이다.
이 구절은 이제 고쳐 써야 할 듯싶다. ‘백세인 현상(centenarian phenomenon)’ 운운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으로 백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국내의 만 100세 이상 인구도 961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가 늘었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인간의 수명을 140세까지 내다보고 있다. 과거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초장수(超長壽)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던 만 100세의 한의사가 그제 법원의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일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계속 일하기 위한 자격증을 지키겠다며 송사(訟事)도 마다하지 않은 노익장(老益壯)이 감탄스럽다. 은퇴 후 삶이 막막해 주눅들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이 ‘100세 직업인’을 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512수] 브라운백 미팅
‘갈색봉지 회의’라고 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브라운백 미팅’이라고 하면 더러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정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른바 ‘교육정책 브라운백 미팅’이란 것을 매월 열기로 했다. 어제 첫 ‘미팅’이 교과부 차관과 일선 학교 교육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주제는 ‘수석교사 제도 정착방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회의 내용보다는 브라운백 미팅이란 생소한 이름이다. 알아 보니 브라운백은 미국 햄버거 가게 같은 데서 먹을 것을 담아 주는 누런 종이봉지로, 브라운백 미팅은 간단한 점심을 곁들인 자유로운 토론 모임이란 뜻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필자의 무지다. 몇 년 전부터 브라운백 미팅은 공무원 사회 등에서 많이 써온 말이고 따라서 낯선 이름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교과부의 무신경이다. 우리말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 기관이 정례회의에 굳이 유래를 알아야 뜻이 통할 외국어 이름을 붙여야 하나. 근래 로드맵, 클러스터, 허브 등 정부·공공기관의 영어 사용이 폭주하고 있으나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15% 정도라는 조사도 있다.
외국어가 남발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성의와 편의주의, 영어 우월주의, 세계화가 뒤섞여 있다. 영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영어가 필수인 세계화 시대에 영어 좀 섞어 쓰면 안 되나. 더욱이 어릴 때부터 영어몰입교육을 강요하는 세태다. 이토록 영어를 집요하게 숭배하는 사회에서 ‘브라운백 미팅’의 출현은 어쩌면 필연이다. 교과부마저 우리말을 하찮게 여긴다고 비판하기가 차라리 객쩍다.
그럼에도 또 한 번 말해야겠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다. ‘말이 생각과 다르게 나온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과 생각은 다른 게 아니다. 둘은 사실상 하나다. 생각이 난삽하면 말이 어지러워지고 반대로 말을 정리하면 생각이 차분해진다. <혼불>을 쓴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했다. 우리말 사랑은 한글날에나 꺼내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관청부터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우리말을 갈고 닦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법률 용어로 ‘홈리스’를 쓰려다 부랑인·노숙인으로 바꾼 선례가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이정교(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20100512수] 제5 바이탈사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받게 되는 조사가 혈압, 맥박수, 호흡수, 체온이다. 이를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인 활력징후, 즉 바이탈사인(Vital Signs)이라 한다. 이 용어는 인기 의학드라마 제목으로도 사용된 바 있어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어쨌든 이 4가지 요소가 정상범위 내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통증지수`를 제5의 바이탈사인으로 정해서 환자들의 통증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통증이란 것이 환자 본인이 느끼는 것이므로 그 정도를 나타내는 통증지수는 다른 바이탈사인과는 달리 환자가 직접 가르쳐주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은 이를 알 수 없다. 통증이 전혀 없으면 0점, 가장 통증이 심할 경우 10점으로 표시한다.
원래 통증(Pain)이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처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통증은 인간에게 가장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이지만, 인체 조직이 손상되고 있음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신호이다. 다가올 더 큰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위급상황을 알려주는 경보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통증의 원인을 조사하고 치료하는 전문인들이다. 맹장염이면 맹장절제술을, 허리디스크면 디스크 수술을, 암이면 암절세술을 하게 된다. 신체조직이 정상화되면 통증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증이 낫지 않고 지속되는 만성통증 환자들이 있다. 학문적으로 3개월 이상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지속적인 고통을 느낀다. 통증 자체가 질환인 셈이다. 만성통증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많이 진전되어 치료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 그 동안에는 급성통증과 같이 생각되어 부적절하게 처치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난치성 만성통증은 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신경병증성이기 때문에 여러 전문의료인들이 같이 의논하고 협진 치료해야 한다. 또 1명의 새로운 환자당 2~3시간은 족히 들여야 제대로 원인을 알 수 있고 치료계획을 짤 수 있다. 국내 의료보험체계에서는 너무 어려운 치료환경이니 전문의료인으로서는 매우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