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겨울 동강에서
-언제:2013.12.10~11(1박2일)
-어디로:정선군 신동읍->제장마을->칠족령전망대->
하늘벽유리다리->연포마을->소사마을->제장마을
->정선군 사북읍 도사곡 휴양림(1박)->병방치 스카이워크
-누구와:김재이/윤선한
2013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의 분주한 일상에서 문득,
작년 이맘 때 찾았던 초겨울 동강을 떠올렸습니다.
아리랑의 발상지,강원도 정선에는
태고적 때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강이 굽이치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동강은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에서 시작해
평창을 거쳐 영월에 이르는 약 65km의 물줄기로
첩첩산골 청정 오지 마을들을 휘돌아 흐르면서
골짜기마다 매혹적인 비경을 감추어 놓았는데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이맘때의 동강 청자빛 물색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남루하지 않습니다.
백운산 자락,칠족령에서 동강을 따라 난 이 숲길은
첩첩산중의 오지마을인 제장 마을에서 하늘벽 유리다리를 거쳐
연포 마을과 거북이 마을로 이어지는 길로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휘돌아 흐르는
동강의 선경과 도도한 산세의 절경을
한껏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명품 숲길입니다.
작년 초겨울, 연포마을에서
하늘벽 유리다리까지 갔다가 못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는데
이번 여행길에는 이 아름다운 숲길과 청정한 동강변을
따라 난 오솔길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이따금 일상에서 삶이 남루하게 느껴질 때,
겨울 동강에 가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백운산 자락 칠족령 아래 제장 마을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킴스케빈 펜션'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아 하늘벽유리다리 방향으로
동강 물줄기를 따라 걸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산을 출발하여 오전10시 쯤 산행을 시작했는데
제장마을에서 칠족령 전망대로 올라
연포마을을 거쳐 산길을 따라 다시 제장마을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쉬엄 쉬엄 걸어도
5시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제장 마을에서 칠족령으로 오르는 산행 들머리는
이곳 '킴스케빈' 펜션에서 시작됩니다.
칠족령으로 오르는 산길의
하늘벽유리다리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 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김용택,<초겨울 편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첫눈>
칠족령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지난 가을에 진
젖은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칠족령 전망대
문희 마을과 거북이 마을 연포 마을은
본래 산골 오지 마을이었는데
빼어난 풍광의 이곳 백운산 트레킹 코스와 동강 래프팅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요즘엔 사시사철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칠족령 전망대에 올라서면
제장마을과 소사마을,거북이 마을을 휘돌아
신비롭게 물결치는 동강의 절경과 도도한 산세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칠족령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이 평온해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한바탕 폭설이 내릴것 같은
시계가 좋지않은 날씨에
동강이 굽이굽이 험준한 산세를 휘돌아 나갑니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소사 마을이 고즈넉합니다.
평창과 정선을 잇는 칠족령은 험준한 고갯길로
옛날에 정선으로 부임하던 관리들도
이곳에서는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고 합니다.
험한 고갯길을 울며 넘어 부임한 이 고을 원님들이
임기 마치고 떠날 땐 가기 싫어
눈물을 훔쳤다는 얘기가 전해올 정도로
절경들이 펼쳐집니다.
칠족령 숲길의 매력은 '느림 여행'입니다.
빠른 직선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굽이굽이 산을 휘돌아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곡선의 미학을 동강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청자빛 동감물을 내려다보며 걸으니
몸도 마음도 청정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다보면
굽이치는 동강과 어우러진 제장마을의 빼어난 풍광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눈을 매료시킵니다.
칠족령에서 바라본 제장 마을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처절해져야 하느냐.
아직도 추락할 것이 있다면
절망도 끝난 것은 아니다.
더 깊이 낮아져보아라.
발아래 깔려봐야
새로운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임효림,<부활>
돌아보면 삶은 벼랑 아닌 곳 없었습니다.
때로는 발 아래 돌부리를 살피느라 꽃을 지나치기도 했었고
탐욕에 눈멀어 내 자신을 성찰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칠족령에서 연포 마을로 가는 숲길은
이렇듯 깍아지른 절벽길입니다.
절경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걷다 보면
자칫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절벽 아래 유난히 고즈넉해 보이는 제장마을.
사철 청정한 모습으로 마르지 않고 흘러가는
청자빛 동강물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절벽의 소나무가 동강을 내려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차오르는 별빛 같은 것
혼자 가질수 없는 것들/문정희
노송 아래 소리없이 흐르는 동강
동강은 청정 자연의 오지 마을을 굽이쳐 흘러가면서
매혹적인 선경들을 펼쳐 보여줍니다.
강변을 따라 난 소사 마을의 마을길이 정겹습니다.
동강변에 터잡은 소사 마을은
한반도 지형을 빼닮았는데
호젓한 산골 마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동강변의 소사 마을입니다.
이제 곧 폭설이 내리면 영락없이 고립될 산골 마을이지만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이 엿보입니다.
칠족령에서 소사마을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입니다.
소사마을을 흘러온 동강물이 소사마을을 휘감아 돌면서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동강과 마을들은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다정하게 어울려 보입니다.
한반도 지형을 닮아보이는 제장마을과 소사마을.
기암 절벽 아래로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동강이
태고적 신비감으로 유유히 흐릅니다.
그래도 그냥 서 있는 것이 더 좋았다
누구에겐가 가서 상처를 만들기 싫었다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상관하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生을 죽도록 살고 싶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하루의 처음과 끝을 빽빽이 채우는
나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그게 한계다 치명적인 콤플렉스다
콤플렉스를 가진 나무는 아름답다
까마득한 세월을,
길들여지지 않고 설득 당하지 않고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서 있는 그 한 가지로
마침내 가지 않고도 누군가를 오게 하는
한 境地에 이르렀다
많은, 움직이는, 지친 생명들이
그의 그늘 아래로 들어왔다
-정병근,<나무의 경지>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를 돌아다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 하고
인생을 느낄만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만 하니
이마에 주름이 길게 새겨져 있다.
한조각 한조각 모자이크한 듯한 삶
어떻게 맞추나 걱정하다가 세월만 보내고
완성되어 가는 맛 느낄만하니
세월은 너무 빠르게 흐른다.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일찍 깨달았더라면
좀더 성숙한 삶을 살았을텐데
아쉽고 안타깝지만
남은 세월이 있기에
아직은 맞추어야 할 삶이란 모자이크를
마지막까지 멋지게 완성시켜야 겠다.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이지만
살아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더욱더 가슴 깊이 느끼며 살아야 하겠다.
-용혜원,<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하늘벽 유리다리에서 내려다 본 동강변의 소사 마을
"어떤 바위 위에는
영겁의 빗방울이 머물고
바위들 밑에는 말씀이 있고
말씀의 일부는 그들의 것이다."
"On some of the rocks
are timeless raindrops
Under the rocks
are the words
Some of the words are theirs"
-영화,<흐르는 강물처럼>,마지막 장면에서
노먼이 블랙풋 강에 플라이 낚시를 던지면서 읊은 대사.
제장 마을과 소사 마을
하늘벽 유리다리
권총으로 쏴도 끄덕없다는 강화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발 아래 절벽으로 아찔한 동강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초겨울 소사 마을 소경
거북이 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의 이정표
오랜 세월이 흐른 훗날
나는 이야기 할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프로스트,<가지않은 길>중
제장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하늘벽 유리다리를 건너
이곳 연포 마을에 도착합니다.
강변에 보이는 학교는 현재 폐교가 된 분교로
영화 <선생 김봉두>촬영을 했던 곳입니다.
지난 가을 추수를 마친 고단한 경운기도 긴 겨울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된 학교를
정선군에서 생태 체험 학교로 꾸며놓았습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연포 마을에서 거북이 마을로 가는 길
연포 마을과 소사 마을을 잇는 다리
연포 마을 동강변에서 바라본 절벽위의 지나온 숲길
소사 마을에서 뒤돌아본 연포 마을
소사 마을의 복숭아 과수원
동강에 봄이 오면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겠지요.!
소사 마을의 선황당 고개를 넘어 제장 마을로 가는 길에 본
텅 빈 비탈밭과 산골 마을
산을 내려와 연포 마을을 거쳐 소사 마을을 지나
산행을 시작했던 제장 마을로 돌아옵니다.
제장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제장 마을 가는 길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338-1번지
신번지 → 신동읍 덕천리 제장길 84번지
펜션 '킴스캐빈'
전화번호 : 033-378-8844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에 위치하는
도사곡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묵어갑니다.
다음날 찾은 병방치 스카이 워크
병방치에서 바라본 동강
2000년초,
동강에 댐이 생겼으면 사라졌을 첩첩산중의 오지 마을들과
동강 최고의 비경을 보니
왜 그당시 많은 사람들이 동감댐을 그토록 반대했었는지,
왜 이곳을 지켜야만 했었는지
동강의 물길을 따라 직접 걸어 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동강이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自然)이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느리다는 이유로
때론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지금도 곳곳에서 산을 뚫고 강을 파헤치고
곡선을 직선화 시키는
저 천박한 이명박스러운 자연 파괴 행위들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동강변을 따라 걷는 산골 오지 마을 여행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게서
위안과 안식을 얻은 감동과 힐링의 순간이었습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도종환,<저녁무렵>中
첫댓글 글과 사진, 윤선한스러움~~^^* 너무 좋아보여요. 성탄이브 즐거운 시간보내세요~!!!
^^ 2013년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 해 복많이 받으세요.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는 저같은 이들을 안온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새 해에도 정모를 통해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맘이 아프네요..
오랜만입니다.
사업은 잘되시는지요.
새 해에는 더욱 번창하시고 기회가 되면 정모에 참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올 한해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 유익한 정보, 좋은글, 멋진사진~~갑오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사업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