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목민 정두환의 음악으로 본 세상이야기 3.
< 20세기 오페라 >
정 두 환(문화유목민)
오페라에서 20세기는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이는 기존의 도덕, 권위, 전통 등을 주장하면서 새롭게 혁신하고자 하는 문화의 창조를 지향하는 모더니즘(modernism)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낭만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작가와 작곡가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며 청중과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여러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인 인상주의(impressionism)를 미술에서는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색체 속에서 자연을 묘사하고, 색과 빛의 순간적인 효과를 이용하여 눈으로 보이는 세계를 정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하였지만, 음악에서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음악가로 드뷔시를 보면 오히려 감수성을 자극하는 몽환적이거나 환상적 상징주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대중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 작곡가는 푸치니(Giacomo Puccini,1958-1924)와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를 들 수 있다.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에서의 푸치니는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 1896)”은 전 4막으로 이루어진 슬프고도 감미로운 비극의 오페라다. 보헤미안 사람, 집시를 말하는 <라 보엠>은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사랑을 위해 낭만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내용의 신파극은 어느 시대에나 사랑받는 내용이다. 하지만, 초연된 다음 날 토리노 신문은 “이런 별 볼일 없는 오페라를 만들다니 거장 푸치니로서는 일생일대의 대실수를 한 것이다”라고 보도하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이다. 푸치니는 이러한 신파적인 오페라, “토스카(Tosca, 1900)”, “나비부인(Madame Butterfly, 1904), “투란도트(Turandot, 1926)” 등을 작곡하게 된다. 푸치니의 오페라는 동유럽의 뱀파이어 마녀의 전설 이야기인 "르 빌리 (Le villi)"를 1884년에 작곡하면서 그의 오페라 역사는 시작된다.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되는 레퍼토리이기도 한 푸치니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오페라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그는 주옥같은 아리아는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뮌헨 궁정 오페라 극장의 호른 주자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Franz Josef Strauss, 1822-1905)의 아들로 어린 4살에 이미 정규 음악 교육을 받았으며, 6살 무렵부터 궁정 악장 마이어(Friedrich Wilhelm Meyer)에게 작곡과 이론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살의 나이인 1881년에 「교향곡 제1번」을 초연, 1882년 이듬해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발표할 정도로 일찍부터 작곡가로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명석함은 뮌헨 대학에 들어가 철학 · 미학 · 문학사를 청강하면서 더욱 빛나게 된다. 이는 한스 폰 뷜로라는 대지휘자에게 인정받게 되고, 그의 관현악단을 위해 「13 취주 악기를 위한 모음곡 Suite für 13 Bläserinstrumente」(1884)을 작곡한 뒤 직접 연주한다. 이 계기로 슈트라우스의 지휘 활동은 그의 음악 인생과 끝까지 같이하게 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는 20세기 오페라 역사의 전환점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슈트라우스의 혁신적인 작곡법에 있다. 리듬과 화성을 비롯한 새로운 형식 등이 현대 오페라의 방향성을 짚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오페라 작품 “살로메(Salome. 1905)”를 예를 들어보자. 오페라 살로메는 당시에는 보면 안되는 오페라였을 것이다. 선혈이 낭자하는 충격적인 내용과 근친상간, 스트립쇼, 살인, 게다가 참수당한 머리까지 안고서 노래하는 보기에도 힘든 장면과 더불어 음악도 음향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며 극장 전체를 괴기스럽게 만든다. 이 오페라에서는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Tanz der sieben schleier; Dance of the seven veils)」이 유명하지만, 보는 이는 섬뜩하다. 이러한 오페라를 필두로 슈트라우스는 “엘렉트라(Electra. 1909)”,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 1911)” 등의 오페라를 작곡한다. 이 작품들은 아주 복잡한 음악 구조를 바탕으로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슈트라우스의 작품은 불협화음을 중심으로 이루는 무조성을 통하여 오페라 인물 각각 감정의 내면을 표현하였는데, 이를 듣는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또한 오페라를 더욱 극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당시에 금기시되던 주제들도 과감하게 다루었다.
푸치니와 슈트라우스는 너무도 다른 형식의 오페라를 작곡한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음악으로 대접받고 있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오페라를 비롯한 음악의 특징을 살펴보면, 작곡가들은 더 이상 조성이라는 형식의 틀에 매여있지 않았다. 작곡가들은 무조성(無調聲)과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20세기 전쟁으로 얼룩진 복잡하고 모순적인 사회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도전적이고 모순적인 소리가 관객들에게는 근접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인식되기도 하였지만 음악의 표현 가능성을 확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를 통한 음악 형식 또한 확장하게 되는데 자국어로 된 독백(recitative)과 이중창(duet)을 비롯한 서로 맞지 않는 양식들이 등장하면서 음악 형식은 더욱 넓혀지며, 시나리오는 길어지게 되고 관객들은 복잡한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20세기에 대두된 사실주의(寫實主義, Realism)와 자연주의(自然主義, Naturalism)가 있다.
이 영향은 작곡가의 일상과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을 유일한 현실로 간주하는 입장을 갖는 자연주의와 동시대의 생활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진실되게 기록하고자 하는 사실주의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만 서로 다른 걸음을 걸어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니 작곡가들은 일상의 현실과 삶을 생각하면서도, 형식에서는 더욱 이상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으니 관객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음악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20세기 오페라의 백미는 전자 기기의 등장과 더불어 아방가르드(前衛藝術, Avant-garde) 기법이다. 특히, 아방가르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 세계적인 위기 사황에서 비롯되는데, 근대성에 대한 환멸에서 비이성주의적으로 흐르는 회화, 음악, 문학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이다. 여기에 오페라는 전자 기기를 통한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되고 음악의 영역 또한 확장하여 실제 연주를 비롯하여 녹음된 음향 및 효과를 음성 대화처럼 사용하는 실험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가 새롭게 관객들을 흡수하는 역할도 하였으며, 더불어 음악의 영역 확장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20세기의 역사는 다변화의 물꼬를 터는 시대를 살았다. 이러한 현실적인 것들이 오페라에 녹아들면서 오페라의 방향성과 형식에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 벤자민 브리튼(Edward Benjamin Britten, 1913.- 1976), 윤이상(尹伊桑, 1917-1995),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1937.-), 진은숙(陳銀淑, 1961-) 같은 다양한 작곡가와 다양한 관객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20세기 오페라는 시대를 더욱 철저하게 연구하고 탐구할 소재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를 남겨두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http://www.artpusan.or.kr/